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설주의보 – 강상돈
누군가 왔다 갔나, 창문 흔드는 소리
기척 없는 방안엔 고요만이 내려앉고
몸단장 할 새도 없이 집배원은 그리 갔다
난데없는 비바람이 새벽을 밀어낼 때
가슴에 응어리진 속사정도 들춰내어
천지간 풀어놓는다, 아픈 상처 보듬으며
예전엔 몰랐었네, 애간장 태운 시간
참았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한 사흘 눈이 내린다, 눈물이 새하얗다
♧ 선원 영탑에서 – 강태훈
어느 날 저녁 무렵
아득히 들려오는 예불 소리
지난 날 아내의 절절한
기도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네
눈썹 닮은 초승달이
머뭇머뭇 서천으로 지고 있다
♧ 취하고 싶은 이유 – 곽경립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할 때
나는 마음이 아프도록 화가 날 때
나는 목이 메일 만큼 서러워질 때
나는 너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술이 몹시 그리워진다.
♧ 마음 – 곽은진
사랑하는 마음도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기우는 마음은 중생심이고
비우는 마음은 보살의 마음이다
당신이 나에게만 기울지 않는 마음을
기꺼워하는 것은
중생심을 넘어선 보살심인 까닭이다
당신 곁에 그들이 있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밉지 않은 것은
나도 당신도 그들도
모두 중생과 보살을 오가는
그 마음 가운데
하나로 있기 때문이다.
♧ 木魚 – 김대봉
목탁을 치는 중생
풍탁 칠 줄 알까 몰라
어쩜 저 물고기처럼
추녀 귀에 매달려서
죽어도
눈감지 못할
풍경소리
낼까 몰라
*혜양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2년 하반기 제1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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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목어, 김대봉외
하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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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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