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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은 뉴라이트가 얘기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정의한 것 자체에 분기탱천하고 있다. 어떻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냐고 하면서 말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테러리스트 = 범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뉴라이트 역시 테러리스트 = 범죄자로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반미를 외치던 자들도,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자들도, 스스로 진보세력이라 생각하는 자들도, 스스로 민족주의 우파요 보수파라 생각하는 자들도, 아니 정치 신념의 유무를 떠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테러리스트 = 범죄자라는 은연 중에 미국이 퍼뜨린 논리에 순응하는 것 같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생각을 달리 해보자. "테러"라고 했을때 흔히 떠오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암살, 납치, 폭탄 공격, 교량과 철도, 도로의 파괴, 시설물 폭파 등이 있다. 가장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9.11 테러 사건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주 접하는 납치와 차량 폭탄 테러일 것이다. 자, 그럼 아래에 필자가 나열하는 사람들을 봐주시기 바란다.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1944년 7월 20일, 히틀러를 폭탄으로 암살하려 했던 독일 국방군 예비군의 참모였던 사람이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선택한 방법은 폭탄 테러였다. 테러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상 그도 테러리스트다. 그러나 그가 범죄자인가? 아돌프 히틀러에게는 당연히 범죄자다. 만일 당신이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을 범죄자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돌프 히틀러다.
마이클 콜린즈라는 사람이 있다. 1920년대에 에이레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 IRA)의 사령관으로서 프랑스 레지스탕스나 김구 선생과 유사하게 요인 암살, 영국군에 대한 폭탄 테러 등을 일삼았던 사람이다. 결국 제1차 세계 대전 후 어려움에 빠져있던 영국은 IRA의 공격에 지쳐 IRA와 협상하여 아일랜드의 자치를 승인했다. 그 협상을 이끈 사람 역시 마이클 콜린즈이다. 그후 콜린즈는 초대 국방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철수할때 영국군으로부터 상징적으로 군기지를 넘겨받은 인물도 콜린즈였다. 테러로 결국 영국을 몰아내는 1등 공신이었던 콜린즈도 범죄자인가? 그를 범죄라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영국의 귀족으로서 아일랜드인을 억압하고 착취한 사람이다.
(왼쪽이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오른쪽이 마이클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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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로렌의 십자가로 유명한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을 보자. 발칸 반도에서 티토가 이끈 빨치산들은 정식 편제를 갖춘 대규모 부대로 편성되어 게릴라전을 수행했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평야인 (네덜란드 정도로 평야인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티토식의 게릴라전은 없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요인 암살, 납치, 정보 수집, 도로와 교량, 철도의 파괴, 시설물 폭파 등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개시되었을때 프랑스 내륙이나 독일-프랑스 국경지대의 독일군의 노르망디 급파에 가장 골치아픈 장애물이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이 벌인 파괴 공작때문이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은 노르망디의 독일군을 지원할 부대가 빨리 이동하지 못하도록 다리와 도로의 파괴, 폭파, 철도 파괴 등으로 프랑스 내륙에 있던 독일군 부대들이 노르망디로 제때에 이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자국민들의 손으로도 많은 파괴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빌레르-보카쥬 전투로 유명한 미하일 비트만SS대위의 전차 중대도 이로 인해 부대 전개에 지장을 받아야 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이 1944년 6월에만 활동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영국의 지원을 받기도 하면서 각종 폭파, 파괴, 암살, 첩보 수집 등의 저항운동을 벌였다. 그럼 그들도 범죄자인가? 물론 나치 점령군은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했다. 당신이 그들을 범죄자로 생각한다면 당신 역시 나치다.
세계 최초의 현대적 특수부대인 영국의 SAS(Special Air Force). 이름과는 달리 SAS는 공군 소속이 아니라 육군 소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의 인질 사건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SAS의 모습때문에 그들을 대테러 임무를 위해 창설된 부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추축군에 대해 테러 공작을 위해 창설된 부대다. 추축군 후방에 침투하여 공군 비행자 파괴, 보급선 차단, 시설물 파괴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그린베레 역시 사보타지, 암살, 파괴 등의 "특수 임무"라 호칭하는 임무를 위해 만들어졌다. 특수전이라는 거, 사실은 테러 활동의 다른 표현일뿐이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에서 그는 CIA의 공작원으로서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 안중근 의사처럼 말이다. 이들의 경우처럼,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쓸때는 범죄시 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을 향해 억압당하는 민족이 사용하면 범죄시한다. 그것이 그들의 이중성이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닌데, 왜 김구 선생을 범죄자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가? 물론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같은 수단을 사용했다.
