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39581%2F1168415147150.jpg) 1 초벌구이 후 밑그림을 입은 자기의 진열. 1300도의 온도에서 재벌구이를 하고 그 위에 다시 색을 입힌 다음, 마지막으로 800도의 온도에서 다시 한 번 구워내야 비로소 완성된 자기를 볼 수 있다. 2 그저 흰 백색이 아닌 풍부한 색감의 백색 위에 그린 파란색 그림. 소메쓰케 방식으로 완성한 억대의 작품이다.
파격적 생활 예술품, 겐에몽 옛날 고전적이고 영롱한 빛깔로 세상을 ‘접수’했던 아리타의 도자기는 겐에몽의 가마를 거쳐 현대적이고 참신한 생활 자기들로 변신한다. 그곳에 가면 자기의 변주가 피아노 건반만큼이나 많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자기의 제국’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만 이는 겐에몽의 서정과 어울리지 않는다. 최고급 도자기를 생산하는 명문가이고 그 명성에 걸맞게 도쿄와 오사카를 비롯한 전국 각 도시의 백화점과 상점에 제품을 납품하며 한 달 매출액만 10억원을 호가하는 ‘제국’임에는 틀림없지만, 제국의 공간 곳곳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섬세함으로 채워져 있으니 ‘자기의 제국’이란 표현은 일견 맞고 일견 맞지 않은 느낌이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자기를 박아놓은 ‘자기 의자’, 자기로 만든 화장실 세면대, 꽃줄기를 넣은 자기 대야 등 이곳의 공간 곳곳은 자기로 반짝인다. 심지어 휴지통, 샹들리에의 몸통도 자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겐에몽의 뿌리는 무사가 세상의 중심이던 1753년, 에도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의 힘으로 이미 자기의 전성기를 누리던 아리타는 일본 내의 무사 가문과 유럽에 수출할 양질의 ‘도자기 기지’가 필요했고, 겐에몽은 철저히 분업화한 시스템으로 폭주하는 물량을 소화하며 아리타 기지를 자처했다. 이를테면 고이즈미가 물레를 돌려 모양을 만들면 아유미는 날씨와 습도를 봐가며 제품을 건조하고, 히데요시가 광물성 물감(코발트나 철)으로 그 위에 밑그림을 그리면 나카시마는 다시 석회석과 장석을 잘게 부순 유약으로 채색을 하고 오다노부나가가 최종으로 도자기를 구워 완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이처럼 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한다. 건조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초벌구이와 재벌구이 과정을 합쳐 통상 850~1300℃로 굽는 온도를 조금만 잘못 계산해도 자기는 허망하게 부서진다. 우리나라와 중국밖에 갖고 있지 못하던 자기 기술이 요즘으로 치면 생명공학이나 우주공학 기술에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겐에몽이 아리타 도자기 명문가 톱 3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벨트컨베이어와도 같은 대규모적 분업 시스템이 아니라 그러한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도 최상의 생활 도자기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고급 식기를 주로 만들었던 겐에몽은 1943년 정부에서 인정한 공예 기술품 문화재로 선정되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39581%2F1168415310160.jpg) 3 이 가마에서 인내의 결정체인 자기가 빚어진다. 4 재벌구이를 마친 자기 위에 채색을 더하는 과정. 바늘같은 섬세함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장인’이 만드는 자기는 다소 차분하고 잔잔한 색채의 정통 아리타 도자기에 비해 화사하고 파격적이다. 과거의 전통에 묶이지 않고 현대적 감성과 모던함을 과감하게 매치하는 모습. 색종이처럼 선명한 색은 주전자와 사발, 컵과 접시, 조미료 통과 찬합에 공식 없이 더해진다. 몸통 부분을 자기로 입힌 오프너, 자기로 만든 와인잔, 모기향을 놓는 ‘모기향 접시’, 붓대가 자기로 된 붓 등은 다른 전통 도자기 가문과 겐에몽을 구별하는 기분 좋은 센스다. 물론 ‘억’에 가까운 작품 또한 부지기수다. 중국어로 ‘파란 꽃’이란 뜻이며 일본어로 ‘파란색으로 물들이다’라는 뜻인 소메쓰케 기법으로 만든 청화백자는 호수처럼 차분하고 그윽한 기품을 품고 억대의 금액에 거래된다. 겐에몽의 7대 주인인 쇼지 카네코 Shoji Kaneko는 말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비법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초벌구이, 재벌구이 등을 거치면서 범위를 달리하며 파란색을 덧칠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림에 입체감을 입힐 수 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갈수록, 그 정성이 고스란히 아름다움으로 발현될수록 도자기의 값은 비싸진다. 비싼 물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면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내 자기의 특징은 참신한 다채로움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39581%2F1168415147151.jpg) 1,2,3,5 와인 사기잔에서부터 밥그릇과 장식용 접시, 찻그릇까지. 겐에몽의 ‘강점’은 다용도의 생활자기에 있다. 4,6,7 겐에몽의 7대 주인 쇼지 카네코의 말이 생각난다. “내 자기의 핵심은 참신한 다채로움이다.”
공방의 분위기는 이색적이었다. 볕 잘 드는 창문 쪽으로 자리를 잡은 이들은 섬세하고 진지한 손놀림으로 주조와 채색 등 각자의 작업을 진행한다. 그 집중의 순간은 정확히 50분 동안 계속된다. 10분간 쉬는 시간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공방에는 우리가 학창 시절 들었던 종소리가 울린다. “땡~ 땡~.” 종소리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허리를 펴고 녹차를 마시던 공방 사람들은 다시 붓을 잡는다. 이방인의 눈에는 깜짝 놀랄 만큼 획일적이고 예민한 분위기지만 그런 몰입과 집중이 아니면 ‘겐에몽 표 도자기’는 만들 수 없어 보인다. 주소 佐賀縣 西松浦郡 有田町 2726번지 문의 (0955)42-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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