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꿈을 믿습니다.
우리 교가에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이라고 노래했는데,
올 해 만큼 이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으며 절실한 때도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지난 2월 21일 우리는 아홉 번째 졸업식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224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아울러 새내기 가족 41명이 학교의 구석구석을 푸릇푸릇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과연 그동안 우리가 꿈꾸어 왔던 철학이, 교육이 어떻게 채워졌을까? 염려와 기대가 교차됩니다.
올 해 열두 해째, 지식의 전달 보다 삶을 가르치려고 애써왔는데
외송을 떠나는 우리 아이들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부푼 꿈과 기대를 가지고 이 간디학교를 찾아왔는데
3개성상을 지나면서 자신들의 꿈을 찾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갑자기 풋풋한 신입생들에게 눈길이 갑니다.
어느 한 해 소중하지 않고 바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지난해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학교 수업이 느슨해 진 것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
교사 연수 주제를 ‘수업’으로 정하고 1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에는 17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일본 ‘배움의 공동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올 해는 무언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새롭게 개학한다는 심정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의 변화, 질적인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올 해 그동안 연수해 온 ‘배움의 공동체’를 우리식으로 적용하려고 합니다.
학교의 본질은 교육입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수업입니다.
수업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다른 활동들이 무색해 질 것입니다.
그래서 올 해부터는 수업도 공강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의 관점도 우리 교사들의 시각과 입장이 아니라
배우는 우리 아이들의 시각과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게 할까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고, 배움의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대안교육은 ‘기다리는 교육’ 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느리더라도 함께 걸을 수 있는 간디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들이 꿈과 희망의 노래가 되는 교육과정이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9년 3월 교장 박기원
2009학년 학교교육계획 속에 담긴 교장 샘의 여는 글을 여기 옮겼습니다.
가장 최근의 말씀을 접할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교장 샘은 이번 4월 30일에 학교를 떠나십니다.
퇴임하시면서도 별다른 말씀 없이 조용히 가실 것 같아서, 미리 전해들은 제가 여기에 공지를 하는 겁니다.
며칠 안 남았지만 학부모된 마음을 전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정관에 교장의 임기는 4년이고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2006. 3월에 취임하셨으니까 임기는 1년 더 남아 있지만,
그동안 힘든 일 많이 겪으시면서 이번에 학교를 위하여 마음의 정리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정인이라는 필명을 쓰셨던 황광우(‘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의 저자) 의 글에
이런 게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역사처럼 냉정한 것이 없다. 우리는 보통 역사적 사명의식을 (내가!) 갖고,
역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내가!) 결단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역사가 당신을 불러 임무를 맡기는 것이며, 당신이 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 같으면
역사는 가서 쉬라고 역사의 무대에서 당신을 내보내는 것이다.”
아무도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다 그 역사라는 것에 이끌려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가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떠나시는 교장 샘에게도 하느님의 평안과 인도하심이 늘 함께 하실 걸 믿습니다.
첫댓글 그렇군요. 마음이 아픕니다. 나름대로 참 열심히 간디의 정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