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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위기 또 위기 해로공은 그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위소보는 오배의 집에 가서 재산을 몰수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보물을 얻고 금은 비수등을 가로챘다는 사실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태후께서는 저에게 오배의 집으로 가서 두 권의 사십이장경을 가 져오라고 했어요." 해로공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말했다. "오배의 집에 두 권의 사십이장경이 있었다고?" "그래요. 태후와 황상께서 가져오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렇지 않았다 면 저는 어르신께 갖다 드렸을 거에요. 그렇게 해도 다른 사람들은 모 를것이 아니겠어요?" 해로공의 안색이 음침해졌다. "흥 태후의 손에 떨어지게 되었군. 매우 잘되었다. 매우 잘되었어." 위소보가 저녁밥을 갖다 주자 해로공은 겨우 반 그릇의 밥을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그리고 하얗게 변한 눈동자를 희번득이며 천정 을 바라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위소보는 밥을 먹고 먼저 한 숨잔후에 삼경 쯤 되었을때 다시 약속 한 장소로 가서 소궁녀와 만나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해로공이 멍 하지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옷을 입은 채 침대위에 누웠다. 어렴풋이 그는 한숨 자게 되었고 밤중이 되자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가지고 왔던 그 상자를 품 속에 넣었다. 혹시나 해로공을 깨울 까봐 천천히 문가로 다가갔다. 빗장을 열고 살짝 문을 열었다. 그때 별안간 해로공이 물었다. "소계자. 어디 가려고 하느냐?" 위소보는 깜짝 놀라 말했다. "소변을 보려고요." 해로공이 말했다. " 왜 방안에서 소변을 보지 않지?" 위소보는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 화원을 거닐다가 오려고요." 그는해로공이 막을 까봐 더 말하지 않고 밖으로 걸음을 옮겨 놓았 다. 그런데 한 걸음 내디뎠을때 뒷덜미가 바짝 조여졌다. 어느덧 해로 공에게 잡혀 올려진 것이다. 위소보는 자기도 모르게 '아'하고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즉시 떠오 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이 늙은이가 내가 그 소궁녀를 만나러 가는줄 알고 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로구나.) 그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해로공에 의해 침대위로 던져지게 되었 다.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공공 저의무공을 시험하시는 거예요? 며칠 동안 저에게 무공을 가 르쳐 주지 않으셨죠? 그러데 이렇게 잡는 것은 어떤 초식이죠?" 해로공은 살며시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흥. 이것은 옹중착서(甕中捉鼠)라는 것이다. 손만 쓰면 누구도 피 하지 못하지. "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자라가 작은 자라를 잡은 격이로군.) 해로공은 침대 곁에 앉더니 나직이 말했다. "너는 대담하면서도 세심하고 총명하면서 영리하다. 무공을 배움에 있어서 착실하게 배우려고 하지 않지만 내가 너를 잘 가르치기만 한다 면 인제로 만들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말 애석하다. 애석해." 위소보는 물었다. "공공 무엇이 애석 합니까?" 해로공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너의 서울 말씨도 능숙해졌다.몇달 전에 네가 양주말을 쓰지 않았 다면 그 누구도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 위소보는 깜짝 놀라고말았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몸을 부르르 떨며 자기도 모르게 이빨을 마주치며 떨었다. 그러나 그는 억지로 웃 음을 지으며 말했다. "공공....오늘밤 하시는 말씀이 정말...헤헤헤....정말 이상하네 요." 해로공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야. 너는 올해 몇살이지?" 위소보는 그의 얼굴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보고 놀람과 두려워 하는 마음이 약간 가셔서 말했다. "저는...저는 열 네 살이라 해두죠." 해로공이 말했다. "열 네살이면 열 네살이지 어째서 열 네살로 해두자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저의 어머니가 제대로 기억을 못 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알 수 있 겠어요?" 이 한마디는 사실 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멍청하여 소보가 도대체 몇살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로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침을 몇번하고 말했다. "몇 년전 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하게 되어 이 기침병을 얻게 되었다. 기침은 점점 심해지고 이제는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저는....근래 와서 기침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요." 해로공은 고개를 저었다. "흥 낫기는 뭐가나 조금도 낫지 않았다. 나의 가슴이 무섭게 아프다 는 것을 네가 어떻게 알겠니?" 위소보는 측은해 말했다. "약을 좀 드릴까요?" 해로공은 한 숨을 내쉬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약을 함부로 먹을 수가 없구나." 위소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와 같은 말을 하는 의도가 어 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해로공은 말했다. "너는 운이 정말 좋은 녀석이다. 황상의 환심을 사게 되었으니 크게 출세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아직 고환을 자르지 않았으니 내가 너의 고환을 잘라내도 되지만 이제는 늦었다. 늦었어." 위소보는 고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의 말 하는 어조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고 나직이 말했다. "공공, 밤이 늦었는데 주무시도록 하시죠." 해로공은 말했다. "자지.