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뉴스 기초생활보장 선별→보편주의 거듭나야

[순수이성]

기초생활 보장 선별→보편주의 거듭나야

아동 · 노인 ·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확충 급선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

‘긴급복지지원법 제정’과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등 최근의 정책적 조치를 통해 사회안전망 정책에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복지국가의 빈곤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다듬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 고쳐가야 할 것들에는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고 사회각계의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이 함께 해야 할 것들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짚어보자.


빈곤 해결되면 기초생활보장이 마지막 안전망

첫째, 우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우리 복지국가의 기본적인 지향과 원칙을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로 바꿀 필요가 있다. 비교사회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선진적 복지국가에서의 공공부조는 ‘최후의 안전망’으로만 기능한다. 공공부조가 최후의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정책이 보편주의적인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재분배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

선별주의적인 공공부조는 이러한 초기 사회안전망이 걸러주지 못한 극소수를 위한 것이 되어야한다. 각종 사회보험이나 수당,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대부분의 빈곤문제가 일차적으로 예방될 때,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마지막 안전망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게 된다. 흔히 보편주의 방식으로의 전환은 비용대비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보편적인 사회서비스’를 대폭 확충하는 것은, 아동의 인적자본을 향상시키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는 통로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생산적인 성격이 다분하다. 예컨대, 공보육의 확충,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의 도입, 노인요양의 사회화 등을 통해 보편적인 서비스를 늘려가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관련분야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효과도 있고, 아동에 대한 서비스는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된다. 이러한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제공되면 빈곤층의 경제적 곤란에 국한된 특수한 정책적 조치가 없어도 빈곤문제는 상당부분 걸러질 것이다. 전국민을 사회서비스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이런 종류의 보편주의 정책이 가지는 사회통합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 국가책임 강조돼야

둘째, 부양의무자 기준은 전향적으로 폐지되어야 하고, 가족적 책임원칙보다 국가의 책임원칙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회변화의 방향이 개인주의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양의 의무를 일방적으로 강조한다면 빈곤층에 대한 이중적 부담을 결과하게 된다. 빈곤한 사람들은 경제적 곤란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곤란에도 노출되어 있다. 관련된 사회조사들을 보면 빈곤한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제일먼저 찾는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등 주변인이 아니다.

주로 일선 사회복지전문요원들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매우 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전문요원들이 경제적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적 상담자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감안하면 전문요원들의 업무부담은 너무 크다. 공공부문의 사회복지전문요원을 지금보다 2배는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 부양의무의 강조가 가족간의 정서적 문제를 간과하거나 그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문요원을 늘리는 등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정책적 조치들은 빈곤층의 가족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복지 · 성장 보완적 관계' 널리 알리는 노력을

셋째, 어쩌면 빈곤문제의 해결과 우리나라 복지수준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적 인식을 전환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와 성장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과 같은 소극적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무교육과정에서부터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교육을 더욱 견고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복지국가의 발전이라는 과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이자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이다. ‘혼자만 잘 사는 길’과 ‘함께 더욱 행복한 길’ 사이의 선택의 기로, 거기서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다. 그리고 옳은 선택을 위한 국민적 인식의 제고는 결국 교육의 몫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여럿이듯, 국가가 발전하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간 복지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허술하게 흘려 넘길 사안들이 절대 아니다. 복지정책이 하나하나 시행되어 가면서 한 나라의 독특한 복지제도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그 나라의 복지제도는 다시 처음부터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우리 복지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지금이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복지국가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략지도의 마련에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정책적 고민, 우리 모두 서둘러야만 한다.

등록일 : 2005.09.27 14:15:46

[타천사 善]

국가책임 강조라...사람들 공짜 좋아하는 버릇만 들여놓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