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동안 포승 농요 발굴,전승한 농부의 삶(경기도 무형문화재 48호 이민조 옹)

[황운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48호 평택민요(농요)예능보유자 이민조 옹

가난한 농부들 한 덜어준 두레소리 사랑 각별
평택농악 역동성.연희성 널리 알려 ... 후배양성 온 힘

지난 2월19일 평택민요(농요)가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48호로 지정 고시 됐다. 예능보유자는 포승면 두레 놀이의 상쇠 이민조(평택시 포승면 방림리 342번지) 옹이다. 이민조 옹은 평택농악의 원로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평택농악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해 왔으며 포승지역 농요를 지속적으로 발굴, 전승하고 63년간 온 몸으로 보인 두레 놀이와 소리를 어떻게 남겨 두고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인생, 민족의 뿌리인 두레소리와 놀이가 평택평야에서 드넓게 울려 퍼지고 제대로 보존, 전승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하는 원로 농부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민조 옹의 두레 세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생계 위해 시작한 농사 속 두레 소리 접해

1935년 포승면에서 출생한 이민조 옹의 집안은 선대에서부터 4대째 포승면에서 가족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세 살 때 부친을 여의고 큰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모쟁이를 하면서 논바닥에서 생활을 했다.

생활이 어려워 시커먼 보리밥과 죽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던 당시 논에 나가 일을 하면 쌀과 보리가 섞인 반죽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반죽밥 먹는 것이 좋아 논일을 하기 시작, 74세가 된 현재까지도 논밭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평생 농부의 길을 걸은 것이다. 
생전에 부친이 워낙 소리에 능하다 보니 이를 알고 있는 주변 어르신들이 11세가 된 어린 이민조에게도 한 번 해보라고 소리를 권했다.

집안 어른들인 이택서, 이민상, 이요헌씨 등으로부터 회심곡, 지경다지는 소리, 상여소리, 회다지소리 등을 어릴 때부터 듣고 따라 부르면서 소리를 익혀 나갔다. 11세 때부터 지금까지 63년 동안을 농악과 소리를 해온 셈이다.
“어렸을 때는 농악이 하고 싶어 함석과 양재기를 두들기고 앞산에 깃대 꽂아놓고 바가지에 구멍을 뚫어 주산 알을 꽂아 상모를 놀리기도 했어. 또 농악놀이가 하고 싶어 씨름 하러 아래 윗동네를 다녔는데 이기면 농악 도구를 빌릴 수 가 있어서 눈에 불을 키고 씨름을 했지”라고 말하는 이민조 옹은 씨름에서도 선수 못지않은 실력이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옛 풍경이 그대로 눈앞에 아른 거리며 꽤나 농악과 소리가 하고 싶었던 과거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워낙 소리가 출중하다보니 이민조 옹이 소리를 하면서부터는 동네에서 뿐만 아니라 이웃 마을에까지 소문이 이어져 불려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다른 동네에 가서 북을 메고 모심는 소리를 하면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느라고 모내기가 중단되어 논주인으로부터 ‘일 안하고 소리만 듣고 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로 이민조 옹의 소리는 각별했다.

학력은 내기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이민조 옹의 가사 외우기는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다. 농요 중에서 모르는 소리가 없고 못하는 소리가 없으며 한 시간에서 세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지고 읊어대는 가사에는 쩍 입이 벌어질 정도란다.

3시간 이상 이어지는 소리에 주변인들 감탄

어영애 국악협회 지부장은 “고사 때 비나리는 세 시간 이상, 농요는 한 시간 이상 읊어대시며 회다지소리, 달공소리, 상여소리 등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선생님은 이 소리를 끊이지 않고 다 하시니 상당한 기억력과 감각을 지니고 계신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포승지역 농요를 지속적으로 발굴, 전승해 온 이민조 옹은 1990년대에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출연해 두레소리와 얼카뎅이 등을 녹음, 현재까지 MBC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방송, 평택의 민속을 알리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관내 각종행사에서는 포승대상농악팀을 인솔해 주민들에게 흥에 겨운 잔치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농악의 대중화에 있어서도 역할을 담당했으며 제16회 경기도민속예술축제에서는 생활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포승두레소리를 발굴, 고증해 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평택의 문화정체성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평택농악(중요무형문화재 11-나호)의 이수자로 되어 있는 이민조 옹은 과거 이원보, 이돌천, 최은창 씨 등에게서 농악 가락을 배웠다. 당시 김기복 황홍협, 안창선, 김익수 등과 같이 활동하면서 평택농악의 전성기를 이루었고 평택 농악이 중요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 핵심 역할을 감당했다.  

1970년대부터 평택농악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꽹과리, 북, 법고, 열두발상모 등 평택농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악기를 구사하며 평택농악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80년 제2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평택농악이 특별상을 수상하는데도 크게 공헌했으며 원로 단원 활동 당시인 1993년과 1994년 경기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 평택농악의 특징인 역동성과 연희성을 선보여 모범상과 우수상 입상, 2001년 제2회 경기농악 전국농악경연대회에 출전, ‘북돋음상’을 수상하는 데에도 역할을 해 평택농악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매주 2회 청소년 및 주부 등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실시,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악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으며 후배양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죽어도 두레소리는 영원하게 “

 “문지방만 넘어올 수 있으면 농악과 소리는 가능해. 기운 갖고 노는 것이 아니라 신명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거든”이라고 말하는 이민조 옹은 두레 소리를 이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점점 소멸되고 있고 지금의 현실에서 자신이 세상을 달리해도 두레소리는 영원할 수 있도록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전통문화와 예술을 등한시하고 따분해 하며 잇기를 기피하고 더욱 기계화 정밀화 되어가는 요즘 농사짓는 것도 옛날 같지 않고 가난하고 병작을 하는 농민들의 시름과 힘겨움, 한을 덜어주었던 그 옛날 두레 소리와 놀이는 우리 민족의 저변에 깔려 있는 농민들의 뿌리임에도 점점 소멸되어가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것이다.

포승면 지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평택평야에서 울려 퍼지는 두레소리와 놀이를 완벽하게 해 나갈 사람은 이민조 옹 밖에 없다는 것이 사실인 정평이고 이를 완벽하게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제 남은 마지막 과제다.

농요를 도 지정 문화재로 만들어 준 것은 소멸되고 있는 우리의 전통민속놀이와 소리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민조 옹은 이어받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자신의 기예와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실력도 실력이겠거니와 진정으로 두레 놀이와 소리의 깊은 뜻과 참 맛을 알고 농민들의 시름과 한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그대로 살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내비친다.

이 하나만큼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원로 노인의 다짐에서 후배들이 전통놀이와 소리, 그 정신의 깊이를 소중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민조 옹은 조용히 읊조린다.  
“농부의 의식은 마음을 갖는다. 땅의 마음은 농부를 의식한다. 허리 굽히며 살아온 시간, 무념무상 바람이 때를 지나는 마음이다. 매서운 기상 앞 흔들림 없다. 시간 흐르는 기억 ,마음의 기억,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흐름이다”라고.

[no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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