자야지 그러나 잠잘 시간은 얼마든지 있단다.아침에 자고 저 녁에 자고 나중엔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겠지? 애야 한 사람이 언 제나 잠만 자고 몸을 일으키지 않으며 가슴이 아픔 줄 모르고 기침을 할때 괴로움을 모른다면 그건 퍽 멋진 일이 아닐까?" 위소보는 놀라 대꾸를 하지 못했다. 해로공이 말했다. "애야 너의 집에는 어떤 사람이 있지?" 이 평범한 한 마디 질문에 위소보는 대담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죽 은 소계자의 집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함부 로 대답을 하면 십중 팔구마각을 드러낼것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대답 을 안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해로공이 소계자의 집안 사정을 모를지 도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는 어머님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요 몇년 동안 못봤으니 들먹일 필요가없죠." 해로공이 말했다. "어머니 밖에 없다고? 너희들 북경말로 어머니를 뭐라고 부르지?" 위소보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북경 말이라니? 혹시 소계자가 북경성 사람이란 말인가? 이 페병장 이 늙은이는 나의 말 속에는 양주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있다는 것 을...아무래도...아무래도....그렇다면 내가 그의 눈을 못쓰게 한 사 실을 알아낸 것이 아닐까?) 삽시간에 그의 머리에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따라서 그는 애매하 게 말했다. "공공....그건...그건...왜 물으시죠?" 해로공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는 나이는 어리지만 대단히 총명하다. 도대체 너의 아버지를 닮 았느냐. 너의 어머니를 닮았느냐?" 위소보는 '헤' 하고 웃고 말했다. "저는 그 누구도 닮지 않았습니다. 저의 머리는매우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죠." 해로공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나는 성년이 된 이후 고환을 때내고 태감이 되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원래 태감이 되려면 고환을 잘라내야 하는 것이구나. 이것이야말로 오줌 누는 것을 잘라내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가 고환을 잘라내지 않 은 것을 알고 있으니 만약 고환을 잘라낸다면 야단났는걸?) 이때 해로공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본래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일곱살 난해에 죽고 말았 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나의 손자도 너만큼자랐을 것이다. 그 모가라는 모십팔은 너의 아버지가 아니겠지?" 위소보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예. 아니죠.아니죠. 빌어먹을 ...물론 아니죠." 다급해지자 자기도 모르게 양주지방의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해로공은 말했다. "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나의 아들이 황궁에 잡혀 있다면 아 무리 큰 위험이 있다 해도 나는 달려와 그를 구해냈을 것이다." 위소보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저에게는 어르신네 같은 아버님이 없죠." 해로공은 말했다. "나는 너에게 두가지 무공을 가르쳤다. 첫번째는 대금나수였고 두번 째는 대자대비천엽수였다.이 두가지 무공은 내거 너에게 완전히 가르 치지 못했고 너도 다 배우지 못했다. 다만 일성이나 반성 정도 배웠을 뿐이지. 허허허"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지요. 어르신께서 그 두가지 무공을 저에게 모조리 가르쳐 주 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와 같이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어르신이니 어쨌든 전수해 줄 사람이 있어서 어르신의 이름을 떨치도록 해야 될게 아닙니까?" 해로공은 고개를 저었다. "천하제일이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세상에는 무공이 고강 한 사람이 말할 수 없이 많다. 나의 두가지 무공을 배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잠시후 말했다. "너는 숨을 들이마시고 왼쪽 아랫배 즉 배꼽에서 세치 정도 들어온 곳을 힘주어 당겨봐라." 위소보는 그 말을 따라 그가 말한 곳을 힘주어 잡아당겨 보았다. 그러자 온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얼굴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숨을 헐떡였다. 가끔씩 왼쪽 아랫배가 은연히 아파오곤 했었다. 그는 음식을 잘못 먹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 곳을 잡고 살짝 잡아당기 자 그토록 아프지 않은가? 해로공이 물었다. "재미있지?"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이 늙은 자라같은 폐병장이.) 욕하기를 마친 그는 말했다. "조금 아프군요. 그러나 재미있지는 않네요." "너는 매일 오전 놀음을 하러갔고 오후에는 황상과 무공 시합을 가 졌었다. 그리하여 네가 오기 전에 밥과 찬을 가져왔지.나는 국이 맛이 없다고하고 매일 약상자에서 한 병의 약을 꺼내 너의 국에다 감미료를 탔던 것이다. 조금 탔을 뿐이니 망정이지 많이 탔다면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너의 몸을 탈이나고말았을 것이다. 너라는 녀석은 매우 새심한 편이었지만 내가 한번도 국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 위소보는 몸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 "저는....저는 국을 좋아하시지 않는줄 알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국 을 마시면 기침을....기침을 한다고 하셨죠." 해로공은 말했다. "나는 원래 국을 마시기 좋아했다. 그러나 국속에 독약이 들어 있었 단 말이야. 그 약은 지극히 적었으나 매일 같이 마셔서 축적이 되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위소보는 분연히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공공께선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해로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도 할 수 없지. 