https://youtu.be/htleQtiD1ik
4. 누가 이 우주의 주인인가?
주인이란 그 국토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진 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사전에서 보면, ‘주인이란 주관하는 자, 손님을 접대하는 자, 소유하는 자, 중심이 되는 존재, 본 고장의 사람, 우두머리, 자아 등’이라고 나옵니다.
이 우주를 지배하고 주관하는 자가 곧 우주의 주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우주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누가 이 우주를 창조했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석가모니께서는 이러한 주제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러한 질문을 하면 그저 침묵을 했을 뿐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저 ‘열네 가지 무기(無記)’의 범주에 속합니다. 무기란 부처가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아서 옳은지 그른지를 가릴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도대체 어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을까요?
용수보살의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열네 가지 무기란 곧 이 우주와 나 자신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는가?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는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 않는 것도 아닌가? 이 우주와 나 자신은 끝이 있는가? 없는가? 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가?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인가? 죽은 후에도 신이 있는가? 없는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가? 이 몸과 신은 같은가? 다른가?”
외도들은 석가모니를 찾아와서 끊임없이 이와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석가께서는 여기에 대해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과 논쟁은 깨달음의 길을 가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이것을 알아야 우주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여기에서는 잠시 저 외도들의 질문을 따라서 이 우주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어떻게 거론할 수 있을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신이 우주의 주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우주를 말하는 것일까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우주에는 욕계의 우주가 있고, 색계의 우주가 있고, 무색계의 우주가 있습니다. 욕계는 다시 여섯 개의 세계가 있고, 색계는 네 개의 세계가 있고, 무색계 역시 네 개의 세계가 있습니다. 삼계란 곧 욕계, 색계, 무색계를 가리킵니다.
이처럼 크게 세 가지 우주로 구분하는 삼계우주관은 오직 석가모니부처께서 분류하는 방식입입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다르게 분류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힌두교에서는 이 우주를 지배하고 주관하는 자를 브라흐만과 비슈누신, 시바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부처는 오히려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손님에 가까운 것입니다. 사실 부처는 누군가(?)가 싸놓은 배설물을 치우는 자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처란 곧 응신불(應身佛), 내 지는 화신불(化身佛)에 해당합니다. 이 부처가 욕계와 색계를 왕래하며 가르침을 펼치는 것입니다.
욕계의 실제적인 지배자는 파순마왕입니다. 그런데 저 파순마왕(波旬魔王)은 질투가 많고 자기 것에 대한 소유욕이 아주 강한 신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수행자를 훼방하고 영혼을 타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마왕이라고 불리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국토를 벗어나지 않고 자신에게 복종하는 자에게는 더 없이 친절하고 자상한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선하면서도 악한 자인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 파순마왕이 욕계의 정상인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머물면서 지금도 욕계를 관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색계의 초선천에는 범천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범천이란 곧 브라흐만의 세계, 신의 세계를 가리킵니다. 이 세계는 세 종류로 이루어졌는데, 범중천(梵眾天), 범보천(梵輔天), 범왕천(大梵天)이 그것입니다. 범중천이란 말 그대로 하늘나라의 깨끗한 백성이 사는 세계를 가리킵니다. 범보천이란 범천왕을 받드는 신하들의 무리가 사는 세계를 가리킵니다. 이른바 천사(天使) 즉 하늘의 사신들에 해당하겠습니다. 대범천은 브라흐만이 머무는 세계를 가리킵니다. 이 브라흐만이 바로 힌두교에서 말하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브라흐만은 거기에서 무엇을 할까요?
바로 이 사바세계를 주관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기에 사바세계의 주인이라고도 하고 세계의 주인이라고도 불리우는 것입니다. 욕계의 타화자재천에 머무는 파순왕 역시 브라흐만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브라흐만이 범(梵)이라면 파순은 신(神)이 되는 것입니다. 범은 모든 일을 신의 손과 발을 빌려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하나이면서도 둘이고 둘이면서도 하나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저 파순마왕조차도 역행을 통해 중생을 일깨우는 역행보살(逆行菩薩)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사바란 ‘참는다’는 뜻입니다. 저 브라흐만이 인간의 방종한 모습을 그대로 어쩌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기에 참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혼의 큰 스승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의 어리석음을 보면서도 차마 어쩌지 못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하겠습니다. 욕계중생의 부모가 곧 브라흐만인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범천왕(梵天王)을 ‘인생본(人生本)’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태어난 근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인간은 이 범천왕에게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신이 흙을 빚어서 자신과 닮은 형상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부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부처는 다만 인간의 미혹을 일깨우는 스승의 역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신과 부처 사이에는 전혀 갈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저 제사장과 왕의 관계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각자는 각자의 역할을 할 뿐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 왕조차도 제사장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처럼 저 브라흐만 조차도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하여 항상 부처의 오른쪽에 서서 한 손에는 흰 불자(白拂)를 들고서 시중한다고 합니다.
이 대범천을 포함한 욕계가 곧 사바세계이고 이런 세계가 천개 모인 것이 중천세계이고 다시 중천세계가 천개 모인 것이 곧 삼천대천세계입니다.
이 대천세계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스승이 곧 사바세계의 근본적인 스승(本師) 석가모니부처님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선정 가운데에서 이 대천세계를 자유자재로 다니면서 중생제도를 위해 교화를 하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