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가지가 아프도록
바람이 불었다
꽃이 피어나고
기억의 그늘이 있던 자리
또다시 새로운 씨눈이 돋아났다
가지마다 눈부신 시간의
흔적들이 내려앉았다
투명한 유리알에
새로운 파장으로 색을 입혀
꿰어 놓는다
마. 침. 표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99E4433F5E450EFB0B)
사진은 대상과의 인연이자 교감이다.
시는 번쩍 떠오르는 영감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상미학과 삶의 철학을 겸비한
강미옥 시인은 프로페셔널 아티스트이다.
어느 시인이 찍은 사진보다,
어느 사진작가가 쓴 문장보다 절묘하다.
그 이유는 억지로 둘을 묶지 않고
즉시 현장에서 느끼고 담았기 때문이다.
회화(그림)는 작가의 상상력이나 추상이 개입되고,
난해한 현대시는 독자들과 공감을 나누기엔 어려움이 많다.
『바람의 무늬』사진시집은
이미지와 시가 한 몸이 되어 바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의 사진시에서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의 소통, 생과 사가 있다.
넋두리가 아니라 신선한 깨달음이 있다.
휴대폰으로 눈앞의 안부를 담고
그리운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2020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격이 높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강미옥은 부산 출생으로 사진가이자 시인이다.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 』(2017, 눈빛)을 출간하였고
사진을 통하여 개인전 <향수> (2018),
<통도사, 솔숲 사이로 바람을 만나다> (2019) 가졌다.
현재 경남 양산의 청조 갤러리 관장이며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겨레신문 사진마을 작가
삽량문학회 편집장, 양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145365E3E9A9237)
나의 가을
눈이 오는 게 아니다
꽃이 날리는 게 아니다
잎이 떨어지는구나
떨어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날도 있다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3D1475E3E81F912)
만가
오고 감, 한순간의 몸짓인가
구름 타고 바람에 흘러
모였다
흩어졌다
끝나지 않은 말들
한 나절을 울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EE8375E3E863914)
모래여인
언덕 위에
한 여인을 그리고 나면
어디선가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바닷바람 사이로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9EB4A5E454DC309)
잉태
하늘에서 눈이 되어 내려오고
둥글게 준비한 땅이 만났네
순결한 탄생은
고요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
.
강미옥 시인은
사진의 언어와 문자의 언어로 시를 ‘찍고’ ‘쓴다.’
그 사이에 팽팽한 경계가 만들어져 있다.
그것이 강 시인의 ‘사진시’다.
이 시집의 표제인 ‘바람의 무늬’만 봐도
카메라의 포충망으로 포획한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무늬를 낚아채고,
그 무늬 사이사이 빛과 어둠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래서 강 시인은 요즘 유행하는
‘디카시’와 변별되는 무거움이 있다
사진만 봐도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시만 읽어도 그 넓이가 충분한데,
그 둘의 ‘콜라보’에서 강미옥 시인의 사진시는
무릎을 탁! 치는 절창을 만드는 것이다.
[정일근 / 시인, 경남대 석좌교수]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5F7405E3E983601)
바람의 무늬
그에게도
빛이 있고
어둠이 있고
얼굴이 있구나
첫댓글 좋습니다
진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