본래 나는 너에게 삼 개월간 독약을 먹인 후 궁 밖으로 쫓아내려고 했다. 그때 너는 점점더 배가 아파올 것이 다. 매일 반시진씩 아프게 될것이고 그 아픔은 처음에는 대단하지 않 을 것이나. 이후엔 점점 아픔이 심해질 것이고 아픈 시간도 점차늘어 나게 될것이다. 그러다가 일년쯤후에는 밤낮으로 끊임없이 아플것이고 너의 몸에 붙어있는 살을 한조각씩물어 뜯어야 할 정도로 아프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의 몸은 점점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져서 더 기다릴 수가 없게 된것이다. 너의 몸에 중독된 독은 다른 사람에겐 해 약이 없으나 나에겐 있지.꼬마야 너는 도대채 누구의 지시를 받고 그 와 같은 계책으로 나의 눈을 멀게 했지? 네가 솔직이 말해 준다면 나 는 즉시 너에게 해약을 주마." 위소보는 나이가 어렸지만 자기가 해로공을 해쳤으니 무사할리는 없 다고 생각했다. "지시한 사람은 물론 있지요. 말씀을 드리면 깜짝 놀라게 될걸. 공 공께서는 내가 소계자가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면서 저를 괴롭힐 생각을 해두었었군요. 하하하 그러나 이번에는 공공이 나의 속임수에 넘어갔 습니다." 그는 소리내어 웃으며 몸까지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는 동시에 오른 다리를 움켜 들면서 오른 손으로 신발에 꽂아두었던 비수를 쥐었다. 그는 지극히 천천히 칼집에서 단검을 뽑았다. 전혀 단검 뽑는 기척이 일지 않았다. 설사 소리가 나더라도 그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 다. 해로공은 말했다. "내가 무슨 속임수에 넘어갔단 말이냐?" 위소보는 그의 정신을 헛갈리게 하려고 터무니 없는 소리를 지껄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더욱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국 속에 독약이 있다는 것은 첫날부터 마셔도 알수 있었습니다. 그 래서 저는 소현자와 상의를 했지요. 그는 공공이 독을 써서 죽이려 한 다고 했어요." 해로공은 놀라서 말했다. "황상께서 벌써 아셨단 말이냐?"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그때는 그가 황상이신줄 모르고 있었죠. 소현자는 나에게 아무런 기척도 내지말고 주의하여 경계하라고 했습니 다. 국을 마실때는 일부러 마시는 척하다가 곧 그릇에 토해내라고 했 습니다. 어찌되었든 공공께선 볼 수 없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는 비수를 반 치씩 들어올렸다. 그리고 검끝을 천천히 해로공의 가슴쪽을 겨냥했다. 단번에 그를 죽이지 못한다면 찔렀다해 도 그가 죽지않아 일장을 내리치게 된다면 자기의 목숨은 사라지게 된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로공은 반신반의하며 냉소했다. "네가 국을 마시지 않았다면 어찌 왼쪽 배를 움켜잡는데 그토록 아 프다지?" 위소보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국을 뱉어내긴 했으나 입가심을 하지 못했기때문에 역시 독 약을 조금씩 마신 것이겠죠." 그러면서 그는 비수를 네치정도 앞쪽으로 내밀었다. 이때 해로공이 말했다. "그것도 매우 좋은 일이지. 그 독약을 해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너는 중독된 증상이 얕기도 하고 발작이 늦을 것이지만 오히려 고통은 더 크게 될 것이다." 위소보는 소리내어 길게 웃으며 전신의 힘을 오른팔에 모으고 맹렬 하게 찔러갔다. 곧장 해로공의 가슴을 노리고 찌른 것이었다. 비수가 가슴을 찌르는 순간 그는 재빨리 침대 밑으로 굴러갈 생각이었다. 이때 해로공은 갑자기 싸늘한 한기가 얼굴로 엄습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즉시 상대가 아미 손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손을 쓰는지 미처 생각해볼 것도 없이 왼손을 내밀어 찔러오는 무기를 막으려고 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잇달 아 펼쳐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위소보는 그의 오른손에 맞아 뒤로 날아가 창틀을 무수고 창문 밖의 화원으로 나가떨어졌다. 이때 해로공 은 왼손이 아픔을 느꼈다. 만약 위소보의 비수에서 발하는 싸늘한 한기가 너무 거세지 않았다 면 그는 사전에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고 반드시 가슴을 찔리 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보는 칼과 검이었다면 두 사람의 공력 의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비록 왼쪽 가슴을 찔린다해도 살가죽 상처를 입는데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손바닥은 무쇠처럼 도검을 때려 날려보냈을 것이고 자기의 손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비수는 너무나 예리했다. 해로공이 수십년이나 고된 연마를 해 쌓은 내공조차 그 비수를 날려보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기척도 없 이 그의 네 손가락은 잘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오른손은 정확하게 위소보의 가슴을 내지르게 되었다. 이 일장은 바위도 쪼갤수 있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위소보 가 비장이 산산조각이 나서 창밖으로 날아갔으니만큼 틀림없이 죽었으 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냉소하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토록 쉽게 죽인다는 것은 그 꼬마녀석에게 덕을 베푼 결과가 되 는구나."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약상자에서 금창약을 꺼내어 상처에 바 르고 이불 자락을 찢어서 왼손을 싸면서 중얼거렸다. "이 꼬마녀석이 어떤 무기를 사용했기에 이토록 무섭지?" 그는 격력한 아픔을 억지로 참고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위소보가 떨어진 곳을 더듬었다. 한참동안 더듬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눈이 멀기전에 창밖의 화원을 눈에 익도록 보아온 터이라 어느 곳에 꽃이 있고 어느곳에 바위가 있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었다. 분명 히 위소보가 한 자루 작약꽃 옆에 떨어지는 기척을 들은 것이다. 그렇 다면 그 꼬마의 손에 들린 보검은 자기의 장력에 튕겨서 멀이 날아갔 을지 모르지만 그의 시체는 왜 보이지 않는걸까? 위소보는 그의 장력을 맞게 되었을때 그만 숨이 막혔다. 가슴이 격 력하게 아파왔으며 사지가 모조리 토막토막 나는 것 같았다. 