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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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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주연 기자, 친구, 소헌 따님
필자는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파리의 상징이라면 에펠탑이고, 우리 일행도 파리에 도착해 제일 먼저 에펠탑을 보러 갔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파리에서 넓은 벌판 위에 우뚝 서 있는 에펠탑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마치 이집트의 모래벌판에서 피라미드를 마주할 때 느끼는 압도감 마저 느낄 수 있었다.
며칠 후 불빛 쇼를 보기 위해 밤 시간에 다시 찾은 에펠탑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밤에 본 에펠탑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를 즐기는 파리지앵들과 어우러져 낮과는 사뭇 다르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This is life!”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하는 달콤한 여유가 마치 에펠탑의 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파리지앵들이 가장 사랑하는 건축물도 바로 이 에펠탑이다.
그런데 1889년 에펠탑 건축 당시만 해도 파리시민들, 특히 파리 예술가들의 에펠탑에 대한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건축 정책으로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잘 보존하여 온 파리에서 갑작스럽게 높은 탑을 쌓아 올린다고 하니 그 당시의 파리 시민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지금도 옛 건축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고층 건물을 찾아보기 힘든 파리다. 그러고 보면 오래된 낮은 건물들로 특징지어지는 파리라는 도시에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높은 에펠탑이 대표적 상징물이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그 동안 수없이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파리만큼 특별한 도시를 본적이 없다. 또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러기에 파리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도시가 되었다. 파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이 에펠탑도, 오래된 건물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그것이 ‘보존과 마케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의 보수적인 정책과 파리 시민들의 고집스러움이 파리의 구석구석을 수백 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켜내고 있다.
파리에서는 300년 전통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늘 아침 무심코 지나간 거리에 ‘데카르트’의 생가가 있고, 오늘 점심을 먹은 그 레스토랑이 벨에포크 시대(Belle Epoque) 엘리트들이 점심을 먹던 그런 곳이다. 또 오후에 잠시 차를 즐기기 위해 들렸던 그 카페가 피카소가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던 바로 그 카페라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은 곳이 파리다. 파리는 옛 장소를 잘 ‘보존’했고, 파리 시민들은 그곳에 ‘이야기’를 더했다. 그래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피카소의 단골집에서 커피를 마시러 찾아오게 되었다.
파리는 보존과 마케팅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조합을 보여준다. ‘스트럭쳐와 콘텐츠’의 앙상블이다. 파리는 오래된 스트럭쳐인 기차역(하드웨어)에 미술품(소프트웨어)이라는 콘텐츠를 채워 ‘오르세 미술관’을 탄생시킬 줄 아는 그런 도시다. 에펠탑이라는 하드웨어에 불빛과 야경이라는 콘텐츠를 더한 후 단 5분간만 불빛 쇼를 보여주는 놀라운 마케팅의 능력을 가진 그런 도시다. 그 단 5분간의 특별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에펠탑을 찾아갈 것이다. 이렇게 매일같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파리라는 도시를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이렇게 파리는 ‘보존과 마케팅’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 특별한 이유도 잘 보존된 수없이 많은 낮은 건물들 때문이다.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면 에펠탑의 경이로운 모습도 분명 힘을 잃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도 잘 지켜내야 하는 전통적인 것들이 있고, 그것에 새로운 가치가 더해질 때 멋진 문화로 태어날 것이다. 파리시민들이 에펠탑을 끌어안았듯 우리의 아집이 깨어진 자리에 더 좋은 가치가 세워진다면 의외의 놀라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늘은 내가 새롭게 끌어안아야 하는 에펠탑이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굿뉴스울산 서울주재기자, 청담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