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년 전까지 어림잡아 10년 가까이, 거의 혼자서 산행을 했습니다.
전국 유명 산들도 약간 둘러보았지만,
부산 근교라면 이름없는 봉우리 능선 골짜기 까지도 두루 다녀 보았지만 그럴수록 안 가본 곳이 더 많고,
그저 보기에 아무런 볼 것도 없는 그런 곳에서도 그 지독한 아름다움과 느낌에 젖어들기도 했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은 바로 '마음'이었습니다. 아음이요.
자연의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몸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등반이 아닌 일반적인 산행에 있어서
산을 오르는 것은 기술이나 체력이 아니라 마음으로 오르는 것.
힘들다고 하면 큰 산, 작은 산, 높은 산, 낮은 산,..힘들기는 매한가지고,
그것이 휴식이라면 역시 휴식이고 즐거움이라면 또한 매한가지더군요.
자연을 접하고 싶은 마음과 산행의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자유의지...
비록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는 고행같은 산행이어도 이미 즐거움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자연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밖으로 향해 흩어진 의식이 자신에게로 모여들고, 마치 기공체조를 하듯 <동중정(動中淨)> 겉은 힘겨운 움직임이지만
속은 한없는 고요, 평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긍정,..산의 그 지독한 아름다움, 그 느낌...산이 아닌 내 속에 있었습니다.
산은 그것을 일깨우는 자극일 뿐이었습니다.
산길고요의 주제인 <자연과의 교감>... 아마도 그런 느낌을 공유하면서 그 속에서 함께하고 세월이 흐르면
자연을 닮은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혼자만이 아닌 그런 것을 원하는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그런 생각으로 제가 카페를 열었나봅니다.
가볍게는 나의 산행을 나누고 싶어서였지만 궁극적으로는 말이죠.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들의 산,..인산(人山).
거긴 어떨까요? 마찬가지겠죠.
다만 전혀 다른 자극, 숨겨지고 가려지고 왜곡되고 알 수 없고 얽히고 설키고.....감정....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공간은 물리적 공간도 있고 정신적인 공간도 있고..이런 동호회처럼 사람과 자연과의 만남의 테두리일 수도 있겠죠.
그 공간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세상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너무 이상적인가요.
제 산행 경험은 저 개인의 경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많은 산행의 경험과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원래 산행이 이런 것이다, 혹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의 산행관이나 방식이 모두인냥하는 경우도 종종 보곤합니다.
산행방식이든 산의 형태이든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죠.
지금 이 지면에선 홀로 산행을 많이 해보길 권합니다.
다른 산행보다 좋은 점도 많지만,..자연과의 교감, 자신과의 만남에 산행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산길고요에서는.
<산길고요>라는 이름에 맞는 색깔,분위기,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주제 아래,
그저 친목이나 등산만을 위한 모임이 아닌 주제를 가진 모임, 그리고 그 주제를 지키고 실천하려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주제와 분위기, 색깔...을 자연스럽게 자율에 맡겨 추구하려 합니다.
어떤 틀이나 형식을 만든다는 것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기에 아무런 강제조항이나 제제는 물론,
틀이나 형식을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만큼 자율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많은 것을 원하진 않습니다.^^
진지하게 산 길 고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