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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100년 되어 고향에 돌아오다!
일을 하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 간혹 울 때가 있다. 음악, 문학, 무용, 연극 모두 다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 할 것인가.
예술은 하나의 발견이다. 피카소가 이 생각에 도달했다는 것은 참 용한 일이다. 그렇다. 찾는 사람에게 발견이 있다. 일을 지속한다는 것은 찾고 있는 거다.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세계가 아닐까.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 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보았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 수화 김환기 일기 중에서
저번 주까지만 해도 늦더위가 기승이더니 다시 가을이 한 발짝 슬그머니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일 년 중 가장 하늘이 높고 맑은 때입니다. 또 일 년 중 가장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방송 중, 오늘의 예비사서 김샛별입니다.
M1 : 재주소년 - 소년의 고향 (5:27)
지금 듣고 오신 곡은 재주소년의 소년의 고향이었습니다. 바로 저번 주가 추석이었잖아요? 이번 추석연휴가 유난히 길어서 들뜨고 신나셨던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은데. 다들 고향집에는 잘 다녀오셨나요?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는 명절 음식 때문에 과식으로 앓고들 계신 건 아니겠죠? 사실 제가 지금 그래요ㅠㅠ청취자 여러분들은 음식 앞에 날아가려는 이성을 꽉 붙잡고 멀쩡히 일상으로 돌아오셨을 거라 믿습니다. 음, 지겹도록 매일 보는 얼굴들도 있었을 테고 오랜만에 만난 정말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귀성길 차량에 짜증나고 지치고 할 것을 뻔히 알지만 우리는 모두 명절이나 긴 연휴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고향으로 발길을 향하고는 합니다. 한국의 귀향행렬은 마치 게르만족의 민족대이동을 떠오르게 할 만큼 외국인들의 시선으로는 낯설고 신기한 진풍경 일 텐데요. 이렇게 고생해서 내려간 고향땅은 낯선 타지에서 받은 외로움과 설움을 익숙하고 친근한 풍경으로 우리들을 다독여 줍니다. 다정한 고향, 소중한 사람들.
오늘은 아름다운 섬마을을 고향으로 둔 근사한 예술가 한 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바로 수화 김환기 선생님입니다. 올해가 그분이 태어 난지 100주년 되는 해라서 유난히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벌써 여러 차례 전시회들이 열렸었죠? 광주에서도 바로 저번 주까지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김환기, 백년되어 고향에 돌아오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화백의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가보셨을 거라 생각할게요. 저도 전시가 끝나기 며칠 전에 미술관에 관람을 갔었는데 단체로 관람을 온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수화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두자로 한국근대미술계를 이끈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나라 화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 화가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경, 파리, 뉴욕 등에서 전반적으로 활동하면서 한국근대미술의 국제화를 이끌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이자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서정적’이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여러분과 김환기 화백의 서정성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의 생애와 작품들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쉽게 찾아보고 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와 화백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방송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음악하나 듣고 갈게요. 달콤한 소금의 너를 만나러 가는길.
