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게을러 이제야 게시판 글쓰기를 하네요. 죄송.
중묵처사님, 고 보살님, 문 처사님 모두 잘 지내시는지요.
아지와 귀정이, 그리고 야옹이도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긴 시간 몸과 마음을 그곳에 놓고 와서인지
서울 생활이 잘 적응 안될 때도 있습니다.^^
고마운 인연 늘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일전 모임 때 앞으론 이곳 게시판을 활용해
내용 공유하자고 했었죠.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현재 쉼터는 알음알음으로 꼭 필요한 분들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쉼과, 재충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의 공간으로
쉼터가 잘 자리 잡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연이 된 몇 분이 먼저 모여 초동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조금씩 알려나가고 있고
몇 분이 쉼터를 거쳐가시거나, 쉬고 있기도 합니다.
쉼터 준비 일환으로 올해 두 채 정도의
흙집을 더 짓기로 하고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쉼터로 쓸 수 있는 공간이 4칸 정도 밖에 안돼서요.
그 진행과정은 앞으로 이 게시판을 통해 공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초동 기금은 고맙게 귀정사에서 내주셨고
짓는 일은 산내에 계신 순이네 팬션 오세득 님과 이웃 장병관 님의 벗들,
그리고 진안에 터를 잡고 있는 서창희 님께서 한 채씩을 맡아 지어주시기로 했습니다.
집 짓는 일정과 과정도 오픈해서 일손 거들어주실 분들이 계시면
함께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흙집 짓기도 배우고, 사회연대 쉼터가 서로의 힘으로
잘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힘 보태주시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바래 봅니다.
... 간단한 보고는 이만 마치고...
운영위원님들께서도 관련 내용이나 준비 사항
이곳에 올려 공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참, 저는 시를 쓰는 송경동이라고 합니다.
이왕 쓴 김에 작년에 귀정사에서 쉬면서 쓴 시 한 편 올려 봅니다.
귀정사, 강아지 3대를 위하여
지친 몸을 의탁하고 있는
남원군 산동면 만행산 골짜기 귀정사
강아지 둘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처음 왔을 때 요사채 디딤돌을 밟고도
방문 앞 석축을 오르지 못해 낑낑대던 예쁜 새끼강아지 넷은
얼마 후 여기저기에 나눠 보내졌었다
이제 갓 젓 뗀 새끼들이 그리워
둘이 함께 길을 나섰나
십수년 함께 산 얘들이라
길을 잃을 리는 없을 건데
이제 영영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라는 공양간 할미도
이 산골에서 키운 네 자식을
모두 대처로 내보냈다고 했다
밥 얻어먹을 때도 없을텐데
서리 내리는 초겨울에
집 떠나 어디서 웅크리고 자나
나도 그렇게 집 떠나온지 한참 되었다는
슬픈 생각에 잠겨서인지
그들의 출가가 못내 쓸쓸하다
은행이 다 떨어져 초겨울비에 젖어가도
누구 하나 주울 이 없는
이 외로운 절간일망정 그립진 않을까
자꾸 뒤돌아보며 이 산길을 내려가진 않았을까
그들이 가닿은 길이
부디 저 먼 우주의 어느 샛별이거나
은하수 곁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 그렇게 작년 초겨울 아리와 귀정이는 귀정사를 떠났었습니다.
귀정이는 5년쯤 되었고, 아리는 십수년동안 귀정사를 지켜온 친구여서 모두 걱정들이셨습니다. 근처 몇 킬로 반경엔
마을도 몇 개 없어 더 찾을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열 며칠만엔가 귀정이 혼자 돌아왔었죠.
아리는 아마 세상을 떠났는가보다고 슬퍼했었는데, 올해 4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근 5개월여만에 아리가 돌아온 것입니다. 한쪽 다리는 심하게 다쳤다가 아문 듯 아예 구부러져 펴지지조차 않는 몸으로,
거기다 옆구리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까지 있었죠. 내장이 보일 정도였다는.... 그런 몸으로, 세 다리로 절뚝거리며 돌아온 아리.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남원 지방은 아마 전국에서 제일 눈이 많이 온 곳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내내 눈이 덮여있었죠. 근처엔 인가도 별로 없는데... 어느 곳을 헤매다 몇 개월만에 돌아왔을까요. 참 눈물겨운 일이었습니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이곳을 찾아 얼마나 수많은 곳을 떠돌았을까요. 얼마나 이곳이 간절했을까요.
위 시는 초겨울 아리와 귀정이가 사라지고 며칠 후 마음이 아파 써봤던 시입니다.
매일 밤 제 방문 앞을 지켜주던 그들이 없어지자 무슨 오래된 벗들을 잃어버린 듯 슬펐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미물들, 생물 하나, 새 소리 하나, 사람 목소리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배우던 귀정사였습니다.
마음 다치거나, 지치거나, 반성과 재충전과 새로운 모색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많은 분들께
이 귀정사가 제게 그랬듯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물소리, 새소리...떠들썩하더군요
뭇 삶들에 눈길을 주는 시, 삶.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