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3월 11일) 글감 안내-'시작' / 이훈
다음 주 글감은 '시작'입니다. 우리는 뭘 시작하고 끝내면서 의식(儀式)을 치릅니다. 생일, 명절,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에서부터 장례식이나 제사에 이르기까지 거창한 행사는 물론이고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저녁에 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는 개인적인 차원의 소소한 일도 이런 의식의 일종입니다. 왜 이런 행사를 벌일까요? 한마디로, 제대로 잘 하려는 마음이 시킨 일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해서 나중에 생각해 보면 했는지 말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을 되도록이면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거지요. 그래서 가끔씩은 '왜 날마다 밥을 세 번씩이나 먹어야 하지?' 하는 질문도 던져야 합니다. 왜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이래야 사람이니까요.
어제부터 정식으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내 말을 듣고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분은 내 거친 말투에 지레 겁먹고 괜히 수강 신청을 했다고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 보지 않은 것을 시작하면서 으레 느끼기 마련인 설렘과 두려움이라고 여겼으면 합니다. 단언컨대, 가치 있는 일치고 쉬운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우니까 오히려 해 볼 만하다고 용기를 내기 바랍니다.
생각해 보면 순간마다 우리는 시작하며 삽니다. 늘 지나다니는 길에서 우연한 기회에 여린 싹을 내미는 풀을 눈여겨본다면 그게 바로 내 눈이 뭔가를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것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내 눈의 이런 의식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길은 그냥 있는 배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글이야말로 시작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쓰자면 질문해야 합니다. 어제도 강조했습니다만 질문은 새롭게 보려는 열정과 호기심이 없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눈과 가슴을 열고 세상과 만납시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력의 날개를 펼칩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마음은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막 걷기 시작한 어린이를 생각해 봅시다. 송아지처럼 태어나자마자 걷는 아이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고 나서야 겨우 뒤뚱뒤뚱 발을 떼기 시작합니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성공한 아이와 그걸 지켜보는 부모의 감격과 놀라움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지 않은가요! 이런 마음으로 시작합시다. 좋은 글을 한 편 쓰고 난 다음의 기쁨을 미리 꿈꿔 봅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경험이 깨닫게 해 준 경고이자 지혜이기도 합니다. 왜 굳게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겨우 사흘도 안 지나 끝나고 말까요? 습관의 두꺼운 벽 때문입니다. 여러 해 걸쳐서 첩첩이 쌓인 것을 어떻게 짧은 시간에 무너뜨릴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저 경고를 일찌감치 받아들여서 순순히 포기하는 게 현명한 걸까요? 아닙니다. 습관이 드는 데 걸린 시간만큼 싸우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달려들어야 하지요. 그래도 승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을 믿을밖에요!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11일) 아침까지는 글을 올려야 합니다(미리 <여기 글 올리는 방법> 꼭 읽어서 내 부탁대로 해 주세요). 내가 월요일에 여러분의 글을 출력해서 사전을 찾아 가면서 손보자면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업하는 세 시간을 알차게 채우려면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선생은 학생이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