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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합격자 길진성 / 서울대학교 화학부
1.서
저는 4시로 60기에 합격한 서울대학교 화학부 14학번 길진성 이라고 합니다. 공부 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민소 이외 타 과목에서 고득점을 한 것도 아니지만, 1)동차, 기득 기간의 제 과오, 2)수석을 배출한 수험 스터디 관련해서 몇 글자 적어보겠습니다.
2.시험 진입
2018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군 복무를 하면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주변에 55기로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군 복무 기간 중 변리사 시험 공부 방법에 대해 대략적으로 찾아보고, 2020년 2월 전역 직후 본격적으로 변시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3.시기별 공부 방법
(1) 동차 및 기득
동차 기간엔 2차를 준비할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민소 이외 과목은 기본서 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gs문제를 구매해 혼자서 풀어보고 답안을 외우다시피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했어도 보통 사람들이 하듯이 기본서 - 판례집 or 사례집 - gs 순의 체계적 학습 루트를 따랐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4시의 시작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동차 기간인 57회 2차 시험에서 커트라인인 51.xx 점수에 미달한 49.xx 점을 받고 불합격했습니다.
동차 시기에 합격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는 생각을 해, 약간은 오만한 생각을 갖고 동차 시절 습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워낙 혼자 공부하는 걸 좋아해 역시 학원에서 제공되는 기본강의-판례강의-사례강의 루트를 따르지 않고 민소(심영식 변리사), 특허(박형준 변리사), 상표 기본서(최지환 변리사)를 혼자서 회독했습니다. 혼자서 법리를 이해하고 판례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오개념이 생긴 부분이 있더라도 그걸 바로잡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답안 작성일텐데, 답안 작성을 위한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득 시기 58회 2차 시험에선 동차 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고 불합격했습니다.
(2) 3시
동차, 기득 시기에 겪은 실패를 통해 공부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교과서를, 민소는 이창한 강사님의 “통합 민소”, 상표는 한경훈 변리사님의 “데생”으로 변경했고 특허는 박형준 변리사님의 “준특허법“으로 유지했습니다. 박형준 변리사님의 ”준특허법 교과서 다이어트“라고들 칭했던 준특허법 개정판 출간이 제게는 특히 긍정적인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3법의 내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그 내용 모두를 같은 강도로 공부하거나 암기할 필요가 전혀 없고 결국 항상 나오는 ”기본 법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기본 답안“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사람이 고득점을 한다는 말을 항상 하셨고, 그 말이 반영된 개정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수험계에서 수험생들이 뇌리에 가장 강하게 박아넣어야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3시 시기엔 법학 공부가 아닌 답안 작성을 맹점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논점이 나왔을 때 어떠한 목차로 써야할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판사형 공부가 아닌 수험형 공부로 자세를 바꾼 첫 해였고, 결과적으로 실력이 많이 향상돼 3법 모두 대형 gs에서 거의 항상 5% 이내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실제 시험에선 민소 3번 문제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고 결국 합격컷인 52.22 점에서 조금 모자란 52점을 받아 불합격 했습니다.
(3)4시
4시 기간엔 3시 기간에 했던 공부 방법을 그대로 가져가되, 논점/주제들 사이 경중을 더 치밀하게 두어 효율적으로 공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형 gs에서 나오는 메인 논점들 위주로 가지를 치며 공부를 했고, 회독을 할 때도 중요 논점들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빠르게 합격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공부 방법을 처음부터 숙지하시고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셨겠지만, 저는 이 당연한 방법을 너무 늦게 깨닫는 바람에 수험 기간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4시 기간엔 특허/상표 기출을 특히나 많이 풀었습니다. 박형준/한경훈 변리사님의 기출 해설집을 교과서로 공부했습니다. 풀 답안도 써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해당 문제를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고득점으로 이어졌을까를 생각하며 목차를 잡는 데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실제 문제는 gs 문제보다 훨씬 러프하고, 생각보다 사각지대가 매우 많으며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갖는데, 기출을 위주로 공부를 하며 현장감을 익히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강하고“ ”간결한“ 답안을 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60회 2차 시험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는 않았지만, 민사소송법 63.33점, 특허법 51점, 상표법 54점을 받아 평균 56.11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4.과목별 공부 방법
(0) 서
저는 보통 사람들이 밟는 정식 루트, 예컨대 기본강의-판례 or 사례강의 - gs 순의 학습 루트를 밟지 않았고, 그게 패착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제 공부 방법은 수험생들이 수험 기간의 장기화를 방지하도록 하기 위한 지침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민사소송법
3시 때부터 이창한 강사님의 통합 민사소송법 교과서로 공부했습니다. 다만, 3시 때는 통합 교과서를 회독하지는 않았고 이를 베이스로 저만의 기본서를 만들었습니다. 저만의 기본서를 만든 이유는 통합 교과서의 서술 방식이 저의 답안 작성 형식과 많이 달라서, 저만의 목차를 만들며 공부를 하자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59회 시험에서 3번, 4번에서 실수로 인해 타격을 받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총 68점을 획득해, 그렇게 잘못된 공부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시 기간엔 저만의 기본서를 버리고, 통합 민사소송법의 암기노트를 기본서로 삼았습니다. 다만, 암기노트에는 수록되지 않은 내용이 상당하고 설명이 간결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통합 교과서도 함께 보면서 내용을 직접 보충했습니다. 암기노트를 기본서로 삼은 이유는 통합 민사소송법이 너무 두꺼워서 회독하는 데 있어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암기노트에 없는 내용들을 포스트잇을 활용해 보충했는데, 보충한 양이 꽤 되어서 제 암기노트는 남들이 보는 것보다 유난히 두꺼웠습니다. 사실 이창한 강사님께서는 암기노트로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암기노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통합 교과서를 참고하여 암기노트를 저만의 형식으로 ”보충“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그렇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4시 기간엔 논점/주제별로 중요도 비중을 더욱 치밀하게 부여해 효율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대형 gs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중요 논점들은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통으로 암기하고자 노력한 반면, 그렇지 않은 논점들, 이미 기출됐던 논점들은 목차 현출/법리 이해 위주로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실제로 대형 gs에서 나오지 않는 논점들이 시험에 나오는 순간 극소수의 “암기왕”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하게 쓸 수밖에 없다는 걸 4시 때 깨달아서, 그런 비주류 논점들이 시험에 나오면 어떡하지 라는 쓸데없는 고민들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었습니다.