M2 : 달콤한 소금 너를 만나러 가는 길(4:27)
달콤한 소금의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듣고 오셨습니다. 노래 제목처럼 저희도 김환기 화백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김환기 화백은 신안군의 기좌도, 현 안좌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작품들과 그가 남긴 일기를 보면 그의 고향이 그의 작품세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또 그가 얼마나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짙은 푸른색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만 해도 전시를 둘러보고 느낌점이 작가가 참 파란색을 좋아하는구나...였으니까요. 하지만 김환기 작가에게 그의 작품들 속 푸른색은 단순히 좋고 싫고의 기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가는 언젠가 프랑스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니스 바다의 물색 또한 아름답지만 내 고향 바다의 물색만 못하다. 감히 그의 서정성은 그가 말하는 이 물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김환기의 물색하니까 떠오르는게 한 가지 있는데요. 60년대 프랑스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던 누보레알리즘을 이끈 이브 클레임의 국제적인 푸른색, 즉 IKB입니다. 그의 푸른색 단색화 역시 유명하죠? 놀라운 건 김환기가 물색에 대해 말했던 인터뷰와 같은 곳에서 일년 후 이브 클레임이 자신의 국제적 푸른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어쩌면 클레임이 아니라 김환기의 물색이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을 수도 있었겠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클레임의 푸른색과 김환기의 물색은 아주 다릅니다. 클레임의 짙고 비비드한 파랑은 답답하게 갇혀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네모난 캔버스 안에서 클레임의 파랑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김환기의 물색은 그의 고향 안좌도의 푸른 바다를 생각나게 합니다. 빨려 들어갈 듯 짙고 빽빽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흐르듯 잔잔해 지고는 합니다. 고정된 네모의 틀에서 벗어나 계속되어 나가는 물색의 작품은 그 자체로 우주가 되고 바다가 되며 작가 자신의 서정적인 감성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전시를 가보게 되면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자체에 매료되게 되는데요. 이번 광주 전시에서는 작가의 일기의 문구나 사진들이 함께 전시 되었습니다. 전 작가가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었는데 실제로 김환기가 일본 유학을 갈 당시에 시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러 일본에 유학을 간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시 사랑은 그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데요. 그는 그의 작품에서 시(時)서정을 이야기할 만큼 시가 가지는 운율성과 감정들을 작품에 담으려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론도’에서 음악과 시가 가지는 운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뭔가 멋과 풍류를 알았던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도 키도 크시고 정말 잘생기셨더라구요. 굉장히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뉴욕에 거주할 당시 작품이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낙담하지 않고 ‘작품을 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음악하나 듣고 계속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죠. 수정선의 내가 바라는 내 모습.
M3 : 수정선 - 내가 바라는 내 모습(4:06)
네, 노래 듣고 오셨구요. 지금부터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보고자 합니다. 그는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가면서부터 그림을 접하고 작품을 해나가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1935년 당시 동경의 권위 있는 미술대회인 「이과전」에서 입선한 <종달새 노래할 때>는 지금의 작가를 있게해 준 주춧돌과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에 작가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이 작품을 처녀출품작이라고 하며 ‘달기만 했던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은 굉장히 낭만주의자였고 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자신에게 있어서 굉장히 달콤했기 때문이라구요.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작가 자신의 누이입니다. 실제로 누이동생을 보고 그린 것은 아니나 그녀를 생각하며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물동이를 이고 현관을 들어서는 여인의 뒤에선 돌기둥과 옆으로 따라난 돌계단은 실제 작가의 생가의 풍경입니다. 작가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하늘 위 구름들이 그림에 낭만적인 풍토를 불어넣어 준다고 말합니다. 이 그림의 원작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요. 우리가 흔히 본 이 작품은 원본이 아니라 당시 엽서에 삽화로 들어갔던 그림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엽서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작가의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이 그림을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 광주 전시회에서 이 오리지널 엽서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딱 엽서 한 장 크기더라구요.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던 김환기의 <요코하마 풍경> 또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종달새 노래할 때>보다 더 앞선 시점에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아 작가의 초기작으로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요코하마 풍경은 입체파와 야수파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요. 선명한 색체와 생략된 형체들에서 세잔을 그 형체들의 자유분방한 배치에서 브라크의 느낌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본은 현재 너무 많이 훼손되어 보수 작업이 들어가기 굉장히 어려운 상태라고 해서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M4 : 요조 - 조금만 더 가까이 (5:47)
요조의 조금만 더 가까이 듣고 오셨습니다. 잔잔한 기타 선율과 담담한 요조의 목소리가 조화를 잘 이뤄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습니다. 항상 밝고 깜찍한 느낌의 요조의 목소리만 듣다가 이렇게 차분하고 나긋한 요조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신선하네요.
