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障), 5개(蓋)의 팔리어의 어원
1.감각적 욕망(kāmacchanda, 愛欲)
첫 번째 장애 요소는 kāmacchanda(愛欲)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rāga-āvaraṇa(貪欲蓋)라고 했다. kāmacchanda와 rāga는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kāmacchanda는 애욕과 탐욕의 뜻을 갖고 있지만, rāga는 탐욕의 의미만 갖고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대부분 kāmacchanda로 되어 있다. kāmacchanda는 kāma와 chanda의 합성어이다.
kāma는 √kam(to desire)에서 파생된 남성 혹은 중성명사이다. 이것은 '즐거움, 감각적 즐거움, 감각적 욕구'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한문으로는 '욕(欲), 애욕(愛欲), 욕념(欲念), 욕정(欲情), 욕락(欲樂)' 등으로 번역된다. 또한 chanda는 √chanda/chad(to please)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서 '자극, 고무, 열의, 의욕, 하고자 함, 의지, 의향'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한문으로는 '욕(欲), 지욕(志欲), 의욕(意欲)' 등으로 번역된다.
이와 같이 kāmacchanda는 kāma(愛欲)와 chanda(貪欲)의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감각적 쾌락'을 뜻하는 애욕이고, 다른 하나는 부, 권력, 명예, 지위 등에 대한 욕구를 뜻하는 탐욕이다. 굳이 이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한 단어를 찾는다면 '욕탐(欲貪)'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kāmacchanda의 kāma에 초점을 맞춰, '감각적 욕망(sensual craving)', 혹은 '음탕한 욕망(lustful desires)' 등으로 번역하였다. 필자도 kāmacchanda를 편의상 '감각적 욕망(愛欲)'으로 번역하였다.
2.악의 혹은 분노(vyāpāda, 瞋恚)
두 번째 장애 요소는 vyāpāda(瞋恚)이다. 간혹 vyāpāda 앞에 'abhijjhā(貪欲)'를 덧붙이기도 한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pratigha-āvaraṇa(瞋恚蓋)라고 했다. 범어 pratigha는 팔리어로 paṭigha(瞋恚)인데, vyāpāda(瞋恚)와 동의어다.
팔리어 vyāpāda는 byāpāda라고도 하는데, 동사 vyapajjati에서 파생된 남성명사이다. vyāpāda는 '진에(瞋恚)', '진(瞋)', '에(恚)', '해심(害心)', '증오(憎惡)', '분노(忿怒)', '악의(惡意, ill-wii)', '증오 혹은 분노(hatred or anger)' 등으로 번역되었다. 이것은 자타(自他)에 대한 극단적인 형태의 악의, 증오, 화냄, 원한, 혐오, 나쁜 의지 등을 말한다.
3.해태와 혼침(thīna-middha, 昏沈睡眠)
세 번째 장애 요소는 thīna-middha(昏沈睡眠)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styāna-midd ha-āvaraṇa(昏沈睡眠蓋, 睡眠蓋)라고 했다. 팔리어 thīna-middha는 thīna와 middha의 합성어이다. 팔리어 thīna는 √styai/styā/stī(to stiffen)의 과거분사(Sk. styāna)로 간주하기도 하고 혹은 √stim(to stiffen)의 과거분사(Sk. stimita)의 팔리어 형태로 보기도 한다.
원래 의미는 마음이 뻣뻣해지고 굳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middha는 √mid(to be fat)에서 파생된 중성명사이다. 마음이 무겁고 게으른 상태를 말한다. thīna-middha는 한문으로 '혼침수면(昏沈睡眠)'으로 번역되었다.
thīna(Sk. styāna)는 '혼침(昏沈)'의 뜻이고, middha(BSk. middha)는 '면(眠)', 혹은 '수면(睡眠)'의 뜻이다. thīna-middha를 학자들은 '게으름과 나태', '해태(懈怠)와 혼침(昏沈)', '무기력과 권태(torpor and languor)', '게으름과 정신적인 무기력(indolence and inertia(昏寢과 睡眠)', '혼침과 졸음', '혼침과 수면', '게으름과 무감각' 등으로 번역하였다.
