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만부인의 서원(상도선원 미산스님 법문)

[향운]

5월 14일 음력 사월 초하루 법회에서 하신 법문입니다.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사월 초하루 정기법회이면서, 오늘부터 부처님오신날 전야까지 칠일 간 기도 기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많이 동참하셔서 칠일기도 입재를 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255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칠일 기도를 하는 의미와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하는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부처님은 2600여년전 이 땅에 오셨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것은 이 우주의 큰 경사 중 경사입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 단지 우리 사는 이 세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도 큰 경사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부처님 한 분의 출현으로 수많은 중생들이 그 교화의 힘으로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큰 경사요 위대한 과업이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는 불자이면서도 우리 교주이신 부처님이 어떤 분이며 그분의 위대성이 무엇인지를 잘 모릅니다. 그냥 부처님은 훌륭하신 분이라고 피상적인 생각으로 알고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제가 생각해보니, 그간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하여 정확한 고증을 통해 잘 쓰여진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스님들이 책에 대해 강조를 별로 안하셨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지난 몇 년 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함께 모여 좋은 책을 냈습니다. 다행인 것은, 조계종 교육원에서 이 분야의 전공 학자들을 모셔 많은 예산을 투자해 연구한 끝에 이 책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바로 <부처님의 생애>라는 책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는 '붓다짜리따' 즉 '붓다의 행적'이라는 뜻입니다.

  또 금년에 공교롭게도 <인간 붓다. 그 위대한 생과 사상>이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법륜 스님이 쓰셨고 정토출판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꽤 오래 전에 나와서 2009년 3월 15일까지 이미 15쇄나 찍은 책으로, 2010년 3월 15일에 개정판 1쇄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새 책은 2010년판입니다. 이전의 내용을 잘 수정해서 낸 개정판입니다.

  그리고 또 살펴보니 <샤카무니 붓다 - 초기경전에 묘사된 역사적 붓다>라는 책도 대숲바람에서 최근에 나왔습니다. 엊그제 대숲바람 사장님이 저에게 보내준 책입니다. 이 책도 따끈따끈합니다.

   이렇게 2010년에 부처님 생애에 관한 비중있는 책이 3권이나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숙제를 내드리려고 이렇게 갖고 나왔습니다. 이 중에 적어도 한 권은 읽으시라고요. 

   제가 추천하는, 조계종에서 출판한 이 책은 중요한 학자들이 모여서 깔끔하게 잘 냈습니다. 문헌고증도 하고 좋은 사진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용어 해설, 찾아보기 등도 잘 되어 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부처님 생애 편찬위원회’의 위원들인 승가대 정인 스님. 동국대 해주스님, 동국대 김용표, 박경준 교수, 고려대 철학과 조준호 교수, 동국대 미술사학 전공 유근자씨 청소년 불교 입문 집필위원인 성재헌 선생...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분이 만든 책이 아니고 종합적으로 부처님 생애를 처음으로 잘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여러분께 자신있게 추천해드립니다.

   1주일간 기도를 하시며 공부를 하세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부처님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사셨고 어떤 가르침을 남기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간 마음수행학교에서 공부했지만 부처님 생애만 갖고 열심히 공부한 적은 없거든요. 시간이 부족해 부처님 생애에만 초점을 맞춰 자세히 강의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책을 통해 여러분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보살, 노거사님들 책 보려면 눈이 아파서 못 보시죠. 그런데 책을 자꾸 보면 치매가 달아난답니다. 치매 예방으로 하루에 단 몇 페이지라도 보시면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치매 위험도가 점점 적어지고, 혹시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에 걸린답니다. 예쁜 치매에 걸리면 원래 성질이 급하고 까칠하던 분들도 굉장히 온순해지고 친절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치매에 걸리시진 마셔야죠. 안 걸리는 게 최고죠.

그러려면 매일 조금이라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젊은 보살님, 거사님들. 불자들이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자꾸 엉뚱한 생각을 하고 정법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깁니다. 좋은 책들은 제가 법회를 통해 추천을 합니다. 읽어보세요. 초파일 일주일 전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기간입니다. 찬탄함으로써 나 스스로 어떻게 부처님 말씀을 믿고 정확히 알고 실천하여 부처님과 똑같은 정등각(正等覺)을 체득할 것인가 하는 서원이 서고, 스스로의 계획이 섭니다.