땅바닥에 쓰러지게 되었을때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신이 생가관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로공을 찔러 죽이지 못한 이상 그는 반드시 추격해 올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는 애써 몸을 일으켰으나 두 걸음을 옮기게 되자 다리에 힘이 없어 갛 파른 언덕을 따라 곧장 아래로 굴러가게 되었다. 해로공이 손가락을 짤리지 않았다면 위소보가 언덕아래로 굴러떨어 지는 소리를 자연 듣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상을 입었기에 마음이 산란해졌고 그 꼬마녀석이 자기의 일장을 맞고도 죽지 않았으 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 가파른 언덕은 매우 길었다. 위소보는 곧장 십여장을 굴러 가서 야 멈추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그자리 를 떠났다.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다행히 비수는 여전히 손에 들려 있 어서 그는 속으로 기뻐했다. (늙은 폐병장이가 나를 창밖으로 던졌을때 내가 나의 비수로 나의 몸을 찌르지 않은 것은 정말 운이좋았다.) 그는 비수를 다시 신발속에다 감추면서 생각했다. (이젠 모든것이 끝장나게 생겼다. 늙은 폐병장이는 나의 정체를 알 게 되었으니 이 궁에서는 더 살 수가 없게 되었구나. 애석하게도 사십 오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얻게 되었다고 좋아했던 것이 헛되고 말아았 다. 빌어먹을 한 사람에게 한 번은 좋은 운이 따르고 사십 오만냥이나 되는 횡재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지. 어찌되었든 나는 사십 오만 냥이 나 되는 은자를 지닐 수 있었던 몸이었다. 다만 너무 돈 씀씀이가 커 서 하룻밤 사이에 다 써버린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단 하지 않은가?) 그는 속으로 큰소리를 텅텅치며 흐뭇해 했다. (어린 궁녀는 여전히 큰 눈을 뜨고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어찌 되 었든 삼경 아밤에 궁을 나설 수도 없고 하니 그녀를 보러 가야겠다. 어이쿠) 그는 품속의 종이상자를 만져 보았다. (그래도 그녀에게 갖다 보여야지 그녀가 초초하지 않게 말이다. 그 리고 내가 잘못하여 넘어져서 밀전과자나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되어 한 무더기의 쇠똥이 되었지만 이 쇠똥은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맛이 좋다 고 해야겠지. 하하하 빌어먹을 달콤하고 향기로운 쇠똥을 언제 먹어보 았더냐? 나는 먹어보았지.) 그는 생각을 할수록 재미가 났다. 걸음을 빨리해서 태후가 거처하는 자녕궁으로 다가갔다. 걸음을 빨리하자 가슴에 격력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그는 부득이 걸음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자녕궁 밖에 이르게 되자 궁의 문은 꼭 닫혀 있었다. 그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때 궁문이 기척도 없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나이 어린 궁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예초였다. 그녀는 미소를 띄우며 손짓을 했다. 위소보가 기뻐하며 가볍게 몸을 날려 들어가자 예초는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대고 나 직이 말했다. "그대가 들어오지 못할까봐 난 이곳에서 기다린지 이미 오래 되었어 요. " 위소보 역시 나직이 말햇다. "내가 한발 늦었어요. 길을 오다가 한 마리 고약하고 딱딱한 늙은 자라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예초는 말했다. "화원에 늙은 자라가 있었던가요? 여지껏 들어보지 못했네요. 그런 데...다치지는 않았어요?" 위소보는 단숨에 달려오느라고 몸이 아픈 것도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초의 그와 같은 질문을 받자 온 몸이 마구 쑤셔왔다.참을 수 없을 만치 아파서 '아'하는 비명소리를 내자 예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디를 다치게 되었어요?" 위소보가 대답을 하려고 할때 땅바닥에 검은 그림자가 '휙'하고 날 아왔다. 한마리의 엄청나게 큰 독수리가 담장위로 날아 들어오더니 가 볍게 땅에 내려서는 게 아닌가? 그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앗하고 소리 를 낼뻔했다. 달빛 아래 커다란 독수리는 사람처럼 몸을 세웠다. 알고보니 독수리 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몸이 수척했으며 허리도 구부러졌는 데 바로 해로공이 아닌가? 예초는 얼굴을 위소보 쪽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해로공이 들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위소보가 고개를 슬쩍 돌리며 노려보 는데 그 얼굴은 경악으로 뒤덮히는 것이 아닌가? 그녀 역시 고개를 돌 렸다. 위소보는 이때 왼손을 뻗어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조금도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려고 힘을 주어 입을 틀어막았으며 곧이어 손을 흔들어 소리를 내지 말라고 시늉을 했다. 예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 소보는 그제서야 왼손을 천천히 놓고 눈한번 깜짝이지 않고 해로공을 주시했다. 이때 해로공은 그곳에 우뚝서서 그곳의 동정을 살피는 것 같았다. 잠시후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위소보는 그가 자기쪽으로 걸어 오지 않는것을 보고 암암리 한숨을 내쉬었다. (저 늙은이는 대단히 무섭구나. 눈이 멀었는데도 이곳까지 ㅉ아오다 니.) 그는 다시 생각했다. (나와 이 소궁녀가 전혀 기척을 내지 않는다면 이 늙은이는 날 찾지 못할 것이다.) 해로공은 앞으로 몇 걸음 나가더니 갑자기 몸을 날렸다. 그리고 위소보앞에서 왼손을 뻗어 예초의 목을 꽉 쥐엇다. 예초는 놀란 소리를 냈으나 목을 움켜쥐었기때문에 소리는 매우 나직하고 딱 딱하게 들렸다. 위소보는 생각을 굴렸다. (늙은이가 찾는 것은 나이지 이 소궁녀가 아니니 결코 그녀를 죽이 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그는 해로공과 불과 두자 간격밖에 되지 않는 곳에 있었다. 놀 라서 오줌을 쌀 정도였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게 된다면 해로공에게 발견 되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 이다. 해로공이 나직이 말했다. "아무 소리 하지 말아라.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너를 목졸라 죽이겠 다. 그리고 내가 묻는 말에 나직이 말해라. 너는 누구이지?" 예초는 나직이 말했다. "저는....저는...." 