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신의 핵심은 “신이 인간에게 베푼 기쁨”을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원래 보수의 정신에는 자유주의가 오랫동안 지배적인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자유주의자들은 서민 대중을 높이 받들고 인류의 모든 문제에 대하여 기계적이고 정치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믿었으며 인생의 비극적이거나 영웅적인 측면들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런 믿음들은 현실에서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에 미국의 유명한 정치학자이자 미국 보수주의의 재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러셀 커크가 말하는 『보수의 정신』(러셀 커크, 이재학 역, 지식 노마드)에 대하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한다. 그것은 1) 신이 인간에게 베푼 삶의 기쁨(the unbought grace of life) 2) 위대하거나 미미하거나 살아 있거나 죽은 사람들의 권리와 의무가 무한하게 연결된 사슬(eternal chain of right and duty which link great and obscure, living and dead) 3) 정치는 초자연적인 정의의 여신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기술이라고 보는 관점(view of the politics as of apprehending and appiying the Justice which is above nature)이 녹아 있다고 했다. 따라서 보수의 정신을 존중하는 정치에서는 신을 부정하지 않으며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릴 자유가 주어지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빈부격차 지위고하는 막론하고 권리와 의무의 연결 사슬을 지키고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보수의 정치는 인간이 정해 놓은 정의의 틀이 아닌 선험적이며 보편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때때로 자기의 편의와 권력적 추구를 위하여 정의를 예단할 수 있다. 그것은 계급적일 수 있으며 투쟁적일 수 있다. 그런 정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의 정신을 존중하는 정치는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며 그것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정치는 신이 인간에게 베푼 기쁨을 더욱 충만하게 누리도록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정치는 혁명이 아니라 끊임없는 성찰을 통한 개선으로 자기 발전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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