   그래서 제가 <승만경>을 보니 승만 부인이 부처님께 수기(授記)를 받았습니다. 그 연원을 보니, 승만 부인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칭찬했어요. 그러니 부처님께서 기분이 좋으셔서 그 자리에서 수기를 주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1주간 기도를 잘 하며 찬탄하면 혹시 수기 주실 수도 있어요.  <승만경>은 대승불교의 여래장 사상을 설한 경전 중 대표적인 경전입니다. <유마경>과 함께 재가불자가 아주 높은 도의 경지를 체득해 법을 설한 경입니다.

   이 경은 어떻게 설해졌느냐 하면, 옛 인도의 파세나짓 왕과 그 부인 말리라는 분이 부처님 가르침을 받고 환희심이 충만한 순간, 둘이 똑같이 이 거룩한 법을 사랑스런 그들의 딸 승만 공주에게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승만 공주는 슬기롭고 생각이 깊고 그래서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곧 법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리심을 내도록 하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여기서 좋은 법문을 듣고 나면 바로 생각나는 게 자녀들이죠? 남편보단 자녀들이 생각날 겁니다. 이 좋은 법을 우리 아들딸에게 꼭 듣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죠?  옛날 왕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주가 법을 들으면 금방 깨달음을 얻든가 발심하여 좋은 수행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공주에게 부처님에 대해 찬탄하며 설법을 듣도록 합니다. 그러려면 공양을 올려야겠죠. 부처님께 드릴 진수성찬을 왕궁에서 마련해, 공주를 부처님 계시는 사왓티로 보냅니다. 부처님이 승만 부인과 그 권속들이 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시며 반갑게 맞이하십니다. 승만 부인이 공양을 올리고 합장하고 나서, 궁궐에서 온 많은 대신들과 시종들과 함께 앉아 법문을 듣습니다. 당시에 왕족이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을 들으러 올 때는 수백명이 같이 옵니다. 코끼리와 말에 공양물을 가득 싣고 옵니다.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경전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부처님께서 승만 부인에게 말씀을 해주십니다. 승만 부인은 전생에도 부처님 법을 나름대로 깨닫고 선근 공덕을 많이 쌓아서 오늘 이 인연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하시며 승만 부인에게 수기를 주십니다. 수기란 부처님께서 예언하시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수행해 어떤 깨달음 얻어 어떤 부처님 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합장하시고 들어보시죠.

여래의 참된 공덕을 찬탄한 인연으로 부인은 한량없는 미래에 천상과 인간세계에서 자유자재한 몸이 될 것이오.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더라도 늘 여래를 볼 것이며, 2만 아승지겁 후에는 부처를 이룰 것이오. 그대의 이름을 보광여래라 할 것이오.  부인이 성불할 그 세계에는 나쁜 일이라는 것이 없고, 늙고 병들고 시드는 일도 없으며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겪는 괴로움이 없고, 몸과 목숨과 기운이 갖춰져 온갖 즐거움만 가득할 것이오. 또 그 세계에는 대승보살들과 선근을 익히고 닦는 사람들만 태어나게 될 것이오.

   <승만경> '여래진실의공덕장'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같이 승만 부인에게 부처님께서 법문하시며 수기를 내리십니다. 수기를 내리셨으니 받은 사람이 답변을 해야겠죠. 2만 아승지겁 후 보광여래라는 부처님이 될 거라 했는데 이게 적은 것이겠습니까? 그러니 승만 보살이 환희심이 나서 부처님께 서원을 발합니다. 그 서원이 열가지 서원과 세 가지 큰 원(願)입니다.

  "제가 2만 아승지겁 후 부처님 되기 위해선 무수한 보살행을 닦아야 하는데 이 보살행 닦는 데에 제가 열 가지 서원을 세우겠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원으로 말씀 따라 열심히 수행해 수기대로 여래를 성취하겠습니다."  이렇게 응답합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보리(깨달음)를 이룰 때까지 다음 열 가지 서원을 세우겠습니다."라고 하며 그 열 가지를 열거합니다.