4.들뜸과 후회(uddhacca-kukkucca, 掉擧惡作)
네 번째 장애 요소는 uddhacca-kukkucca(掉擧惡作 혹은 掉擧後悔)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auddhatya-kaukṛtya-āvaraṇa(掉擧, 惡作蓋, 掉戱蓋, 調戱蓋, 掉悔蓋)라고 했다. 팔리어 uddhacca-kukkucca는 uddhacca와 kukkucca의 합성어이다.
팔리어 uddhacca는 uddhata-ya에서 파생된 중성명사인데, 佛敎混成梵語(BSk.)로는 auddhatya이다. 어원적으로 uddacca는 ud(위로)+√dhṛ(to hold)의 동명사 형태로서 중성명사로 정착된 단어이다. 문자적으로는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를 뜻하며 마음의 들뜬 상태를 뜻한다. 한문으로는 '도거(掉擧)'라고 번역되었다.
kukkucca는 ku(나쁜)+kata(행한, √kṛ, to do의 과거분사)가 합성되어 kukkata가 되고 이것의 추상명사가 kukkucca이다. 즉 전에 지은 행위에 대해서 '아차! 잘못(ku) 했구나(kata)'라고 뉘우치거나 안절부절 하는 마음상태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잘못[惡] 했다[作]'라는 말 그대로 직역해서 악작(惡作)이라 옮겼다.
이 외에도 한문으로는 '불행의(不行儀)', '악작(惡作)', '후회(後悔)', '회(悔)', '회의(悔疑)' 등으로 번역되었다. 학자들은 uddhacca-kukkucca를 '초조와 근심(restlessness and worry)', '불안과 근심', '흥분과 회한(掉擧惡作)' '들뜸과 후회', '들뜸과 걱정(restlessness and worry)', '들뜸과 회한[우울]', '들뜸과 회한(悔恨)', '동요와 근심' 등으로 번역하였다.
5.회의적 의심(vicikicchā, 疑)
다섯 번째 장애 요소는 vicikicchā(疑惑)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vicikitsā-āvaraṇa(疑蓋)라고 했다. 팔리어 vicikicchā는 동사 vicikicchati에서 파생된 여성명사이다. vicikicchā는 어원적으로 vi(분리해서)-cinteti(√cit, to think)의 소망형이다. vicikicchā는 '의심, 혼란, 불확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한문으로는 '의(疑)' 혹은 '의혹(疑惑)' 등으로 번역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doubt, 疑心)은 결단력이 부족한 것을 뜻하며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실천을 가로막고, 지속적으로 선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심은 우치를 수반하는 상습적인 미결정과 미해결, 신뢰의 결여 등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은 진리에 대한 '회의적인 의심(sceptical doubts)'를 의미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장애[5개(五蓋)]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①감각적 욕망(kāmacchandanīvaraṇaṁ, 欲貪蓋)
②악의나 분노(vyāpādanīvaraṇaṁ, 瞋恚蓋)
③해태와 혼침(thīnamiddhanīvaraṇaṁ, 昏眠蓋)
④들뜸과 후회(uddhaccakukkuccanīvaraṇaṁ, 掉悔蓋)
⑤회의적 의심(vicikicchānīvaraṇaṁ, 疑惑蓋)
이러한 다섯 가지는 어떤 종류의 명백한 이해, 사실상 어떤 종류의 진전에도 장애가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다섯 가지에 압도되거나 그것들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알지 못할 때, 우리는 옮음과 그름 혹은 선과 악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①감각적 욕망과 ②악의나 분노는 계(戒)를 방해하고, ③해태와 혼침은 혜(慧)를 방해하고, ④들뜸과 후회는 정(定)을 방해하고, ⑤회의적인 의심은 4제(四諦)를 의심하는 것으로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방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행과 5개(蓋)의 상호관계성/ 이수창(마성)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