테러를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처럼 남의 나라, 남의 민족을 폭력으로 억압해온 국가들의 시각이다. 과거 세계 각지에 식민제국을 건설했던 유럽 여러 나라 또한 포함된다. 나치 독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강대한 억압자들은 저항자들이 가진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무력을 가졌기 때문이고, 모든 것을 통제하기 때문에 독립운동 또는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억압받는 피지배민족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을때 테러는 유일한 선택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제력? 외교력? 군사력? 그 어느 것 하나도 적국과 상대할 수 없다. 티토처럼 험준한 산악지대를 무대로 할 수 있었다면 게릴라 투쟁도 가능했겠지만, 1950년대에도 <남부군>에서 "반나절만 무작정 걸으면 민가가 나오는" 한반도에서 그런 게릴라 투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무장 투쟁 수단은 테러밖에 없게 된다.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티토는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넘어간 후로는 주로 영국으로부터 물자 지원까지 받았다. 그러니 그들이 자력으로 추축군을 몰아내고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도 다른 위성국가들에 비해 소련에 대해 당당하며 위성국가가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 독립운동 세력들을 비교해보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어떤 것이 있었는가. 일제 시대 당시 만주에 주둔한 관동군의 숫자만 해도 몇 십만이었다. 한반도에도 2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군대만 그렇고 경찰 또한 있다. 1945년에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던 광복군의 숫자는 고작 몇 천명이다. 1개 사단 병력도 안되는 광복군으로 이 땅에 상륙하여 독립을 쟁취할 수 있다고 김구 선생이 믿었을까? 그렇게 김구 선생이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기를 바라는가?
김구 선생은 테러리스트다. 그러나 뉴라이트가 얘기하는 테러리스트와는 다르다. 뉴라이트가 얘기하는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철저히 일본인의 시각에서 범죄자로 얘기하는 것이며, 그들이 일본인임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일 뿐이다.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뉴라이트가 테러리스트라 부른다고 해서 창피하고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으며, 화낼 이유도 없다. 화를 낸다면, 당신 역시 테러리스트 = 범죄자라는 과거 식민제국의 사고방식에 물들어있으며 아직 그 껍데기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테러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수단이 막혔을때도 테러라는 최후의 방법을 써서라도 민족의 독립운동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투사요, 영웅들이다.
필자는 그 분들이 자랑스럽다. 테러라는 수단을 선택했을때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최후의 상황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그만두어야 했을까? 김구 선생이 테러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은 많은 이들이 뜻을 버리고 변절하여 일본 제국에 아부할때, 끝까지 뜻을 관철시키고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남선같은 변절자들이 뉴라이트들에게는 찬양할 대상이겠지만, 그들말고 누가 변절자들을 찬양하는가? 따라서 우리는 김구 선생이 자랑스러운 독립 투사요, 영웅이며, 테러리스트임을 자각해야 한다.
뉴라이트의 논리대로라면, 김구 선생은 테러를 하지 말고 일본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의 법에 따라 독립운동을 하기라도 했어야 했다는 건가? 웃기지 마라. 김구 선생이 테러라는 수단을 선택하여 가열차게 투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야 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지배를 인정할 수 없는 김구 선생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테러의 달인이 되었다 하여 당신은 그게 부끄러운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앞잡이 뉴라이트로부터 세뇌당한 그 껍데기부터 깨라.
오마르 무크타르라는 사람이 있다. 1920년대와 30년대에 걸쳐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식민지화할때 김구 선생처럼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게릴라전을 벌이다가 이탈리아군에 체포된 후 교수형에 처해진 리비아의 영웅이다. 오마르 무크타르의 1930년대를 묘사한 영화로 <사막의 라이온>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그의 변호사인 이탈리아군 장교는 오마르 무크타르는 이탈리아 정부를 인정한 적이 없으므로 그를 반역죄로 재판에 회부할 수 없다고 용감히 변호한다. 그러나 오마르 무크타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그가 대신 했을 뿐이다. 이탈리아가 그의 조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반역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마르 무크타르는 반역자다. 오마르 무크타르가 이탈리아에 반역을 꾀한 반역자라 생각하는가?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뉴라이트이고 이탈리아 파시스트다.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라고 불린다고 해서 나는 김구 선생이 부끄럽지 않다. 테러리스트이긴 하지만 범죄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을 범죄자로는 보는 것은 일본과 친일파 밖에 없다. 설사 김구 선생이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본과 친일파의 시각에서는 무조건 범죄자일 수 밖에 없다. 김구 선생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제국주의 일본과 싸웠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으니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미국식으로 "테러리스트 = 범죄자"라고 은연 중에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테러를 지금 누가 자행하고 있는지는 눈이 있는 자는 다 알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테러"를 "범죄 행위"라는 시각은 옛 식민제국과 지금도 정치 권력, 경제 권력, 군사 권력으로 제3세계에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의 입장일 뿐이다. 테러리스트 모두를 투사나 영웅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테러리스트를 범죄자 취급할 수도 없다. 오직 대중을 억압하고,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만이 모든 테러리스트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오사마 빈 라덴이나 탈레반도 지금은 미국과 전쟁을 하지만, 그들이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하면서까지 소련과 싸우도록 지원한 것도 미국이다. 그때 그들은 범죄자 테러리스트로 미국에 쫓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국의 친구였다.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해서 분노하지 마라. 필자는 김구 선생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