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무소유(無所有)」
스산함~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옷깃에 느껴질 때 문득 눈에 띈 <법정>스님의 「무소유」-
그의 유언으로 더욱 향기가 짙어진 책-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
우선 소소한 일상의 느낌을 소탈하게 적어 낸 간결함이 보인다. 40 여 년 전의 시대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 생활상의 경험이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고민이 명맥을 유지하며 이어온 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근원적 고민은 존재에서 든 관계에서 든 영원하다는 것이 아닌가.
세상이 주는 느낌을 남긴 잔잔한 여운. 시간이 흘러도 그가 숨 쉬었던 공간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 사물이나 인물이나 아니 모든 부딪힘에서 오는 감정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과 관점, 그가 나지막하게 설파했던 것이 현재에도 기본으로 삼고 바탕이 되는 존재론적 실체인 것이다.
또한 글 순간순간 인생의 진리를 말해 주는 대목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본래(本來) 무(無)일(一)물(物), 공수(空手)래(來) 공수(空手)거(去)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손해란 있을 수 없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 조용하지만 극명한 울림이 살아가는 길의 등불이 되고 생활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지침이나 모토로 삼게 한다. 그것은 장황하고 딱딱한 이론적 근거라기보다 그가 겪었던 일상에서의 인간적 감회와 따뜻함에서 우러나온 진실 된 깨달음이다. 그래서 더욱 감동이 되고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살아가면서 옥죄이고 얽매여 버리게 만드는 욕심들, 이것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함께하기, 더불어 살아가기, 여유와 나눔이라는 우리네 인생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교감할 수 있었던 법정의 이야기-
울긋불긋 형형색색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가을의 털어버림과 무소유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고 도는 자연의 이치- 이 흐름이 유지되기에 법정은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이다.
가을 날, 마음을 울리는 감동 속에 먼저 스스로의 정신을 다져보게 하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