1.  받은 계율에 대해 범할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불자로서 우리가 오계를 받았지요. 계를 받고 이를 잘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계를 받고 나서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실천한다는 게 특히 재가자에겐 쉽지 않습니다. 환경이 그렇게 되지를 않거든요. 설령 계를 파했다 할지라도 순간순간 다시 돌아와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계 받은 사람은 계체(戒體)가 마음 속에 형성되어 중심이 딱 섭니다. 그러나 계를 안 받은 사람은 그것이 생기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자꾸 계를 받으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깼다 해도 계체 때문에 돌아오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스리랑카 등의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계를 한 주에 한 번씩, 법문할 때마다 받습니다. 우리처럼 거창한 수계식을 하는 게 아니라 법문 전에 삼귀의 (붓당 사라낭 가차미... ) 하고 나서 계를 바로 설합니다. 그러면 모두 같이 따라서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하면 따라서 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를 따라서 하고 나면 5계를 받은 겁니다. 1주 전에 받은 것을 다시 새롭게 (즉 renew) 하는 겁니다. 저는 거기 살 때 이를 보고 굉장히 좋은 방법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1주간 생활하면서 계를 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남성들이 사업하며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술 마시고 인사불성 되어 실수해서 화살을 몇 번이나 쏩니다. 어쩔 수 없이 실수했다는 것이 첫 번째 화살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부인에게 엄청나게 바가지 긁히고 짜증내는 게 두 번째 화살입니다. 또 나중에 생각하니 계를 깼다 싶어 자책하는 것이 세 번째 화살입니다. 계를 파했음을 괴로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신창이가 됩니다.

   그런데 1주 후 법회에 가서 법문 들으며 계를 다시 한 번 새롭게 하면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그래서 계는 자주 받을수록 좋습니다. 1주에 한 번씩 받는 게 계입니다. 자꾸 그리 하다보면 안 지키려 해도 지켜지는 게 계입니다.

   그래서 승만 부인의 서원 첫번째가 받은 계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파했을 때라도 반성하고 다시 돌아와 다시 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잘 지키는 것입니다.  

2. 어른들에게 교만한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어른들을 잘 모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죠?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습니다. 어버이와 스승은 같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어머니는 나를 태어나 여기 있게 한 은혜로운 분이고, 아버지는 고된 사바의 삶 속에서 열심히 벌어 가정을 지탱해주는 분입니다. 어버이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넓다고 했습니다.

   스님들은 출가했기에 어버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불효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스님들이야말로 정말 부모 은혜를 깊이 생각하고 그 은혜 갚는 길을 근원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일자출가 구족생천(一子出家 九族生天)”이라는 옛말이 있지요. 한 아들(딸)이 출가하면 구족, 즉 아홉 대가 천상에 태어난다는 겁니다. 그만큼 스님의 출가가 부모와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책 중에 도피안사에서 펴낸 <어머니, 스님들의 어머니>도 있습니다.

   상도선원 다니려면 책 많이 읽어야 해요(웃음). 지난번 지산스님 3재때 저희 선원에서 이 책을 백 권쯤 법보시 했습니다. 그때 오신 분들은 그 책 받으셨을 겁니다. 스님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이야기입니다. 종정예하와 성철큰스님께서 어머님에 대해 어떤 태도 갖고 계셨는지... 이에 대해 유명한 일화도 있죠. 성철스님이 쌍계사에서 정진하실 때 어머니가 아들 보고 싶어 오셨는데 어머니 모습이 멀리 보이니 철조망 쳐놓고 오지 못하게 돌을 던질 때 어떤 심정이었는가. 부처님의 어머니, 달라이라마 스님의 어머니, 우리나라 유명한 스님들의 어머니, 중국 양게화상 어머님 이야기도 있죠. 강원에서 배우는 ‘치문’에 보면 양게화상의 사친서(思親書)가 나옵니다. 수행을 위해 방편상 어머니를 멀리하는 절절한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한 것입니다.

