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우리나라

[녹림처사]

♣ 폴란드와 우리나라 ♣

1944년 8월 1일 독일군 점령하에 있던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저항군(국내군)이 일제히 봉기했어요

소련군이 독일군을 격파하면서 바르샤바에 접근하자 자력(自力)으로

독일군을 몰아내고 소련군 진주 전에 자주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였지요

이것이 바로 2차 대전 당시 최대 규모의 봉기로 불리는 ‘바르샤바 봉기’였어요

하지만 파죽지세로 독일군을 격파하며 진격하던 소련군은

바르샤바로 진입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폴란드 동부 지역에 머물렀지요

이는 반공(反共) 성향이었던 폴란드 저항군이 궤멸되길 바랐기 때문이지요

소련군의 방조 아래 독일군은 60여 일 동안

바르샤바를 말 그대로 초토화 시켰어요

바르샤바 독일군 사령관 하인리히 힘러는

“바르샤바를 완전히 뭉개버려라.

도시에 건물이 하나라도 남아있어선 안 된다”고 명령했지요

이에따라 독일군은 건물의 벽돌 한 장까지 부쉈다고 하지요

바르샤바의 85%가 완전히 파괴됐고 저항군 1만6000여 명,

민간인 20여 만명이 사망했어요

이에 앞서 폴란드는 18세기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프로이센 왕국,

러시아 제국, 오스트리아 등 주변 강대국에 의해

영토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었지요

가장 비극적인 것은 1939년 나치 독일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독·소 불가침 조약에 따라 영토가 양분된 것이었어요

그해 10월 폴란드를 양분한 독일과 소련은

유대인을 비롯한 폴란드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민족성 말살 정책을 폈지요

독일은 점령 초기 3개월 동안 6만1000여 명에 이르는

폴란드 정치인, 장교, 지식인, 성직자 등을 처형했어요

335만명에 이르던 유대계 폴란드인들은 90% 가까이 학살당했지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이때 만들어 졌어요

소련도 1940년 장교, 지식인 등 2만2000여 명을 처형한

카틴 학살 사건 등을 저질렀지요

이처럼 폴란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주변 강대국의 침입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영토가 분할됐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가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 K9 자주포

초도(1차) 물량이 도착했을 때 폴란드 대통령이 바르샤바에서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항구 부두에까지 직접 나와

환영식(인도식)을 하였지요

이번에 도착한 한국산 무기는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4문이지요

우리가 수출하는 전체 물량(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임에도 성대한 환영식을 개최했어요

보통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무기체계가 본격적으로 전력화됐을 때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지요

더 나아가 며칠 뒤 열린 K2 전차의 폴란드 일선 부대(20기계화보병여단)

인도식엔 폴란드 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참석했어요

얼핏 보면 다소 과도해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폴란드의 아픈 역사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하지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폴란드인들은 무엇보다 2차 대전 때의 악몽을 떠올렸어요

우크라이나 침공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고 판단한 폴란드는

자국군이 운용 중이던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을 대거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요

이에 따른 주력 무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무기 도입을 서둘렀어요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성능도 우수하지만 수개월 안에 1차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나선

한국이 있었지요

폴란드 국방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만이 폴란드군이 원하는 시기에 우수한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어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이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한국 무기 환영 행사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 데서 잘 나타나 있지요

폴란드 군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외침(外侵)에 시달렸던

한국의 역사를 거론하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역사적으로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국과 폴란드는

초유의 대규모 무기 거래를 통해 운명 공동체가 돼가고 있지요

그러면 폴란드 무기 수출은 이제 안심해도 될 만큼

안정 궤도에 접어든 것일까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어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폴란드가 우리 무기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기술 이전, 현지 공장 설립 등에 호의적이라는 점인데

서로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어 양국 업체들이 협상 중이지요

여기서 타협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폴란드를 거점으로

동유럽 등 유럽 시장에 우리 무기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느냐의

성패가 달려 있어요

31개 업체를 거느린 폴란드 최대 방산 업체 PGZ 회장이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 참여 의향을 밝힌 것도

우리에겐 고무적인 소식이어서 더욱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지요

폴란드 관계자들도 한국 무기가 폴란드와 함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EU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양국이 상생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강조하고 있어요

전략가들은 더 나아가 양국이 유사시 무기는 물론 탄약 등도

상대방에 공급하는 군수 보급 기지로 발전시킬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남북간 전면전 발생 시 창원 등에 있는 우리 방산 업체들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조기에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지요

폴란드가 우리와 같은 전차, 자주포 등 무기와 탄약을 갖게 되는 만큼

비록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유력한 보급 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군수보급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전을 통해서도 재확인되고

있는 실정 이지요

폴란드는 냉전 시절 나토에 대응하는 구소련 군사동맹의 명칭이

‘바르샤바조약기구’였을 정도로 동구권의 중추국이었어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공산 측 대표 2국 중의 하나가 폴란드 였지요

그런 폴란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성공 사례인 우리와

새로운 차원의 동반자가 되고 있어요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지요

이는 윤석열 정부의 쾌거가 아닐수 없어요

그 만큼 우리의 국력이 동구권을 지나

이제는 전 세계로 뻣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앞으로 폴란드를 비롯하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우리의 발길을 기다리는 곳이 너무도 많아요

이 참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선진국다운 선진국이 되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