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회덮밥. 연어를 꺼내는데 남편이 외출을 한다네요. 잠시 후 훅 바람이 불어 참지못하고 나는 물었다. "같이 갈까?" 다녀와 점심을 하려니 꾀가 났다. 연어를 냉동고에 넣고 외출을 하였다. pollo loco에서 닭을 투고하여 점심을 대신하니 손에 물을 안 묻치고 편해서 좋았다. 두어 시간 지난 후 딸의 전화가 왔다. 퇴근 후 집에 잠깐 들린단다. 일짝 전화하면 반찬좀 했을탠데 하니 엄마가 반찬하느라 힘들까 일부러 늦게 했단다.
느긋하게 앉아있던 내 머리 속이 출근 시간 네거리마냥 바쁘게 돌아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스캔하고 음식을 그려본다. 김밥을 좋아하니 김밥을 하고 곁들일 오뎅국을 끓여야 겠다. 순두부도 새우와 홍합이 있으니 해야겠다. 나물을 잘 안 해 먹으니 콩나물과 호박나물을 하고...
머리속이 정신없이 바쁘다. 시간 여유가 없어 다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일단 시작했다. 혼자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손을 빌렸다. 마당에서 파를 잘라주고 쌀도 3컵만 담아 주고 불고기도 야채와 볶아달라며 주문이 많았다.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딸이 왔다. 불고기와 김밥을 맛있게 먹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딸이 있으니 집이 가득차고 보기에 좋았다. 딸은 얼마 전 바꾸어준 크롬북을 쓰는데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는다. 피곤하니 그만 가라고 했다. 그래도 가르쳐줄께 가져오라는 말에 컴퓨터를 켜고 한참을
배웠다. 알려준 후 혼자 해 보라며 이것 저것을 물어 숙제 검사를 받는듯 긴장이 되었다. 컴퓨터는 왜 이리 힘들지?
냄비도 몇 개 되고 설거지가 싱크대에 가득하다. 슬그머니 일어나는 남편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아빠, 멋있는데" "음식 하느라 엄마가 힘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가 하시는게 많단다. 점심 후 설거지는 아빠가 해주시고 펜 케잌과 과일은 꼭 아빠가 깍아 주신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아 있듯 우리는 감사의 표현으로 멋진 아빠라고 칭찬하였다. 더 할 것 없느냐며 뒷 정리까지 해주는 남편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언제보아도 반갑고 예쁜 딸. 나는 음식을 한가지라도 더 해주어 먹게 해주고 싶은데 딸은 항상 3가지만 가져 간다고 엄포를 논다.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어 양 손 가득 들려 보내니 힘든것도 잊은채 흐뭇하다. 오늘은 손에 물을 안 대고 편하다고 했는데 늦게 발을 동동거리며 바빴다.
할 일 없이 앉아있어 잠자던 세포들이 신이 나서 뛰어다닌듯 엔돌핀이 솟는다, 가져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아이들 생각에 하루를 마감하는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찬다. 자식이 뭔지...하시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첫댓글 정말 요즘 보기 어려운 엄마모습이네요. 많이 반성 하면서 읽었어요. 나도 하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맛이 별로라서 하하.
딸과 엄마가 특별이친한모습이 눈에 훤 하게 보이네요. 딸은 엄마의 영원한 벗. 그런 엄마를 둔 딸이 부럽네요. 엄마 화이팅.
따뜻하고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묵직하고 조용한 아버지의 사랑
세심하고 밝은 어머니의 사랑.
그런 사랑을 받고 사는 딸은 축복 받은 사람이 분명합니다. ^^*
봉희샘 오래 오래 행복하이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