   저도 옛날에 중학교 그만두고 선방에 혼자 가서 정진할 때 어머니가 저를 찾아 사방 헤매고 다니셨어요. 어릴 때 백양사에 보내놨더니 참선한다고 달아나버리니 출가가 아니라 출사(出寺)였죠.  어머니가 방방곡곡 다니며 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사친서를 읽으며 눈물 흘렸습니다. 이런 맘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어머니께 큰 불효하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번에 그 책에도 글 쓰려 생각하다가 시간이 안 되어 저는 빠졌습니다. 이 책도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어른들에게 교만한 생각 안 내고 늘 존경하며 받드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보살 수행자의 삶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스승에 대해 늘 존경하는 마음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게도 미리 당겨 꽃다발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중생들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중생에게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성내는 마음만 내지 않고 살아도 정말 아름답고 기쁘고 즐겁습니다. 성내는 마음 때문에 삶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성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그 마음에 빠져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우리 피가 선지가 되어버려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놀랄 분도 있겠는데, 화를 내면 몸이 뜨거워지죠. 계속 화를 내면 열기가 머리로 올라갑니다. 머리 위에 냄비를 올려놓으면 그 냄비가 끓어요. 우리나라 30~40대 남성들이 홧병이 많다고 합니다.어느  시사주간지에 그런 그림이 있더군요. 머리위의 냄비가 끓는 실감나는 그림이요. 그런데 이 뜨거움이 한번 딱 피속에 도는 시간이 90초입니다. 90초 이후 마음을 식히고 놓아버리면 화를 벗어날 수 있는데, 90초간 화 나있다가 다시 또 90초를 불러요. 이 90초가 계속 반복되니 20~30분간 온몸의 열이 정체되는 겁니다. 피가 끓거든요. 그런데 화가 내리고 나면 몸의 전체 온도가 솩 내려가 춥습니다. 선지국 끓일 때 보세요. 한창 끓을 때는 선지가 안 보이는데 식히면 딱딱히 굳은 선지가 보이듯이, 화가 났을 때는 잘 모르는데 화가 지나가고 나면 선지가 핏줄 속 여기저기 딱딱 붙어 있습니다. 마음에서 미워하는 생각이 계속 있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심장은 힘있게 피를 뿜어주는데 핏줄 속에는 이물질들이 들어차 압력 견디지 못하니 약한 핏줄은 터집니다. 이게 머리에서 터지면 뇌출혈입니다. 화를 내면 이렇게 나쁜데 이런 얘기를 듣고도 계속 화를 내어서 자기 몸을 자기가 망칩니다. 화를 자꾸 내고 삭이지 못하여 적체되면 가장 먼저 탈이 나는 곳이 갑상선입니다. 호르몬 분비가 원활치 않으면 심장에서 뿜어주는 압력과 부조화가 되어 갑상선염이나 갑상선암이 생겨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또 심장병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생기고, 인슐린과 연관돼 당뇨병도 걸립니다. 별의별 병이 다 걸립니다.

   그러니까 이번 부처님오신날 기도 기간에는 정말 부처님 말씀대로 살기 위해 승만 보살처럼 화 안 내겠다는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화를 억지로 참으면 병이 더 크게 됩니다. 그럼 어떡해요? 제가 가르쳐드렸잖아요. 화는 90초밖에 유지가 안 된다고요. 그럼 90초 안에 화나고 있는 나를 딱 봅니다. 그리고 "난 본래 화 낼 줄 모르는 사람이야. 내 자성불이 화 내?" 이런 생각을 일으키며 화가 흘러가게 둡니다. 그러면 90초 이후 다시 화가 나지 않아요 이게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는 방법입니다. 계속 화살 쏘는 사람들은 대개 보면 여러 분별을 합니다. '내가 계 받았는데 왜 화를 냈지? 서원했는데 또 화를 냈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가령 남편이 또 술 먹고 들어와 그만 화를 내버렸어요. 어쩔 수 없어요. 그 순간 내가 화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면 그만인데, '스님과 한 약속을 어겼네. 창피해서 어떻게 절에 나가지?'라고 생각하죠. 그 보살님이 약속 어기고 화를 냈는지 저는 모르거든요. 그러니 제 생각 할 필요 없어요.  흘려보내면 됩니다.

