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 평가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품종은 커피 세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게이샤는 꽃과 과일의 화사한 향과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작년 경매에서 에스메랄다 농장의게이샤 최상품은 1파운드당 2,755달러에 팔렸다. 38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1파운드의 생두에서 커피가 20잔 쯤 나오니 한잔당 137.75달러, 우리 돈으로 20만원에 가깝다. 돈을 물쓰듯하는 부호가 아니면 이 비싼 커피를 낙찰받아 편하게 마실 수 없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은 그저 입을 벌리고 탄식이나 한다.
10년 전 카페쇼에서 콜롬비아의 한 농장에서 재배된 게이샤를 시음하고 통 크게 20Kg 한 푸대를 주문했다. 그 금액이 200만원이어서 놀란 카페 사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행히 고객들이 그 원두를 좋아했다. 100g씩 담아 3만원을 받고 팔았지만 반년이 가기전에 모두 팔렸다.
나도 게이샤 품종을 좋아한다. Kg당 10만원이 넘는 생두를 사서 볶아 마시기도 했고, 200g이 담긴 원두를 2~3만원에 사서 드립해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된장 냄새와 같은 발효 냄새가 나지 않고, 향미가 좋은, 그래서 계속 마시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게이샤는 그간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기획하며 다시 한번 기대를 높인다.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비싸지만 다이야몬드가 그렇듯 최상품이 아닌, 상품, 중품으로 가면 가격이 많이 싸진다. 그래서 에스메랄다의 게이샤를 Kg당 20~30만원에 살 수도 있다. 내가 가능한 것은 그 정도다. 그 정도의 게이샤도 한잔에 2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2만원을 내고 그 커피를 마실 당진 시민은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