해로공은 왼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녀의 얼굴을 만 져보더니 말했다. "너는 소녀이구나. 그렇지?" "예,예." 해로공은 말했다. "이야밤에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저는....저는 이곳에서 놀고 있었어요." 헤로공은 얼굴에 한 가닥 미소를 떠올렸다. 둥그런 달빛 아래 그 모 양을 볼때 더욱 흉칙하고 음산해 보였다. 해로공은 다시 질문했다. "또 누가 여기 있지?" 그러면서 그는 갸웃하고 귀를 기울였다. 조금전 예초는 숨을 가다듬고 모으고 있었을뿐 아니라 놀람과 공포 에 숨을 들이마셨던 것이다. 그러자 해로공은 그녀가 서있는 것을 알 아차리게 되었다. 위소보는 그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나 숨을 죽인듯 있었기에 해로공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위소보는 그녀에게 손 짓으로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하려 했으나 감히 손과 팔을 내두를 수 없었다. 다행히 예초는 눈치가 빨랐고 해로공의 두 눈이 멀었다는 사 실을 알고 말했다. "아무도...없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황태후께서는 지금 어디에 거처하시느냐? 너는 나를 그녀에게 안내 하도록 해라." 예초는 놀라서 말했다. "공공, 어르신께서는 황태후께 말씀하지 마세요. 다시는 밖에서 놀 지 않을께요." 그녀는 늙은 태감이 자기를 잡아서 태후에게 보고를 할까봐 두려 워했다. 해로공은 물었다. "너는 빌어도 소용이 없다. 나를 안내하지 않는다면 즉시 너를 목졸 라죽이겠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었다. 예초는 그만 숨이 막혔고 조그만 얼굴이 대번에 시뻘겋게 되었다. 위소보는 놀람과 당황으로 그만 오줌을 찔금찔금 누고 말았다. 해로공은 천천히 왼손을 놓더니 말했다. "빨리 안내해라." 예초는 어찌할 줄 모르며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등을 돌리고 위소보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빨리 가라는 뜻이 스며 있었으며 자기는 결코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빛이 서려 있었다. 곧이어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태후의 침궁은 저쪽에 있어요." 그러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놨다. 해로공은 여전히 그녀의 목을 잡 고있었으나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늙은이는 황태후에게 내가 소태감으로 가장하고 있으며 소계자 는 나에게 죽었을 뿐아니라 그의 눈도 나에 의해 멀어졌다 알리고 태 후로 하며금 나를 즉시 잡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하려는게 아닌가?) 위소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을때 갑자기 앞쪽 궁에서 여인 의 음성이 들려왔다. "밖에 누구냐?" 그 음성은 매우 싸늘했다. 위소보는 황태후의 음성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놀라서 줄행낭을 치려고 했다. 그때 해로공의 말소리가 들렸다. "소신 해대부 입니다. 어르신에게 문안을 여쭈려 왔습니다." 그의 음성마저 음산한 것이 조금도 공경하는 빛이 서려있지 않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크게 의아하게 생각했다. (저 늙은이가 감히 태후에게 저토록 무례하게나와?) 그는 곧 생각을 돌려 생각했다. (늙은 폐병장이의 말투는 언제나 남의 반감을 사기 쉽다. 따라서 십 중팔구 태후께서는 평소 그를 미워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이 기회에 그와 한바탕 입씨름을 벌이는 것이 어떨까?) 이는 정말 커다란 모험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최근에 큰 공을 세워 서 황상과 태후가 모두 자기를 좋ㅇ나다는 사실을 상기할때 소계자를 죽이고 늙은이의 눈을 멀게 했더라도 큰 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 고 여겨졌다. 위급할때는 색액도에게 청해 자기를 대신해 사정을 예기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기가 궁을 훌쩍 떠나게 된 다면 해로공이 무슨 말을 하던지 모든 사람이 그대로 믿게 되지 않겠 는가 하고 생각했다. (태후께서 만약에 나에게 어째서 소계자를 죽였느냐고 묻는다면 어 떻게 대답할까? 소계자와 해로공이 황상에 대하여 나쁜 말을 했을 뿐 만 아니라 듣기 거북스런 말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화가나서 한 칼에 소계자를 죽이고 그대로 해로공의 눈을 멀게했다고 말씀드리면 될것이 다. 그들이 무슨 나쁜 말을 했느냐고 하면 내가 얼마든지 꾸며 댈수 있을 것이다. 시합이나 싸움을 한다면 나는 늙은 폐병장이를 당해낼 수 없다. 하지만 거짓말 시합을 하게 된다면 늙은이가 어찌 나의 적 수가 될 것인가?)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는 의기양양하게 되었고 용기도 생겨나게 되었다. 용기가 나자 도망칠 생각을 버렸다. 그가 가장 두렵게 여기는 것은 해로공이 입씨름을 벌였다가 당하지 못할때 냉큼 달려들어 일장 을 쳐서 자신을 때려죽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애 석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태후 앞에서 입씨름을 벌이게 되었을 때 반드시 안전한 장소로 해로공이 잡을 수 없고 때릴 수 없는 곳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태후의 음성이 들렸다. "문안을 드리러 오려면 낮에 오지 야밤삼경에 오다니....이 무슨 체 통머리 없는 짓이지?" "소신은 커다란 비밀을 태후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대낮에는 사람들 이 많습니다. 그 누가 듣는다면 온당치 못하게 때문이죠."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먼저 그와 이야기 하도록 해야지. 대충 이야기가 끝났을때 내가 요절을 내도 늦지 않다. 그런데 내가 어디에 숨으면 좋 을까? ) 그리고 뒤를 힐끗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냈다. 연못의 가 산(假山)뒤에 몸을 숨기고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폐병장이가 달려와 나를 때리려고 한다면 텅벙하고 먼저 연못 안으로 떨어져야지 그런후 즉시 태후의 방안으로 숨어들면 늙은 폐병 장이가 아무리 담이 크더라도 감히 태후의 방까지 들어오지는 못할 것 이다.) 이때 태후는 살며시 코웃음쳤다. "흥. 무슨 비밀인지 이제 말해 보실까?" "태후 곁엔 다른 사람이 없습니까? 소신이 드릴 말씀은 매우 은밀한 것입니다." 태후는 말했다. "들어와서 조사를 해보시지. 