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1994년 서울대에 입학,
남극 과학기지에서 숨진
전재규 연구원을 매송에서 화장터로 떠나보내며
우리는 총총히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추운 남극의 얼음바다위에
싸늘하게 얼어붙은 몸을 녹이러
그는 매송I.C에서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쟁과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초등학교 촉탁으로 일한다는
전재규 연구원 아버지의 주름투성이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날아가 그만 햇살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푸른 하늘이 야속합니다
허구헌 날 정쟁으로 날이 새고
대선자금·특검정국속에서 쇄빙선 하나를 마련못해
어린 연구원이 보트에 몸을 매단 채 죽어갔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재규의 명예가 소중하다며
오열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국립묘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
하고 되물어 봅니다
깨끗한 영혼들은 눈속에, 얼음속에 잠들고 마는가
차마 돌아와 이 세상의 탁류(濁流)에 섞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제 그는 조국의 흙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과학기술중심사회를 외치는 이 나라에서
어린 과학도는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는 매송I.C에서
의사고시·사법고시망국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전재규 연구원의 남겨진 고결한 꿈과 희망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아! 오늘은 푸른 하늘이 마냥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