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2)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죽음이란 놈은 자전거를 타고 오는 두 사람의 순경이 될 수 있는 일이고 또 새(鳥)가 될 수도 있는 것이야. 하이에나와 같은 커다란 코를 가진 놈일 수도 있단 말이야”
바야흐로 죽음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는 형상도 없다. 다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죽음 쫓아달라고 그녀에게 말하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죽음도 이제는 그를 점점 더 무겁게 압박해 왔다.
아침이었다.
날이 밝은지 오래 되었다. 그는 비행기 소리를 들었다.
비행기는 저공으로 두 번 원을 그리더니 수평을 유지하면서 사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에게 걸어온 사람은 옛 친구 캄프만 이었다,
“대장 어떻게 된 일이야” 캄프만이 물었다.
“다리를 다쳤어”그가 대답했다.
“우선 대장님을 태우고 가죠. 그리고 부인을 모시려 다시 오겠네 ” 말 남기고 비행기에 올라 조정키를 잡았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평원도 이제는 뿌연 황색일 뿐 이였다.
짙은 녹색의 나무가 솟아 있는 산위를 넘고 대나무가 무성한 비탈진 산위를 날았다,
열기 때문에 대단히 덥고 평원은 보랏빛을 띤 갈색으로 보이며 비행기의 요동은 심했지만 캄프만은 해리의 타고 있는 모양을 보려고 잠시 뒤돌아보았다,
그 때 거무스름한 산맥이 눈앞에 솟아 있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체로 친 듯한 핑크빛의 엷은 구름이 땅위 공중에 머물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눈보라의 첫눈과도 같았는데 곧 남방으로부터 날아온 메뚜기 떼라는 것을 알았다.
메뚜기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동쪽으로 향해 날고 있는 듯이 보였다.
잠사 뒤 비행기의 주위가 어두워지고 폭풍우 속으로 들어갔다. 비가 굉장히 쏟아져서 마치 폭포를 뚫고 나는 것 같았다. 그곳을 마침내 빠져나왔다.
캄프만은 뒤를 돌아보면서 상긋 웃고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양쪽이 넓은 거대하고도 늪은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꼭대기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는 만큼 희게 빛나고 있었다.
순간 자기가 가고 있다는 곳이 바로 저곳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 그 때 하이에나가 밤에 울던 컹컹 소리를 그리고 이상하게 인간같이 거의 우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불안해 몸부림 첬다.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롱아일런드의 자기 집에가 있었다.
그날은 그녀의 딸이 사교계에 처음나가기 전날 밤이었다.
어찌된 셈인지 그녀 아버지가 그곳에 나타나 법석을 떨고 있었다.
그때 하이에나가 너무 큰 소리로 울었기 때문에 그녀는 번쩍 눈을 떴다. 잠시 동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불안해졌다.
그래서 회중전등을 손에 들고 해리가 잠든 뒤에 들어 놓은 또 하나의 침대를 비추어 보았다.
모기장 아래의 그의 몸을 볼 수 있었으나 어찌된 셈인지 다리는 모기장 바깥으로 내밀어져 침대에서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붕대가 풀어져 있어 그녀는 그것을 쳐다볼 수 없었다.
“ 몰로” 하고 그녀는 소리쳤다.
“몰로, 몰로.” 그리고 그녀는 “ 이봐요 해리! 해리!” 하고 불렀다.
이어서 그녀의 음성이 높아졌다. “해리 아아 해리!”
대답이 없었다. 그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텐트 밖에서 하이에나가 전에 여자의 잠을 깨웠을 때와 같은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슴이 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도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다.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눈” 작품에서 “해리”라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고 과거의 아름다웠던 여자들과의 생활에 대립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소설로 나타낸 것이 아니가 싶다.
해리는 영양을 쫓다가 그만 가시에 무릅을 긁기고 만다. 그런데 그 가시가 독가시인 줄 모르고 상처를 소흘히 치료하다가 그만 넓적다리까지 썩어들고 만다.
그로인해 죽음의 공포까지 얻게되고 결국 파리로 후송된다.
이 소설을 쓴 시대가 작가의 어느 나이 연댄지는 몰라도 큰 맥락은 마지막 부문 해리가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되돌아가는 장면세서 눈덮힌 높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곧 자기가 죽음을 앞두고 내려다보는 불교에서 말하는 저승의 수미산을 연상했을 것이고 하이에나의 울음소리는 곧 저승자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음을 형상한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물론 현지에 남아있던 그녀도 꿈속에서 해리의 죽음을 암시하는 꿈을 꾸며 몸부림치는 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영감이며 신의 예시가 아닐까 싶다.
헤밍웨이는 세계문학계 거장답게 그의 글을 읽고서도 이해가 쉽지 않은 문맥들이 많아 시간을 두고 음미해야만 그 진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헤밍웨이는 1899년 미국 중서부 시카고 교회 작은 고을에서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와 음악애호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천성으로 예술적 기질을 타고 났다
소년시절부터 공부보다는 낚시, 사냥, 축구, 수영 등 스포츠에 더 취미를 가졌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917년 1차세계대전 중 참전하였고 그 이듬해에는 중위로 적십자에 입대하나 이탈리아전선에서 부상당해 밀라노야전변원으로 후송 되 그곳에서 독일계 미국인 간호사와 열렬한 사랑을 하였으나 여자의 산상의 이유로 결혼거절하자 큰 충격에 빠지나
훗날 “무기여 잘 있거라(1929년작)” 로 유명작가가 된다.
1930년에는 그 유명한“누구를 위햐여 종을 울리나” 와 1952년 “노인과 바다” 로 노벨문확상(1954년)을 수상한다.
만년에 건강 좋지않아 1960년 들어 고혈압으로 병원에 입원 고생하다가 이듬해 6월 엽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 하고 만다.
하지만 그는 많은 불후의 작품을 남겼기에 지금도 우리들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고 살아 남아 있는 것이다.
2011. 12. 4. 금 치
첫댓글 "킬리만자로의 눈" 을 완독한 느낌이 드네..
시력때문에 긴 글을 읽지 못하는데 금치 덕분에 장편소설을 쉽게 접하게 되는구먼.
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올려서 카페를 풍성하게 해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