그대는 무공이 뛰어나니 나의 곁에 사 람이 있는지 없는지 기척을 들어서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로공이 말했다. "소신은 감히 태후의 거실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태후께서 방안에 서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태후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흥, 그대는 점차 담이 커지는군. 이번에는 도대체 누구의 세력을 믿고 이토록 도도하게 구는 것이지?" 위소보는 여기까지 듣고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늙은 폐병장이는 점점 갈수록 대담해지는군. 늙은이는 도대체 누구 의 세력을 믿고 당돌한 행동을 할까?) 해로공이 말했다. "소신이 어찌 그럴수 있겠습니까?" 태후는 다시 코웃음을쳤다. "그대는 그대는 일찌기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 오늘밤 갑자기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겠지?" 위소보는 더욱 놀랐다. 큰소리로 해로공을 꾸짖고 싶은 마음이 들었 다. (늙은 폐병장이야. 너는 남을 고자질하기도 전에 네 핀잔부터 먹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내가 친히 나서기도 전에 태후께서 너를 크게 꾸짖 어서 ㅉ아내게 생겼구나.) 이때 해로공이 말했다. "태후께서 그 분의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면 상관이 없지요.소신은 물러가겠습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잘한다. 잘해. 정말 멋지게 잘하는 노릇이다. 빨리 꼬리를 감추고 가거라. 태후께서 어찌 나에 대한 이야기를듣고 싶어하겠는가?) 이때 태후가 물었다. "도대체 어떤 소식을 가져왔다는거야?" 해로공이 말했다. "오대산에서 온 소식입니다." 태후가 의아해서 물었다. "오대산? 그건...그대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그녀의 음성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해로공은 손을 들어 예초를 찔렀다. 예초는 쓰러졌다. 위소 보는 놀랐으며 속으로 미안하게 생각했다. (늙은이가 저 소저를 찔러 죽이고 말았구나. 나중에 내가 야기를 한 다면 태후께서는 더욱 진노하실 것이다. 늙은 폐병장이가 나를 헐뜯기 란 점점 어렵게 되었다.) 이때 태후가 다시 물었다. "지금 그대는 누구에게 상처를 입힌거지?" 해로공이 말했다. "태후 곁의 소궁녀입니다. 소신이 어찌 그를 해치겠습니까? 다만 그 녀의 혈도를 찔러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했을 뿐입니다." 위소보는 마음을 놓았다. (늙은 폐병장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군. ) 그러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실망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해로공 이 그 소궁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자기의 처지가 결코 매우 유리해진다 고는 볼수 없기 때문이었다. 태후의 음성이 곧 들렸다. "오대산? 그대는 어째서 오대산을 들먹이는거지?" "운남 오대산에 살고 계신 분은 태후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 이지요."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그이가 오대산으로 올라갔다고 하는 것인가?" "태후께서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으시다면 수고스럽지만 이곳으로 나와 주십시오. 삼경야밤에 소신이 태후의 방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 다. 그리고 이곳에서 큰소리를 친다면 비밀이 궁녀나 태감들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 결코 좋은 일이 못될 것입니다." 태후는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좋아." 곧이어 문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사뿐히 걸어나왔다. 위소보는 몸을 움츠리며 생각했다. (늙은 폐병장이는 장님이지만 태후는 장님이 아니다.) 그는 감히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 거릴 수 없었다. 태후가 걸어 나올 때보니 그녀의 키는 별로 크지 않았으며 약간 뚱뚱한 편이었다. 그는 태후를 두 번이나 본 적이 있으나 두번다 그녀가 앉아 있을때 봤던 것 이다. 이때 태후는 말했다. "방금 그이가 오대산으로 올라갔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인가?" 해로공이 말했다. "소신은 어느분이 오대산으로 올라갔다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 신은 다만 오대산 위의 그 분은 아마도 태후께서 매우 관심을 가지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잠시 후 태후가 말했다. "좋아.그대가 그렇게 했다고 하지. 그런데...그 사람은....오대산에 서 무엇을 하고 있지? 절에 있는가?" 그녀는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로공이 오대 산 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에는 다급한 표정을 하는 것 이 마음이 크게 어지러워진 모양이었다. 해로공이 말했다. "그 분은 오대산의 청량사(淸凉寺)에 계십니다. " 태후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천지신명께 감사드립니다. 끝내 그이의 마음을 알게 되었군요. 그 이의..... 그이의" 그녀는 잇따라 세 번이나 '그이의'라는 말을 했으나 다음 말을 잊지 못했다. 그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위소보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태후는 어째서 그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일까?) 그는 걱정이 되었다. (설마하니 태후의 부친일까? 아니면 형제? 아니 정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반드시 정인 일 것이다. 부친이나 형제 같으면 비밀이라 할 수 없으며 남이 듣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늙은이는 그녀의 꼬투 리를 쥐고서 그녀에게 반드시 나를 죽이라고 한다면 태후는 늙은 폐병 장이를 두려워해 어쩌면 그의 말을 ㅉ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참 잘못 되어가는데 ....여기서 모든 것을 듣게 될줄이야. 늙은 과부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황상에게 털어놓겠다. 그러면 모두 무 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당신을 두려워한다면 사내가 아니다.) 