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옹기가 사라져 버린 수십년, 몇몇 사람들에 의해 제주옹기가 복원되어 이제는 몇군데에서
다시 제주옹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렸을때 집집마다 꼭 갖추고 있었던 항아리들, 우리는 '항'이라 불렀습니다. 용도에 따라 물을 담으면 '물항' 장을 담으면 '장항' 쌀을 담으면 '쌀항' 가끔 독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표준어의 영향이었지요. 대부분 '항'이라 불렀습니다. 항아리를 통틀어서 '통개'라 부르기도 했다는데 지금도 그말이 남아서 가마안에 담는 목적으로 아랫쪽에 놓는걸 '알통개' 위쪽에 놓는건 '웃통개'라 부르고 모양은 다릅니다.
결국 옹기는 통개, 항, 질그릇등으로 불리웠고 육지에서 들어 온 옹기라는 말때문에 예전의 명칭들이 사라져 버리고 옹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정읍 구억리는 신평리, 조수리 등과 더불어 옹기의 유명산지였지요. 지금도 오래된 노랑굴과 검은굴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고 옹기마을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곳에 제주옹기전수관이 있다는 걸 아는 분들이 많지 않더군요. 그곳에 다녀온 기록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제주는 거의 전지역에서 옹기를 만들었습니다. 제 고향 마을 산동네 돈내코에는 양근리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한마을 전체가 다 옹기를 만들던 분들이 살았었다 하고 제주시 도남동엔 독짓골이란 동네에서 옹기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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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가마 분포도- 인터넷서 퍼왔는데 출처를 잊었습니다.)
제주옹기는 무려 200여종의 이름이 있고 지금은 대부분 용도가 희미해져 버렸지만 만들 수는 있는데 쓰임새가 줄어 많은걸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요. 사라지기전에 복원을 꼭 하겠다는 김정근 제주도 무형문화재 14호 옹기장, 굴대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가마 불때기를 위해 가마안에 옹기를 재워 넣는 재임과정입니다. 아랫쪽은 두툼한 알통개를 위는 좀 더 가벼운 윗통개를 놓고 그 위로는 허벅이나 합단지, 또는 장태를 올려서 그릇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크기에 따라 위, 아래를 맞춰 만들기 때문에 재임을 하려면 제대로 만들어야합니다. 이 가마안에 무려 4~500개의 그릇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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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재임을 위해 일반 전수생들이 자신이 만든 물건들을 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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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재임이 끝나면 가마의 출입문을 막습니다. 그를 위해 흙을 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펴정들이 아주 신이 났습니다. 힘든 과정이지만 웃고 떠들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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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입구를 막으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두겹으로 막고 안에는 흙은 쌓아 놓아 열손실을 최소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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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불때기를 위해 동네지인들이 모였습니다. 불이 안으로 잘 들어 가라고 슬레이트를 윗쪽으로 막아 두었습니다. 이러면 열손실도 막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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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중간불때기 입니다. 가장 먼저 굴 안의 습기를 제거하는 굴다림을 하는데 이런경우는 오랫동안 불때기를 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보통은 바로 식은불때기를 하루 이틀쯤 하지요. 불때기인데 식은 불때기라니..ㅎㅎ 아주 작은 불을 말합니다. 제주어르신들의 표현은 해학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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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불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마 앞 부장쟁이를 가득 채운 채 12시간 가량을 불을 높여주고 이후에 큰불때기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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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서 채취한 관목이나 나뭇잎이 달린 나뭇가지 등을 섬피라고 합니다. 불을 키워 큰불을 때기 위함이지요. 큰불때기 과정이 끝나면 섬피를 넣어 온도를 올리고 부장쟁이의 입구를 이렇게 최소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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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두명씩 서서 측면에 있는 독새기 구멍(창구멍)으로 잿불질을 합니다. 이때는 껍질이 있는 소나무가 좋은데 요즘은 구하기 힘들어 제재소에서 구입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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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불질은 양 옆의 구멍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어서 서너시간을 지속해 갑니다. 앞쪽에서 올린 불의 온도를 뒷쪽까지 끌고가는 과정인데 이때가 최고온도에 이릅니다. 1200도를 넘나들지요.
잿불질하는 구멍을 제주에서는 독새기구멍, 육지에선 창구멍이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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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새기 구멍을 열어 살짝 들여다 본 모습입니다. 황홀합니다. 옹기모양이 그대로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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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잿불질에 달아오른 가마가 불길을 독새기 구멍으로 내뿜고 있는 진귀한 모습입니다. 저걸 열때는 중무장을 해야합니다. 닫을때는 커다란 흙반죽을 다시 덮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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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불질이 이어지면서 뒷쪽 구멍으로 불길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이또한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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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화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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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불때기의 장관은 역시 큰불과 잿불질이죠. 그만큼 힘든 과정이지만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불의 화력에 끌려 무아지경이 되고 말지요. 곧 득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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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또는 4박5일간의 불때기가 끝나면 이렇게 굴의 입구를 단단히 막습니다. 이 또한 이중으로 돌과 흙을 쌓아 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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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 지나면 굴안이 따뜻하게 식습니다. 이번엔 2주만에 굴문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따뜻합니다. 색은 예쁘게 나왔는데 초보자들의 작품이라 위.아래를 맞추지 못해 많이 넘어지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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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을 바르지 않고 자연의 재료로 유약효과를 얻고 자연과 닮은 색을 얻어내는 제주옹기는 기록상으로는 불과 600년에 불과하지만 제주의 선사유적의 토기들은 가장 제주옹기와 닮아 있습니다.
기록에 나와 있지 않은 옹기의 역사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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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옹기가 주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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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안의 제주현무암 벽입니다. 오랜 사용으로 현무암이 녹아내린 자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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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롭게 받아들인 제주옹기 전수자들을 위해 흙을 준비합니다.
대정읍 구억리의 제주옹기전수관은 김정근굴대장의 제주옹기 복원을 위해 오늘도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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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물레를 돌리며 제주옹기의 모든것을 복원하여 사람들에게 전해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 불때기와 일본의 무유옹기를 비교하며 제대로 된 색을 만드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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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옹기는 계(굴제)를 만들어 운영했지요. 대량 생산을 위해 질대장(흙토렴) 굴(가마)대장, 불(불때기)대장, 옹기장(성형)의 4단계로 나뉘어 만들었고 이들을 관리하는 항쉬가 책임을 졌답니다. 돈을 대는 화주가 또 따로 있었고 마차나 배를 이용해 제주 전지역을 다니며 판매했다고 하지요. 7~80년대에 사라졌던 제주옹기의 전수를 위해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는 옹기전수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벌써 7기에 이르는 옹기전수자들의 모임도 있습니다. 유약을 바르지 않아 숨쉬는 그릇, 저도 제손으로 만든 항아리, 질그릇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옹기 일반전수자 교육은 연중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억리사무소에서 등록을 받는데 옹기전수관에 미리 연락처를 남겨 놓으면 접수하라고 연락이 갈겁니다. 서너달 열심히 배우면 원하는 옹기를 만들어 가져갈 실력이 됩니다. 1년이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지요. 도전해 보세요.
* 옹기 : 오지그릇, 반오지, 푸레옹기, 질그릇, 반옹기의 총칭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