4. 남의 잘 생긴 용모를 시기하거나 값진 패물에 대해 부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여성들은 남이 잘 생긴 것을 보면 엄청 부러운가봐요. 요즘은 또 피부 미인에 대해 그렇게 부러워하더군요. 어디 가면 제게 묻기도 합니다. "스님 어떻게 그렇게 피부가 좋아요?" 왜 나를 갖고 자꾸 그러는지 이상해요. (웃음) 또 값진 패물에 대해 부러워하는 마음을... 누가 다이어 반지 낀 것을 보면 당장 남편에게 가서 사달라고 하죠. 아니면 누가 귀고리 좋은 거 하고 절에 오면 당장 그거 구해야겠다... 이런 마음들이 우리 마음을 얕게 만듭니다. 이것저것에 끄달리는 그런 마음 갖고는 깊은 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승만 보살이 이런 서원을 세운 거예요. 미인을 보더라도 시기하지 않고  패물을 보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죠. 

5. 제 몸이나 제 소유에 대해 아끼려는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게 쉽지 않지요 특히 여성들. 하긴 남성들도 요즘 몸짱 되겠다고 복근 만들고 노력하더군요.

그리고 제 소유를 위해, 자기 것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사는 게 현대인이에요. 성형수술을 너무 많이 해 성형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몇 주 전 현대인의 중독에 대해 텔레비전에서 집중 취재한 프로그램을 보니 무시무시하더군요.  쇼핑 중독, 성형 중독 등.... 무려 30억원 어치나 성형 한 사람도 있대요. 실화입니다. 어떤 사람이 갑부와 결혼했다 이혼해 위자료를 많이 받아 성형을 하는데, 해도 해도 안 예뻐지고 이상한 얼굴이 되어버렸어요. 또 쇼핑도 무서운 중독입니다. 계속 쓸데없는 것을 사다 모읍니다. 어떤 60대 여성이 애인에게 잘 보이려고 스카프를 300개를 샀습니다. 만날 때마다 새 스카프를 하고... 그런데 하루는 그 여성에게 전화해도 안 받아요. 남자친구가 전화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합니다. 수색에 나서 집의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현관. 안방, 화장실까지 포장 뜯지도 않은 물건들이 꽉 차 있어요. 그리고 그중 한 물건을 꽉 쥐고 죽어 있는 것입니다.   

   승만 보살의 이 서원이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현대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물질 세계에 대한 욕망에 노출되어, 이런 중독의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법문이 우리에게 더욱 소중히 다가오는 것입니다.

6. 저 자신을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지 않고, 가난하고 외로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만 모으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분에게 가난하게 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모아서 베풀고 좋은 일을 많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승만 부인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 것입니다. 죽을 때 못 가져가는 재산을 살았을 때 좋은 일에 보람있게 아낌없이 기부한 공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래서 필경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공덕을 쌓게 됩니다. 주위에 있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정말 깊이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바로 소외된 사람들, 힘든 사람들에게 베푸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7. 보시와 부드러운 말과 이로운 행, 처지를 같이 하는 일로 중생을 거두어주고 항상 때묻지 않고 싫어하지 않고 거리낌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대하겠습니다.

  베풀고 말을 잘 하는 것. 말이 참 중요합니다. 말로 짓는 업이 업의 3분의 1입니다. 제가 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합니다. 이번 1주일간 기도하며 말을 조심하세요. 기분 나쁜 마음이 들어도 말로 그대로 표현하지 말고 90초만 참고 한 숨 죽여 부드러운 말, 안정된 말로 하여 남의 가슴에 화살 쏘는 가시 돋친 말이 아닌 포용하는 말로 감싸주십시오. 그렇게 하여 연꽃처럼 맑고 아름다운 삶을 살겠다는 서원입니다.

8. 외로워 의지할 데 없거나 구금을 당했거나 병을 앓거나 고난을 만난 중생들을 보면 그들을 도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편안하게 한 다음 그들 곁을 떠나겠습니다.

  이번 1주간 힘 닿는 데까지 복지관, 혹은 가족 중에 외롭거나 힘든 분을 찾아가서 자그마한 보시행이라도 하게 되면 이게 기도를 잘 하는 겁니다. 꼭 여기 나와 부처님 앞에서 하는 것만이 기도가 아닙니다. 이 기간 동안 이런 행을 하면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기도입니다.

