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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0일, 월요일, Omsk, Tomsk 기차
(오늘의 경비 US $13: 저녁 110, 식료품 135, 버스 9, 9, 짐 보관 50, 환율 US $1 = 25 ruble)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몸 컨디션이 좀 안 좋았다. 어제 밤에 아무 것도 덥지 않고 자서 그런 것 같다. 너무 후텁지근해서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시트를 덥고 자거나 담요를 덥고 자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꼭 시트라도 덥고 자야겠다.
2등 침대차에서 2층 침대에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든다. 이상하게도 3등 침대차에는 있는 발 디디는 곳이 없다. 어제 밤에도 힘들게 올라갔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조그만 사다리를 발견했다. 보통 때는 접어놓았다가 쓸 때 빼서 쓰게 되어 있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2층 침대에 오를 때 아래층 침대에 자는 친구가 보고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처다 보고만 있을 뿐 아무 얘기도 안 했다. 당연히 가르쳐 주었어야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도대체 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기차에서 먹을 것을 제대로 사가지고 기차에 오른다. 아침에는 주로 커피와 빵을 먹고 점심에는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다. 이곳은 인스턴트 라면을 쉽게 살수 있다. 기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표가 많은데 몽골에서 자주 사서 먹은 "도시락"이라고 한글로 쓰인 인스턴트 라면을 항상 사먹는다. 얼큰하게 만들어서 입에 제법 맞는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평원, 삼림, 거대한 농장, 마을 등 변함이 없다. 다시 한 번 파라과이에서 만났던 Menonnite 교파 사람들 생각이 난다. Omsk 지역은 그들이 수백 년 동안 살았던 땅이다. 1919년의 러시아의 공산혁명을 피해서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중국을 거쳐서 Omsk를 떠난 지 2년 만에 파라과이에 도착해서 힘들게 농업 정착을 하고 이제는 잘 살고 있지만 언제 또 옮겨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이번 탄 기차는 어제 정시에 Tobolsk를 출발해서 오늘 정시에 Tomsk에 도착하였다. 이제 보니 지금까지 탄 러시아 기차는 모두 전기로 가는 기차다. 오후 4시 20분 경 Omsk에 도착해서 오후 8시20분 Tomsk 행 기차를 탈 때까지 4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있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Lenin 광장에 가서 시내 구경을 하고 올 생각으로 배낭을 역에 있는 짐 보관소에 맡기고 Lonely Planet에 나온 대로 기차역 앞길에서 4번 버스를 타고 Lenin 광장으로 갔다. 이럴 때는 Lonely Planet가 큰 도움이 된다. Lonely Planet에 4번 버스를 타라는 정보가 없었더라면 아마 갈 엄두를 못 내었거나 택시를 탔더라면 십중팔구는 택시기사와 요금 문제로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쉽게 Lenin 광장에 도착하여 한 시간 반 정도 주위를 둘러보고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야외 shashlik (러시아 불고기)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것인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대신 기차역에 있는 음식점에서 러시아 만두 pelmeni로 저녁을 때웠다.
Omsk 시내에는 Adidas 상점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러시아에는 Adidas가 판을 치는 것 같다. Adidas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특히 기차 안에는 많이 보인다. 모두들 Adidas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매우 비싼 옷이라 돈 있는 사람들이나 입는 것 같다. Lonely Planet에도 Siberia 횡단열차를 타면 Adidas 운동복을 입으라는 얘기가 있다.
어제 2등 침대차를 탔다가 오늘 3등 침대차에 타니 차이를 금방 느끼겠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 오늘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은 모두 인상이 좋았다. 말이 안 통하니 얘기는 못했지만 사람들 인상이라도 좋으면 기분이 좋다. 차장이 나에게는 침구를 안 준다. 아마 기차표를 살 때 침구 값을 따로 내는데 내 기차표에는 침구 값을 안 낸 것으로 되어있는 모양이다. 매표원이 실수를 한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침구가 필요 없다. 매트리스와 베개는 침대에 항상 있고 차장이 주는 것은 깨끗한 시트, 배게 커버와 타월인데 나는 침낭 안감을 시트로 쓰고 내 타월로 베개 커버로 쓰면 된다.
Omsk 기차역, 철로 쪽에서는 러시아 말로 Omsk라고 보이는데
길 쪽에서는 기차역이라는 뜻의 러시아 글만 보인다
"평창 2014"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기차역 광장의 꽃가게
러시아에는 독일제 Adidas 상표의 운동복이 판을 친다
러시아에는 금발과 벽안의 미녀들이 너무나 흔하다
길거리 화가와 금발의 미녀
길가를 활기차게 만드는 젊은이들
Omsk 시내에는 제정 러시아 때 지은 듯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이름 모를 조그만 교회
강변길을 걷는 사람들
Tobolsk에서 본 Irtysh 강이 Omsk에도 흐른다
Irtysh 강은 세계에서 4번째로 긴 강인 Ob 강으로 흘러 들어가서 북극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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