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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2일 화요일, Oxford, No Name B&B
(오늘의 경비 US $90: 숙박료 75, 점심 7, 아이스크림 3, 콜라 3, 위스키 20, 환율 US $1 = NZ $1.2)
어제 밤에는 이상하게 잠을 못 잤다. 그동안 잘 잤는데 어제는 별 이유도 없이 잠이 안 왔다. 내일 Christchurch를 떠나기 때문일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다.
아침 6시경 일어나서 아침으로 마지막 남은 빵에 피넛버터를 발라서 홍차와 함께 들었다. 7시 반경 짐을 싸고 숙소를 나와서 오늘 자전거 여행의 목적지인 Oxford로 향했다. 출근시간이라 Christchurch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내를 벗어나서 Oxford 행 간선도로인 Marsh Road와 Tram Road를 달렸는데 트럭들이 많이 달리는 도로다. 트럭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려서 매우 시끄럽고 위험하기도 했다. 귀마개를 했는데도 시끄러웠다.
도로 양쪽으로는 모두 소, 양, 말을 방목해서 기르는 목장들이었다. 가축들이 옆 목장이나 차도로 못 가도록 철조망을 처 놓아서 자전거를 달리다가 쉬어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주 가끔 철조망이 끊어진 곳이 나왔지만 항상 목장 주인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여서 쉬어갈 만한 곳이 못되었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쉬어갈 곳이 흔한데 땅 넓은 이 나라는 쉬어갈 곳이 없다니 말이 안 된다.
약 30km를 달린 후에야 조그만 학교가 나와서 들어가서 교정에서 쉬어 갈 수 있었다. 초등학교 같은데 방학 중이라 학생은 없었고 직원 몇 명만 일을 보고 있어서 허락을 받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병에 물도 채웠다.
마을이 많으면 마을 공원 같은 데서 쉬어갈 수 있을 텐데 마을이 별로 없다. Christchurch에서 Oxford까지 약 60km를 가는 동안에 마을은 단 두 곳뿐이었다. 첫 번 나온 마을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사서 학교 교정에서 먹었는데 사지 않았더라면 오늘 점심을 굶을 뻔했다. 앞으로는 항상 아침에 숙소를 떠나기 전에 점심을 준비해야겠다.
오늘 날씨가 더워서 물을 많이 마셨다. 오후 온도가 30도가 넘었다. Christchurch를 떠날 때 1리터만 가지고 떠났는데 10시 반경에 다 떨어졌다. 그런데 물을 채울 데가 없다. 목장 주인집으로 찾아 들어가면 채울 수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마을이 나오면 채울 데가 있지만 마을이 안 나온다. 결국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떠나면서 1리터와 2리터 병 둘에 채웠다. 예기치 않았던 자전거 여행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오후 3시경 조그만 언덕을 날씨가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넘었다. 그 다음에는 더위 때문에 너무 힘이 빠져서 평지도 달리기가 어려웠다. 한국 같으면 이럴 때는 근처 도시로 들어가 숙소를 잡아서 자고 갈 수 있을 텐데 이 나라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도시나 마을이 별로 없는 것이다.
Lonely Planet 지도에 나온 대로 길을 찾아가면서 달렸는데 Oxford 근처에 다 와서 자갈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거의 90도 각도로 자전거 핸들을 꺾어서 자갈길로 들어섰는데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다. 자전거 바퀴가 자갈에 미끄러진 것이다. 한국에서 자갈길은 달려본 적이 없어서 경험부족으로 넘어진 것이다. 자갈길을 달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오늘 배우게 된 것이다. 다행이 자전거 속도가 낮아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많이 놀랐다. 그리고 기분도 상했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갈길을 계속 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자갈길에서 나와서 포장된 도로로 적당히 Oxford 쪽으로 달렸다. 달리다가 어느 목장 주인집에 들어가서 Oxford 가는 길을 물어서 30분 정도 더 가서 Oxford에 도착했다.
Oxford에 하나밖에 없는 호텔에 가서 방을 찾으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방이 다 나갔단다. 다행이 매우 친절한 호텔 직원 겸 웨이트리스가 Bed & Breakfast를 소개해주어서 찾아갔다. 간판도 없는 곳인데 5성 호텔 못지않게 방이 깨끗하고 고급이었다. 그런데 아침 식사 포함해서 $150을 요구한다. 호텔 직원이 $75이라고 해서 왔는데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75는 호텔 방값이고 자기네 방은 호텔 방값보다 더 비싸단다. 결국 아침 식사를 안 하기로 하고 $75에 들었다. 주인 말이 내가 다른 숙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안쓰러워서 $75에 해주는 것이란다. 그래서 오늘 밤은 호강스럽게 보냈다. 땀에 젖은 빨래도 다 했다. 그러나 마음은 씁쓸했다. 동정을 받으면서 자전거 여행을 하다니.
내일 Timaru로 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Lonely Planet에는 오늘 달린 코스가 거리는 63km이고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반 내지 5시간 반이라고 나와 있는데 나는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10시간이 걸렸다. Lonely Planet에 나온 제일 느린 시간 5시간 반의 거의 배가 걸린 것이다. Lonely Planet에 내일 갈 코스 Oxford-Methven은 81km 거리에 4시간 반 내지 7시간이라고 나와 있는데 도저히 내가 하루에 갈 수 있는 코스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15시간은 걸릴 것 같다. 중간에는 쉬어갈 도시도 없고 고도 400m 급 언덕이 둘이나 있다. 잘못하면 길가에서 야영을 하게 생겼고 비라도 내리면 큰일이다.
이제 보니 Lonely Planet에 나온 자전거 도로 정보는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만든 것 같다. 젊은 사람들도 자전거 경험이나 실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3시간 반 내지 5시간" 식으로 표시해 놓았다. 그러나 나 같은 70대 노인에게는 맞지 않는 코스다. 내가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하자면 Lonely Planet에 나온 코스를 사용하지 말고 나에 맞는 코스를 개발해서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뉴질랜드와 호주 같이 인구밀도가 아주 낮아서 도시가 뚝뚝 떨어진 나라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나의 호주-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계획에 큰 하자가 있다는 것을 오늘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선 인구밀도가 낮은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전적으로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은 포기하고 큰 도시 사이는 (예를 들면 Christchurch와 Queenstown 사이)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고 큰 도시 주위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식으로 바꾸어야겠다. 인구밀도가 비교적 높은 북섬에 가서는 원래 식으로 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내일 자전거로 Christchurch로 돌아가서 모래 버스로 Queenstown으로 가야겠다. 오늘은 애 많이 썼다.
Oxford 가는 길은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시끄럽고 위험하기도 했다
길 가에는 쉬었다 갈 곳이 전혀 없다
목장과 농장 연속이었는데 철조망으로 도배를 했다
그리고 목장 경계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서 높은 나무를 심어 놓았다
가끔 길가 철조망이 끊어진 곳이 나오는데 영락없이 목장주인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쉴 곳이 안 된다
30km를 달린 후에야 조그만 학교가 나와서 들어가서 쉬면서 점심 식사를 했다
자전거는 이렇게 어디에다 기대서 세워 놓거나
땅바닥에 눕혀 놓는다
젖소 목장
양 목장
또 다른 소 목장
그리고 말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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