해방 이후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의 것에 대한 고찰과 의식에 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일제에 억눌려 있던 민족의식과 얼은 해방을 계기로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는데요. 작가 역시 이 당시 우리나라의 멋에 심취하게 됩니다. 김환기를 흔히 달 항아리 화가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환기는 달항아리와 매화 등을 가지고 한국적 서정성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그는 조선의 백자를 사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달 항아리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미에 대해 눈이 뜨인 것은 달 항아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작가는 달 항아리에서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많은 달 항아리를 수집했다고 해요. 서울 성북동 집 정원에 달 항아리를 두고 바라보며 ‘달이 뜬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백자는 고려의 화려하고 잘빠진 청자의 아름다움과는 다르게 소박하고 단아한 멋이 있다고들 하죠. 조선의 달 항아리는 둥그런 달을 닮아 달 항아리라고 하지만 완벽한 대칭의 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는 항아리를 빚을 때 위와 아래를 따로 빚어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약간의 타원형으로 일그러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어쩌면 작가는 달 항아리의 그런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사랑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면 차올랐다가 사그라지는 달 처럼요. 달과 매화 외에도 작가는 소나무, 사슴, 봉황 등 십장생의 이미지에서 한국의 것을 빌려와 작품에 투영하곤 했습니다. 작가의 무수히 많은 달 항아리와 매화, 십장생 시리즈는 한국적은 정서와 함께 현대적인 느낌 마져 줍니다. 달 항아리가 가지는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단순성은 작가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데요. 감각적인 색감과 심플하고 세련된 형태들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뒤지지 않는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쓰이기 시작한 말인 것 같아요. 정보 통신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식상해져가고 있죠. 이럴 때 일수록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작가는 벌써 예전부터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나 봅니다. 그는 글 속에서 그의 신념과 의지가 넘치듯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는 동양 사람이요, 한국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비약하고 변모하더라도 내 이상의 것을 할 수가 없다. 내 그림은 동양 사람의 그림이요, 철두철미 한국 사람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이란 강렬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봄으로써 더 많은 우리나라를 알았고, 그것을 표현했으며 또 생각했다. 파리라는 국제경기장에 나서니, 우리 하늘이 더욱 역력히 보였고, 우리의 노래가 강력히 들려왔다. 우리들은 우리의 것을 들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것이 아닌 그것은 틀림없이 모방 아니면 복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M5 : 타루 - 지금이 아니면(5:22)
네, 타루의 지금이 아니면 듣고 오셨습니다. 타루 또한 요조처럼 여성스럽고 예쁜 목소리의 소유자죠? 타루의 ‘예뻐할게’라는 귀여운 사랑고백 송을 참 좋아했는데 오늘 들려드린 곡인 안타까운 이별의 노래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예뻐할게’도 꼭 한번 들어 보세요.
김환기의 예술인생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보통은 동경시대, 파리시대, 뉴욕시대로 구분되어 집니다. 남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예술 활동을 펼친 그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963년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 회화부분에서 명예상을 수상한 그는 당시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뉴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발을 내딛습니다. 한국에서 그는 유명하고 성공한 예술가였지만 뉴욕에서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회화 실험을 합니다. 김환기는 다른 여타의 연로 화가들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새로운 회화 방법을 강구하고 내면화 했습니다. 그 끝에 그를 대표하는 회화법인 ‘점화’를 그리게 됩니다. 모든 것이 생략된 점과 그를 둘러싼 선만이 존재하는 그의 점화 작품들에서 우리는 우주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스스로도 하나하나 하늘의 별이라 여겼던 점 하나하나는 김환기 자신이 그리워하는 인연들의 모습 하나하나입니다. 그의 점화에 그의 물색이 더해져 더할 수 없는 서정성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그의 점화 작품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직접 앞에서면 압도되는 뭔가가 있더라구요. 이번 광주 전시회 입구에 가장 크게 걸려있던 점화 작품이 있었는데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서도 그 앞에서 쉽사리 발이 안 떨어지더라구요. 아쉽게도 그의 점화 시리즈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없었는데요. 원래 김환기의 작품을 대관하여 전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작품 뿐 만아니라 시인 김광섭의 시 또한 함께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작품의 제목이 된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죠.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가 캔버스에 점 하나하나를 찍어낼 때 딱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하루 10시간도 넘게 고개 숙여 그리운 고향을, 소중한 사람을 그려냈을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김광섭은 우리에게 <성북동 비둘기>로 친근한 작가입니다. 화가 김환기와 시인 김광섭은 함께 수학한 문우 사이었다고 하죠. 이 작품은 제 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탄 작품입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 데요. 이 미술대전 당시 이미 암암리에 수상자들이 정해저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뉴욕에서 김환기가 이 작품을 이 대회에 출전 시킨거죠. 당연히 심사위원들은 난리가 나도 그 전까지의 김환기의 작품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작품에 작가가 동명이인임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해요. 김환기의 이 작품이 대상이 되는 바람에 나머지 정해두었던 수상자들도 다 바뀌었다고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음악하나 듣고 올 게요. 스텐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4:32).