4시 때 특히 더 신경 썼던 부분은, “민사소송법도 사안포섭으로 차별화하자“ 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민사소송법은 그저 암기과목으로만 접근해 판례를 정확하게 암기하는 것 위주로만 공부를 했습니다. 4시 수험생이 되니, 전혀 모르는 논점 내지 법리는 사실상 없었고 다만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안포섭이었습니다. 판례의 논리를 따라가며 설문에 나오는 갑, 을 내지 사람/법인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자세하게 포섭하는 습관을 들였고, 회독을 할 때도 사안포섭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미리 틀을 마련해 뒀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항상 자신도 있던 과목이라 본 시험에서도 63.33점이라는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5.수험생활 일반
(1) 공부 장소, 생활리듬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걸 잘 못해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스터디카페에서 2개월 정도 있다 다른 스터디카페를 가기도 했고, 중간 중간 일반 카페도 다녔습니다.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쯤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주변 소음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라서 일반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았는데, 주변 소음에 민간하신 분들은 조용한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시는 게 훨씬 좋을 거 같습니다.
그날그날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보통 9시부터는 공부를 시작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순공 시간은 최소 8시간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기는 했는데, 2차 시험 막바지에 접어든 두 달 정도 기간 동안은 10시간을 넘긴 날도 상당했습니다. 순공 시간을 설정해서 지키는 데 많이 신경 쓰지는 않았고, 일주일 정도 텀으로 해야될 일들을 리스트화 한 다음 그걸 수행해 나가는 데 더 집중을 했던 거 같습니다.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리듬으로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2) 60기 수석과 함께 있던 카카오톡방
이번 60기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사람과 같은 과 학생으로 기존에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이입니다. 4시를 함께 시작하며 같은 과 다른 합격생과 함께 카카오톡방을 개설했고, gs도 함께 들으러 다니며 공부를 함께 했습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모여 공부를 함께 한 것은 아니었고, 주로 카카오톡방에서 공부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다들 똑똑한 친구들이라고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어서 그들을 보며 동기부여도 됐고, 수험서 회독을 하거나 gs 문제를 풀며 애매하거나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1명이 수험에서 벗어난 고민을 하고 있으면 다른 2명이 제지해주는 역할도 많이 했습니다.
(3) 건강, 멘탈 관리
원래 헬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수험 생활을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기도 해서 거의 매일 헬스를 했습니다. 헬스 시간을 정해놓지는 않았고, 공부를 최대한 오랫동안 한 다음 더 이상 집중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끼는 시점이 오면 헬스장으로 향해 1시간 정도 헬스를 했습니다. 헬스를 하고 나면 떨어졌던 집중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돼, 순공 시간을 더 채울 수 있었습니다.
6.마지막 하고 싶은 말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공부 방법이 다 다르고, 개인적으로 변리사 시험의 채점 방식이 객관적이지도 않아서 운이 굉장히 중요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고 해도 분명히 항상 고득점을 하는 사람은 있기에 방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적용하되 그러한 대략적인 방향성으로 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변 수험생, 강사님들로부터 끊임없이 피드백을 얻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혼자 공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입니다. 학원에서 정해놓은 학습 루트(기본 강의 - 판례 OR 사례 강의 - gs 강의)가 절대적은 아니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 공부를 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실력 있는 강사에게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처음엔 느려보일 수 있으나 수험기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던 제가 제 몸과 정신과 시간을 헛되이 희생하며 배운 교훈이니, 혹시나 “나 정도면 혼자서 맘대로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얼른 그 생각을 버리고 학원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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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간결하지만 수험생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좋은 합격 수기. 감사드립니다. 변리사로서도 성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