세상에 황태후보고 늙은 과부라고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 다. 위소보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설사 그의 어머니라 하더라도 그를 무섭게 때릴때는역시 갈보니 더러운 화냥년이니 하고 욕을 마구 했다. 다행히 그의 어머니는 본래 갈보였다. 그리고 그녀원에서는 욕 을 입에 담는 것이 버릇이 되어 그와 같은 말을 듣고도 별로 화를 내 지 않았다. 어머니 입에서도 이 새끼니 후레자식이니 하는 말이 튀어 나왔다. 이때 황태후는 매우 고통스런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더니 잠시 후 말 했다. "그....그...그이는 청량사에서 무엇을 하지?" "태후께서는 정말 알고 싶으십니까?" "더 물을 필요가 있는가? 물론 알고 싶지." "주군께서는 출가하여 화상이 되셨습니다." 태후는 '아'하더니 더욱더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가...그가 정말 출가했단 말인가? 그대는 나를 속이는게 아니겠 지?" 해로공이 말했다. "소신이 어찌 태후를 속이겠습니까? 속일 필요도 없는 일인걸요." 태후는 코웃음을 쳤다. "흥. 그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그...여우 같은 년만 생각하 고 나라의 사직과 조상들이 수백번을 싸워 창립한 기업은 모두다 내던 져 버리고서....우리 모자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군." 위소보는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햇다. (나라의 사직과 조상들이 싸워 이룬 기업이라고? 늙은 폐병장이가 주군이라고 불렀으니 그 사람은....태후의 정인잉 아니란 말인가?) 해로공은 냉랭히 말했다. "주군께서는 세상의 명예를 버렸으며 이미 크게 깨닫고 있습니다. 만리강산도 남녀친정도 주군께서는 모두 뜬구름에 지나지 않으니 아무 런 신경도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태후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는 일찌기 출가하거나 좀더 늦게 축가하지 않고 하필이면 그 여 우가 죽은 후에야 출가를 했지? 조정과 조상은 물론 처자까지 합해도 그에게는 그 여우의 털끝 하나만도 못한 모양이지? 나는....나는...그 가 바로....그 여우년 때문에 떠나간 것을 알고 있었다. 흥. 떠났으면 그만이지 왜 그대를 시켜 나에게 통지하는 것이지?" 그녀는 말을 하면 할 수록 힘이 나는듯 음성이 날카로와지며 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해로공은 말했다. "주군께서는 소신에게 절대로 그와 같은 소문을 내서는 안 된다고 당부 했으며 태후와 황상께서 아시면 안 된다고 햇습니다. 주군께서는 황상께서 등극하시고 천하가 태평하며 사해가 무사하니 자신은 안심한 다고 하셨습니다." 테후는 놀라 외쳤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대는 나에게 말을 하는거지? 나는 알고 싶지도 않으며 알필요도 없어. 그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여우같은 년밖에 없 는데 그의 아들이 등극하거나 말거나 천하가 태평하거나 말거나 그가 왜 마음을 쓴다는 말인가?" 위소보는 여기까지 들었을때 ㅇ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설마 황제의 아버지란 말인가? 나이 어린 황 제의 아버지인 순치황제는 이미 죽었다고 했지 않은가? 그래서 소황제 는 황제가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황제는 달리 아버지가 있는 것 일까?) 그는 조정과 궁중에 대해 아는 것이 지극히 적었다. 소황제의 부친 이 순치황제라는 것 이외에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설사 태후와 해로 공이 주고받는 말이 십분 명백하다 하더라도 그는 그 가운데의 참된 사정을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로공은 말했다. "주군께서 출가한 이상 저는 운남 청량사에서 중이 되어 주군을 모 셔야 겠지요. 그러나 주군게서는 아직도 한 가지 일때문에 마음이 놓 이지 않아서 소신으로 하여굼 북경으로 돌아와 조사를 하도록 분부혀 셨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건 또 무슨 일인가?" "주군께서는 동악비가 비록...." 태후는 노해 말했다. "내 앞에서 그 계집년을 들먹이지 말게."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보니 여우는 바로 동악비라는 사람이었구나. 태후의 예 정인께 서는 그 여우만 좋아하고 태후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후께서는 크게 질투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군!) 해로공은 말했다. "예. 태후께서 들먹이지 말라면 소신은 들먹이지 않겠습니다." "그 여우년이 어떻게 된다고 말했지?" "소신은 태후가 말씀하시는 분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주군게서 는 여우에 대해서 한마디도 듦먹이신적이 없었습니다." 태후는 노해 말했다. "물론 그는 여우라고 말하지 않았겠지. 그는 오로지 단경황후(端敬 皇后)라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그 여우 같은 년이 죽은 이후 그는... 그녀를 황후로 추봉했고...아첨하는 촌놈들은 상소문을 올려 무슨 무 슨 황후(皇后)라고 불러야 한다고 법석을 떨었지. 그는 또 호조룡(胡 兆龍)과 왕희(王熙) 두멍청한 학자들에게 명하여 단경후어록(端敬后語 錄)을 편찬하여 천하에 퍼뜨리도록 했지. 정말 꼴불견이었다니까." 해로공은 말했다. "태후의 말씀이 옳습니다. 동악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소신은 그녀 를 단경황후로 칭해야 했죠. 단경후어록도 소신은 언제나 지니고 다닌 답니다. 태후께서도 한번 읽어보시겠습니까?" 태후는 극노했다. "너...너...너는." 한 걸음을 다가서더니 숨을 거칠게 쉬었다. "호호호. 당시 천하의 아부하는 자들은 모두 단경후어록을 읽었으며 호가 왕가 두 놈이 날조한 터무니 없는 말들을 금과옥처럼 여겼으며 논어나 맹자보다도 더 받들었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대 곁에 한 권이 있고 그대 주군 곁에 몇 권이 있는 외에 그 터무니 없는 어록을 어디서 복 수 있겠나?" 해로공은 말했다. "태후께서 은밀히 명을 내려 단경후어록을 없애도록 하지 않았습니 까? 그런데 그 누가 감히 가지거나 소장을 하겠습니까 군주의 곁에는 어록이 없다 하더라도 단경황후와 과거 하셨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분의 뇌리속에 기억되어 있을 것이니 한권의 어록을 지닌 것보다 더 낫죠." 태후는 말했다. "그...그가 그대에게 북경으로 돌아와 무엇을 조사하라고 하던가?" 해로공은 말했다. "주군께서는 두 가지 일을 분부하셨습니다. 그러나 소신이 알아보니 두 가지 일은 사실상 한 가지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두 가지 일인데 한 가지 일이 되었다는게 뭔가?" 