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역사(役事)
유월땡볕에 감천이 고갈인데
선주고을 최 동녘 남산골엔
밤을 낮 삼아 역사가 한창이라
횃불아래 불도저 굉음일랑
운동횟날 행진곡쯤으로 삼고
올망졸망 조무래기들은 거저
잔칫날보다 더 신명이 났다.
큰대문집 정식이는
고무신 떠내려 간 것도 모른 채
익지도 않은 수박서리에 한창이고
사시사철 목 삐딱한 욱이는
처녀애들 멱 감기만 기다렸다.
이윽고 한나절 퍼 대던
한 귀퉁이 떨어진
플라스틱 바가지만한 달이 냉산 우에
떠오를 쯤에
팔개는 산수숙제 땜에 집으로 가고
승구도 귀가 잡힌 채로 지 누부한테 끌려갔다
횃불이 바닥난 기름 땜에 꺼지고
낼은 불도저도 망정으로 간다는데
군청 뜰로 몰려가 대모라도 할거나
두런두런 모여든 남정내들의 걱정은
물뿐이다.
흡족한 비만 내려도 다 메워질 강바닥 물길을
언제까지 파고 또 파야 하나
면장한테 사오학년이라도 지원받게 해볼거나
교장한텐 오학년 여학생도 괜찮다고 할거나
이장의 골진 이마가 중천에 떠오른 달빛에도
검게 탄다.
콤푸래사 기사가 끝내 기름 손을 닦으며
아무래도 김천이나 대구로 나가야
동력이 붙을 것 같다는 말에
마을 머슴들이 먼저 벌러덩 나자빠졌다.
강변에 매 놓은 소떼들이
막 되새김질할 쯤 해서
인근 읍내에서 통금 사이렌이
뚜, 앵, 뚜, 앙 하고 울었다.
2007.6.16.빙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