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길 따라....
학창시절
친구와 고갯마루에서 보았던 저녁연기는
낯 섬 때문이었을까요.
사뭇 다른 냄새로 떠가던 그것은
내 기억을 따라 흐르지 못한 그리움이었음을
그곳을 떠나와서야 알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그늘은 씻어버릴 듯
여수의 밤은 참으로 요란했지요.
그 때문인지 신기항을 떠나 여천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역광받은 풀잎들이 제 마음을 심하게 흔들었습니다.
풀잎이 좋았던 것은
유년시절 할머니집 마루에 앉아
돌담 너머로 흔들리는 풀잎을 바라보다 잠이 들던
바로 그때 부터였나 봅니다.
가까이 미운 자국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과 하늘과 구름, 바다가 있었고
그 너머로 지는 노을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 모두는 함께여서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홀로 선 섬이 전부였다면 섬은 얼마나 적막했을까요.
그래서 섬 밖의 풍경들은
새로운 조망아래 새 길을 열어두었나 봅니다.
뱃길 끊긴 어느 날
바다가 모두 땅이라면 무엇을 할지
친구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가 있었습니다.
꿈같은 시대가 왔다지만
그 다리를 넘나드는 바람을 느끼고서야
정녕 그것은 꿈이 아님을 알 것 같았습니다.
물길 따라 서럽게 떠나버린 까까머리 아이는
이제 흔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 좋아하던 녹섬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가야 할 길을 점점 멀게 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 산을 넘으면
언제나 저 멀리에서 나무 한 그루가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숲으로 난 길을 따라 걷고서야
마침내 말로만 듣던 당산을 알게 되었지요.
어둔 숲 사이로 보이는
정든 초등학교 교정과 구름다리...
풍경들 사이로 아득한 추억들이
오버랩 되어 다가섭니다.
그렇게 의젓하고 당당하던 푸른 솔은
어디로 떠난 걸까요.
오늘도 결 고운 두몽안은 말이 없습니다.
빈자리엔 언제나 여운이 남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떠났던 세월만큼 고향에는
빈자리가 점점 늘어 갔습니다.
그래서 섬은 길을 만들고
우리는 바다로 난 길을 걷습니다.
푸른 길 따라...
유년의 자리
오롯한 숲길로 떠난 그대
은빛 여울을 보셨나요.
무심히 보낸 세월은
어느 바람자고 해가 뜨면
기억할련지요.
우리가 스친 길을 닮은
낯선 길을 만나서
그리도 반가웠던 것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그대의 영상 때문입니다.
다시 만날 것 같던
어제 우리가
이리도 긴 이별위에 있는 것처럼
해가지면
그 길 따라 세월가고
우리네 그리움도 떠납니다.
그러나
끝내 떠날 수 없는
그 하나가 있다면
내가 다시 나를 찾아
귀환할 수 있는
유년의 자리이겠지요.
글/애린
사진/애린,안도러브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3-26 21:42)
애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바람끝에서 청아한 가을내가 납니다.
늘...평안하시길...
2010-08-26
00:20:08
산적두목
"고향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자존심은
지킬 수 있다." 는 말이 떠오르네요.
글과 사진이 점점
무르익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에 폭염은 사그라들 줄
모르는데 그곳은 견딜만 한지요.
2010-08-30
12:59:21
애린
네, 제법 선선한 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어젯밤엔 어디서 들어왔는지
여러마리의 모기를 황천길로 보내느라
잠을 설치고요.ㅎㅎ
어느덧 10년이 흘러가고 있네요.
그렇게 오랜세월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고 다듬어 주시어
제가 이렇게 느긋한 세월을 엮고 있습니다.
늘...건강하세요..
2010-08-30
23:19:05
얼음꽃
유년의 추억을 따라 푸른 여행을 하셨군요.
이젠 매미의 목청도 기어들어가듯 울고 있으니
여름도 가을에게 곧 자리를 내어 주겠죠?
마무리 잘 하시구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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