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주 작은 베개의 나쁜 주인
만수 할아버지가 아주 작은 베개를 하나 가져왔다. 천원을 주고 샀다. 그리고 자세히 봤다.
“어린이 것일까?”
“이렇게 작은 베개를 누가 베고 잤을까?”
“멍멍!”
강아지가 베고 자던 베개이다.
“넌, 누구니?”
“멍멍, 저는 해피라고 하는 강아지 베개예요.”
“그렇구나.”
“오늘 아침에 주인이 저를 한강에 버렸어요. 강아지해피도 집과 베개도 모두 버렸어요. 그런데 해피는 사람들이 걷는 길을 계속 걸어갔고 저는 쓰레기통에 버려졌어요.”
“해피를 버려?”
“네, 아주 예쁜 아가씨가 주인인데 해외여행 간다고 하면서 해피를 버렸어요.”
“나쁜 주인이구나?”
“네, 이 베개로 해피를 때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해피가 아파서 울기도 했어요.”
“강아지를 때린단 말이야?”
“네, 주인아가씨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때려요. 해피는 집에 혼자 있다가 심심하면 휴지를 물어뜯는 버릇이 있거든요.”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놔서 속상하다고 때리고 말 안 듣는다고 때리고 그래요.”
“그럼, 강아지를 키우지 말지.”
“어느 날은 해피를 안고 또 울어요. 외롭다고 하면서.”
“주인이 이중인격자구나?”
“맞아요.”
“그럼, 해피는 지금 어디에 있지?”
“모르겠어요. 여의도 방향으로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작은 베개에서 강아지 이야기를 들은 김사장은 가슴이 아팠다.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다니 한심한 인간이다. 그렇다고 지금 해피를 찾으러 갈 수도 없다. 해피가 무사하기를 바랄뿐이다.
해피 이야기를 들은 김사장은 기분이 우울해졌다. 항상 좋은 이야기만 들을 줄 알았던 게 잘못이다. 앞으로 300개가 넘는 베개 이야기를 들으면 또 얼마나 슬픈 이야기가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두렵기까지 하다.
해피 베개를 수돗가에 가서 깨끗이 씻어 주었다. 그리고 햇살이 가득한 울타리 위에 널어 놨다.
“잘 마르고 보자.”
“네.”
김사장은 맑은 하늘을 한 번 쳐다보더니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성북동 마님 베개를 안고
“누가 강아지 버렸다고 하는 데 어찌해야 할까요?”
“걱정하지 마. 예쁜 강아지이니 좋은 주인 만날 거야.”
밖에서 김사장이랑 강아지 베개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성북동 마님은 해피를 걱정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주인 만날까요?”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에게 뭘 더 바라겠어.”
“개들은 똑똑하니까 금방 좋은 주인 찾아갈 거야.”
“그럼. 좋겠어요.”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키울 사람을 찾아서 주던 지 아니면 반려동물 농장에 보내야 한다.
해피가 무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