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숲길을 걷다
새벽에 일어나니 일근 형님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별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없어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다.
일근 형님이랑 같이 사진을 찍었다.
장노출과 인물 사진을 같이 찍는 걸 보고
사진의 세계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이번 트레킹도 밤하늘의 별을 정말 많이 본다.
협곡 사이로 난 하늘에 왠 별이 이렇게 많은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찾아 온 사람처럼
마냥 즐겁게 사진을 찍고 텐트 속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길 떠날 준비에 바쁘다.
계곡의 습한 기운 때문에 텐트도 침낭도 모두 축축하다.
식사를 하고 7시 50분 출발했다.
오늘도 미약디 강을 따라 다리를 건너고 수풀이 무성한 밀림 속을 걷는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이 반복되고
햇빛이 들지 않은 진창길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업-다운이 심한 밀림 숲을 걸으니 지루하다.
호쾌하게 펼쳐진 히말라야의 산을 보는 게 아니어서다.
게다가 비도 오락가락 하며 나그네를 힘들게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3시간 쯤 가자 탈리트레(Talitre) 라는 티숍이 나온다.
사람은 없다. 미리 도착한 우리 주방팀이 점심을 만들고 있다.
배낭을 풀고 쉬고 있으니 체코 청년들이 지나간다.
큰 배낭을 메고 가는 그들의 젊음이
벌써 부러울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살라가리로 나섰다.
조금 가니 산사태 지역이 나온다. 산사태가 나 개울이 형성됐다.
다울라기리 가는 길은 물이 많다.
그래서 폭포도 많고 곳곳에 계곡물이 흐른다.
널따란 계곡에 체코 청년들은 훌러덩 웃통을 벗고 땀을 닦고 있다.
조금 아래에서는 체코 처녀도 속옷만 걸친 채 땀을 씻고 있다.
이들은 여기서 점심을 해 먹고 올라올 것이다.
냇물을 건너 다시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에 구름이 쫙 덮이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배낭 커버를 씌웠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히말라야에 비를 만나니
산이 깊은 건지 기상이변인지 모르겠다.
1시간쯤 내리던 비는 그치고 밀림 숲길이 이어진다.
습한 지대라 진창길이 많다.
오르내림을 계속하다 아름드리 나무가 쭉쭉 자란 언덕을 오르자 살라가리다.
아름드리 나무를 몇그루 잘라 눕혀 만든 공간이 살라가리 캠프사이트다.
오두막이 두 채 있는데 위쪽에 있는 롯지는 비어 있고 아래쪽에만 사람이 있다.
이 오두막이 호텔이다.
침대도 없고 문도 없고 나뭇가지와 풀로 얼키설키 엮어놓은 벽이 전부다.
바닥도 풀이 깔려 있고 두서너 명 누울 공간은 되어 보인다.
이 곳에 화덕도 있어 음식도 만들고 추위도 녹인다.
이런 롯지도 캠핑 장비가 없는 사람에게는 호텔일 것이다.
다울라기리 트레킹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된 롯지는 구경할 수가 없다.
점심을 먹은 탈리뜨레에서 1시간30분 걸렸다.
오늘로 3천미터 높이까지 올랐다.
시간상으로는 이탈리아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지만
고소 적응을 위해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캠프사이트가 비좁고 화장실도 없어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팀과 체코 청년들은 이탈리아 베이스캠프로 갔다.
우리는 하루 먼저 간 이들이 독일 팀과 힘을 합쳐
눈 속에 막혀 있는 프렌치패스를 뚫어주기를 소망해 본다.
한낮이지만 쌀랑해 모닥불을 피우고 시간을 보낸다.
비는 그치고 구름이 쉼 없이 하늘을 덮었다가 사라진다.
저녁이 되자 그 많던 구름도 다 사라지고 하늘이 나타난다.
롯지 주인이 다울라기리 1봉이라고 가르쳐 준다.
이 롯지에는 아들이 올라와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 보인다.
마을에 있는 집과 이곳을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와서인지 반가운 모양이다.
아무 놀거리가 없는 곳이어서 나무 부서러기로 집을 만든다.
손재주가 좋다. 똘똘하다.
우리가 텐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은지
꺼져가는 모닥불에 계속 나무를 가져와 불을 피운다.
참 사람이 그리운 곳에서 사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형님 사진 보고 있으니 가고 싶어 죽겠네요~~T.T
ㅎㅎ
시간내서 다녀와~^^
그러게 여기도 후기가 있네? 나도 또 가고 싶어라^^
백파랑 닭알이랑 다음주에 송년회에서 가볍게 한잔해야지.
궁대장님!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다울라기리 트레킹을 무사히 끝냈더군요~
행운이 함께한 걸 축하드립니다~^^
ㅉ. ㅉ. 아까운 상황버섯 3개 정말귀한 히말의버섯인데.
따서 가지고 왔는지요.
자연보호 하고 왔습니다.ㅎㅎ^^
다울라기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