9. 살아 있는 짐승을 붙잡아두거나 가두는 것을 보게 되면 제 힘 닿는 데까지 그들을 타이르고 거두어 나쁜 일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동물보호협회 사람들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이죠. 주기적으로 이런 학대받는 동물을 찾아 해방시키고, 유기된 동물들을 거두어 치료해서 명이 다할 때까지 살리죠. 1년 전 우리 선원에도 커다란 야생 고양이가 법당 뒤, 종무실 뒤쪽에 와서 숨어 살았습니다. 워낙 사납게 생겨 여러분에게 두려움을 줄까봐 나중에는 동물보호협회에 의뢰해 데려가게 했습니다. 보호협회에서 와서 잡을 때 보니, 호랑이처럼 공격적이었어요. 사실 실험실에선 쥐나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많이 합니다. 제가 옥스퍼드에 있을 때 동물보호협회에서 주기적으로 실험동물 가둬두는 곳에 와서 짐승들을 해방시키는 걸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그렇게까지 하시라는 건 아니고, 기르는 동물이 있으면 잘 보살피고, 남이 기르던 짐승을 버리려 하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타이르십시오. 제가 아는 외국인 한 분은 한국서 오래 살았는데, 개나 고양이 길에서 떨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갑니다. 꼭 데려다가 정성껏 보살펴 키웁니다. 보살심이 충만한 분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일을 행하게 되면 승만 보살 서원을 실천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10. 바른 법이 오래 머물고 나쁜 일이 줄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겠습니다.

  전법을 해야 합니다. 불법을 남에게 전하는 공덕은 무궁무진합니다. 금강경에서도, 사구게만이라도 남을 위해 설하고 수지독송하면 그 공덕이 보배를 수미산만큼 보시한 것 보다도 크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이 기간에 전법하는 것도 중요한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맘으로 전법해야 합니다. 상도선원이 지금 계속 불자님들 숫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일요법회때는 이 법당이 꽉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법이 아직도 멀었습니다.

   바른 법을 깊이 새겨 잊지 않겠습니다. 바른 법을 잊어버리면 대승을 잃게 되고 대승을 잃게 되면 열반에 이르는 것을 잊고 맙니다. 만약 보살이 대승의 가르침을 잊어버리면 바른 법을 거두지 못할 것이며, 스스로 그릇된 길에 떨어져 영원히 범부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일을 큰 죄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른 법을 몸에 지님으로써 저와 보살들은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성취할 것입니다.

   바른 법을 늘 간직하고 실천하겠다는 중요한 서원입니다. 이런 서원을 세웠을 때 삿된 법으로 가지 않고 정법에 머물며 많은 분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됩니다.

  “부처님 저는 이 열 가지 서원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법왕이신 부처님께서는 저의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하면서 승만 부인은 다시 부처님 앞에서 세 가지 큰 원을 세웁니다.

1. 이 진실한 서원으로 끝없는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겠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부처가 된다는 것은 자기만 부처 되어 안주하는 게 아닙니다. 끝없는 자비심으로 중생을 안락하게 행복하게 하겠다는 서원입니다.

2. 선근 인연으로 태어날 때마다 바른 법의 지혜를 얻겠습니다.

   이 선근으로 언제 어디에 태어나건 정법의 지혜를 얻겠다는 서원입니다

3. 제가 바른 법을 말할 때는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잘 지키겠습니다.

  부처님 법을 깨닫고서 전할 때는 몸과 마음을 다 던져서 하며, 몸이 부서지더라도 바른 법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큰 서원입니다.

   우리 불자님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이 1주일간, 이 열 가지 서원과 세 가지 원을 같이 세우시겠습니까?

   예, 그러면 합장하시고 이 말씀을 한 구절 한 구절 제가 읽으면 따라서 합송해주시기 바랍니다.

       (열 가지 서원과 세 가지 원 합송)

부처님께서 승만의 이 세 가지 원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물건이 공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살의 무수한 큰 원은 모두 부인이 세운 세 가지 원 속에 들어가

있소. 그만큼 이 세 가지 원은 수승하고 넓고 큰 것이오.

     나무 아미타불.

   성불하십시오.

[출처] 5.14.초하루법회 미산 스님 법문-승만부인의 서원을 함께합시다 (상도선원) |작성자 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