M6 : 스텐딩 에그 - 오래된 노래(4:41)
이번에 듣고 오신 곡은 스텐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였습니다. 위 방금 전까지 김환기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그의 작품 세계 형성에 있어서 그의 고향 안좌도는 빼 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의 작품과 그가 남긴 많은 글 속에서 그가 그의 고향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제 고향에서는 축구를 할 수 없다고, 공이 바다에 빠져 버린다고 말했던 것처럼 작은 고향 섬은 지금도 그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현재 안좌도는 ‘아트 아일랜드’라는 이름 아래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생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길에 늘어선 가로등에는 김환기의 추상작품들이 걸려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아직 구상과 계획 중에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이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광섬이었던 일본의 나오시마 섬은 현재 예술의 섬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섬 곳곳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역시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구사마 야요이의 손길이 묻어납니다. 섬 가운데를 차지하는 안도 다다오의 베넷세 하우스는 외관이 가지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내부 역시 예술가의 작품들로 꾸며진 아트 호텔이라는 데서 여타의 숙박시설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또 해안가에 보이는 땡땡이 무늬의 알록달록한 호박 조형물들은 편집증을 가지고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인데요.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비비드한 색체의 호박은 이질적이나 색다른 감각을 느끼게 합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지와 기업의 막대한 투자로 버려지고 황폐한 섬에 불과했던 나오시마 섬은 현재 수많은 관광객들과 예술가들이 찾는 진정한 ‘아트 아일랜드’가 되었습니다. 수화 김환기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어지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안좌도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방송 처음에도 말씀드렸었죠? 올해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유독 김환기와 관련된 전시나 티비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 되었는데요. 2013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김환기 전기가 발간되었다고 해서 청취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작가의 전 생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개인사나 작품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 또 파리와 뉴욕등 외국에서의 생활까지 잘 보여주고 있어 작가의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줄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또 김환기의 뮤즈이나 아내인 김향안과의 이야기 또한 잘 담아냈으며 그가 예술 실험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서술하고 있어 작가와 추상미술에 대해 한 발 짝 다가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방송 어떠셨나요?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그리고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음악들과 함께해봤는데요. 전체적으로 제 감상을 말씀 드렸지만 청취자 여러분들도 함께 들으시면서 자신이 직접 느꼈던 감상이나 느낌들과 비교도 해보시고 하시면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소년은 지금 위대한 예술가가 되어 타국의 땅에 잠들어있습니다. 비록 그가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고 마지막 순간 역시 그 곳에서 맞이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정서를 작품에 담으려 했던 자랑스러운 한국의 예술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기억하고 그립니다. 그리운 것이 너무 많이 커다란 캔버스에 그 그리운 것들을 꾹꾹 그려가던 화가는 스스로 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방송 이것으로 마무리 할까요? 은우의 바다에서 태어난 해 들으시면서 인사드릴게요. 한주의 시작과 끝,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저희 도서관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예비사서 김샛별이었습니다.
M7 : 은우 - 바다에서 태어난 해(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