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매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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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의 얼굴이던 소설가
최인호의 부음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고,
필자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는 월간지 샘터의
‘가족’이라는 연재에 무려 30년간이나 글을 썼던 진기록을
남겼다.
당시
10년 탔던 애마를 폐차하면서 정들어 버리기
싫지만 할 수 없이 폐차하며 마음 아파했던 사연,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육아와 가정의 대소사에 얽힌 일화 등 영화 속 스크린을 보듯 빠져들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 소설가의 삶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그 글이 오늘 문득 산사의 풍경소리처럼 뎅그렁거리며 그리움을 던지고 있다.
혀에 암이 생긴
소설가의 애잔한 마지막 만찬을 묘사하려니 안타깝지만,
그는 투병생활 중
단골 중국집의 자장면 집을 찾아가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주인장에게 음식을 청한다.
그리고 병이 깊은
그의 혀가 맛보는 마지막 자장면 맛을 기록했는데 필자에게 그것은 흡사 유언장에 다름없는 글의 진중함으로 와 닿았다.
마지막 순간에는
일상의 모든 것이 추억으로 저장된다.
인생은 유일회성의
성격을 지녔기에 생명으로 호흡하는 이 시간은 황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리라.
외국인한마음축제가
열렸던 태화강 고수부지 행사장에서 사회자로 봉사를 했던 이탈리아에서 온 크리스티나가 방송에서 한국생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들이
‘밥 한 번 먹자’고 약속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를 주지 않아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그것이
한국 사람들의 관용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정서에
있어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은 ‘함께 더불어’라는 동음이의어로 정착한 지
오래이다.
사복음서의 마지막책이
요한복음이고,
그 중의 마지막
21장에는 예수의 밥상이
등장한다.
열 두 제자는
3년간 한솥밥을 먹었지만 로마의 잔혹한 십자가
처형을 받은 구세주의 고난과 죽음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후 뿔뿔이 흩어져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믿었던 주님이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다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었고,
그들의 일터인
바닷가에 가서 그물을 던졌다.
갈릴리의 바다 속을
손바닥 보듯이 훤하지만 밤새 그물을 던져도 그들의 손에는 수확이 없었다.
그래서 투덜거리고
있을 때 해변가의 한 사내가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했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어 올릴 수 없을 만큼 가득
찼다.
낑낑대며 그물을
끌어올려 만선의 배를 항구에 댔더니 그 사내는 해변에 숯불을 피워 떡과 생선을 굽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잡은
고기를 좀 가져오라 한 후 정성껏 차린 아침밥상을 내밀었다.
제자들이 가까이서
보니 그분은 다시 사신 예수인 것을 알게 됐다.
부활하신 예수는
“내가 고난 받고 내가 아파할 때 왜 함께
하지 않았느냐”고 제자들을 힐난하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소중함으로 제자들에게 다가선 것이다.
구세주의 해변의
밥상은 손수 마련하신 숯불생선구이였다.
이렇게 다시 한솥밥을
먹으며 그 분의 부활을 증명하니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위대한 사도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을이 가득 들어서있다.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나눌 진실한 친구의 이름이 그리운 눈부신 가을 한 날의 시간이 무심히 흐르고 있다.
뉴스룸에서 박정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