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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남자의 본능(本能) +++++++++++++++++++++++++++++++++
* 착각에는 커트라인이 없다.
물론,나는 그녀의 감정이 나와 똑같은 느낌이라고는 추호도 생각 안했다. 사랑엔 국경과 정년이 없다지만, 그럴 여건이 아니잖는가? 그녀와의 대등한 젊음, 도덕성, 주위의 축복,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닌가? 또한, 그녀는 단 한번의 눈길에도 어떤 청년의 마음도 사로 잡을 수 있는
특별한 미모를 소유하지 않았는가? 설혹 그녀가 어떤 경박스러운 잘못을 저질러도, 같은 여자들로부터도 용서를 받을 수 있을 수 정도로 특출한 용모를 갖추었다. 그녀는 이지적이며,세련되었고, 누구나 탐을 낼 만 하였다.
* 본분플러스
그러나, 내가 가끔 착각에 빠지는 것은 그녀가 보이는 나의 대한
호의 때문이다. 그것은 상사에 대한 예의 이상의 것이었던 것이다. 물론 여비서가 자기 상사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고,정성을 다하는 것은
비서직책의 본분일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역할 이상의 정성과 마음 줌.... 객지에서 남자가 생활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아침식사의 해결방법이다. 늦잠을 자거나, 귀찮아서 아침식사를 허술하게 한 날은, 비서들의 감각인가, 어떻게 그녀는 눈치를 채고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따뜻한 우유 등, 그녀의 정성스런 차림에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고마움을 느꼈다.
대보름 때에는 오곡밥,동짓 날에는 팥죽까지 준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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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chaos)에 빠지다
이런 때 나는 늘 혼돈과 혼란에 빠졌다. 그녀의 호의가 나의 대한 호감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그녀가 상사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의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나는 이 현실을 스스로는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가 그녀와 나의, 사장과 여비서의 관계의
최선이었던 것이다. 한계였다.
만나면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
내 가슴엔 언제나 많은 날들을 그립다, 하면서도 만나면서도,만나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움에 까맣게 타버린 가슴일지라도 그 사람을 만날 만한 그럴듯한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 사람이 아니다. 몇 번이고
잊고자 마음 먹었지만 이미 마음부터 먼저 주었기에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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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밍아웃 (coming out)
이런 감정상태에 나에게 그녀가 직접 "데이트"란 용어를 쓰면서
약속을 제의한 것은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려 주는 격"이었다. 이것을 뿌리칠 정도로 나의 이성의 힘은 작동하지 않았다. 억제의 힘은 여기에서 나사가 풀렸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나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엑셀레이터 대신에.... 직접 그녀를 유혹을 할 용기는 없었지만, 유혹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이미 마음이 유화(柔和)되어 있었다. 도리어,나는 고백해야 한다. 커밍 아웃(coming out)해야 한다.
* 사랑작업
그녀가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녀을 향한 주문을 걸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쩜 그 동안의 나의 신사적인 행동은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한 할리우드식
연기였는지 모른다. 좀 속되게 표현하면, 1년 동안의 작업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데이트를 제의할 수 있도록 텃밭을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작업.....남자의 본능과 본색으로...
*그 날(The day) !
약속 이후에는 사무실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어색한 분위기......서로 말이 없었고, 할 말이 없었다.
기다리는 날은 왔다.
그녀와 나는 부산 약속 장소로 각자 출발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토요일 오전 내내 같이 있다가, 같은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따로 출발하니 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그 당시에는 토요일이 휴무가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만 월정이라 하여 놀토(노는 토요일)가 있었다. 약속을 하던 그 날, 그녀와 나눈 대화가 생각나서, 부산으로 차를 몰고 가는 승용차안에서 혼자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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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의 첫 연인은 아빠이다.
"사장님, 저는 사장님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요,
동네 뒷동산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높은 사람이란 느낌보다 꼭 아버지와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그건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 느낌이 들겠지?" "아니에요, 그냥 아빠처럼 따뜻한 느낌이에요." "언제 우리 아빠 모시고 같이 식사나 한 번 할까?" "아빠는 지금 부재 중이신데요" "어디, 먼 외국에 가 계시나 보지?" "아니에요, 멀긴 한데 이 땅이 아니고 저 하늘땅에 계셔요." "아이고, 내가 '가음정'씨의 아픈 곳을 찔렀구만..." 그녀는 잠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눈망울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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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사장님이 항상 저를 '가음정씨'라고 직접 이름을 불러 주신데
대하여, 얼마나 감사하고,좋아하는지 모르시지요? 전임 사장님은 저를 '미스 가'라고 불러서 발음이 좀 우스쾅스럽기도 하고, 얼마나 어색했는지 몰라요.큰 소리로 부르실 때는 마치 저를 어디로
"가라" 는 뜻으로 들렸어요.
현장의 남자 사원들도 사장님이 직접 이름을 불러 주신데 대하여,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신다고 모두들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회사 내 여직원들한테 인기 쨩인 것 아셔요?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사장님 팬크럽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에요. "그래요? 인기가 있어요? 난 한 사람한테만 인기가 있으면 되는데?" 나는 능청을 떨고 있었다. "그게 누구신데요?" "누군지 알아 맞추어 봐요?" "............."
(제 6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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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앞으로가 무척 궁금하네요. 일방적인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서로가 사랑하는건지... 잘 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관심과 성의있는 댓글에 용기와 격려를 받습니다. 감사,감사...
문장의 흐름이 박진감 있어지고 표현이 젊은 사람 같아졌어요. 소설이지만 사랑의 힘은 역시 대단...소설 속의 사장님은 누구라도 존경하고 사랑하고픈 분..글쓰기란 아는만큼..내 인격만큼 표출되는것..글 전반에 품위가 느껴집니다. 그림들도 너무 좋구요.아이는 천사 같습니다..곳곳에 초하 풋보리님의 정성이 보입니다. 좋은 글...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