해로공이 말했다. "첫번째 일은 영친왕(榮親王)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가를 조사하라 고 하셨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대는...그대는 그 여우의 아들을 말하는 것인가?" 해로공은 말했다. "소신이 말하는 것은 바로 단경황후가 낳으신 황자로서 바로 화서영 친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태후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흥. 어린애가 태어난지 사 개월도 되지 못해 죽는 일은 흔히 있는 일....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해로공이 말했다. "그러나 주군께서는 영친왕이 갑자기 병이 나게 되었을때 어의를 불 러 진찰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어의는 영친왕의 족양명위경(足陽明胃 經),족소음심경(足少陰心經),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의 맥이 전부 파 역되어 죽었다고 하면서 매우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태후는 코웃음을 쳤다. "흥. 무슨 어의가 그토록 뛰어난 재간이 있어. 대충 그대가 말하는 것이겠지." 해로공은 뭐라고 대답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단경황후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때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영친왕 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역시 같지요. 그 누구에게 혈도를 짚혀 음유(陰幽)와 음교(陰交)의 두 곳 경맥을 끊어져 죽은 것입니다." 태후는 냉랭히 말했다. "그가 그대의 터무니 없는 소리를 믿다니." "주군께서도 역시 믿지 않으셨지만 이후 소신이 실험해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단경황후께서 세상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서였죠. 한 달 동안 소신은 다섯명의 궁녀에게 그녀의 음유와 음교 두 곳 경맥을 끊어 놓았습니다. 이 다섯 궁녀가 죽을 때 모양과 증상은 단경황후가 임종할때와 똑같았습니다." 태후는 냉소했다. "흥. 대단하시군.우리 궁안에 놀랍게도 그대와 같은 의원이 있었다 니 말일세." 해로공은 말했다. "태후께서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소신의 수법은 그 흉수와 달 랐습니다. 그러나 이치는 매한가지였죠."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볼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해로공은 길게 기침을 몇번 하더니 한참후에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는 소신에게 북경으로 들어와서 영친왕과 단경황후를 해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도록 했습니다." 태후는 냉소했다. "그거야 다시 들출 필요가 어디있는가? 이 궁에서 그대 외에 그 누 가 그와 같은 솜씨를 부릴 수 있겠는가?" 해로공은 말했다. "또 있습니다. 단경황후께서는 소신에게 언제나 잘 대해 주셨으며 저는 다만 그녀가 다복장수하기를 빌었습니다. 만약 그누가 참살을 하 리라고 생각했더라면 소신은 늙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녀의 안전을 지키려고 했을 것입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대는 꽤 충성심이 강하군. 그이가 그대와 같은 훌륭한 신하를 두 게 된 것은 복이 많은 거야." 해로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소신은 별로 쓸모가 없어서 단경황후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태후는 냉랭히 말했다. "그러면 그이가 아침으로는 부처님께 절하고 저녁으론 불경을 읽어 단경황후가 십팔 층 지옥에서 서방극락세게로 옮겨지기를 빌면 될 것 이 아니겠는가?" 해로공은 말했다. "부처님께 절을 하고 그 불경을 읽는다는 것이 반드시 쓸모가 있다 고는 할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선유선보(善有善報) 악유악보(惡有惡 報)라는 말은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잠시후 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아직도 보답을 받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 시기가 이르지 않은 것이 죠." 태후는 살며시 코웃음을 쳤다. 해로공이 다시 말을 이었다. "태후께 말씀드리니다만 주군께서는 두 가지 일을 조사하라고 분부 하셨습니다. 그런데 소신은 그 두가지가 한 가지인 것을 발견한 것입 니다. 그런데 우연히 또 한 가지의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대가 조사해낸 일은 꽤나 많군. 그것은 또 무슨일인가?" 해로공은 말했다. "첫번째 일은 정비(貞妃)와 관계가 있습니다." "여우의 동생은 작은 여우였지. 그대는 왜 그녀를 들먹거리지?" 해로공은 말했다. "주군께서 황궁을 떠나게 되었을때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찰 을 남겼습니다. 태황태후와 태후 두분께서는 나라에 하루라도 인군(人 君)이 없어서는 않된다고 말씀하시고 주군께서 승하하셨다고 공표하셨 지요. 그 당시이 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섯사람밖에 없었습니 다. 그 사람들은 바로 두 분 어르신과 주군의 머리를 깍어주신 옥림대 사(玉林大師)와 주군을 돌보고 있는 두 신하였습니다. 이 두 신하가운 데 한 사람은 시위총관인 혁파찰(赫巴察)인데 이 무렵 주군을 따라 오 대산에서 출가를 했죠. 다른 한 사람은 소신 해대부 입니다." 위소보는 그 애기를 듣고 놀라는 한편 깨달은 바가 있었다. 태후가 말하는 그와 해로공이 말하는 주군은 바로 순치황제였던 것 이다. 천하에서는 모두 순치황제가 이미 붕어하신 줄로 알고 있지만 기실 너무나 사랑하는 왕비가 죽었기 때문에 슬픔을 못이겨 오대산 청 량사로 가서 화상이 된 것이다. 그 왕비가 죽게 된 것은 해로공의 말 투로 미루어 볼때 태후가 파견한 무공의 고수가 그녀를 해쳤기 때문이 다. 위소보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의기양양해져서 생각했다. (늙은 폐병장이는 비밀을 아는 사람이 여섯 사람뿐이라고 했지만 이 위소보도 알고 있단 말이야. 그러면 천하에 일곱명이 알고 있는 셈이 지.) 그러나 그가 의기양양한 것도 잠시였고 곧이어 큰 두려움이 치밀었 다. 그는 믿는 데가 있어 태후 앞에서 해로공과 입씨름을 하더라도 해 로공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 니 사태가 심각했다. 만약 그들 두사람이 그가 다 듣고있었다는 사실 을 발견한다면 설사 해로공이 자기를 죽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태후께 서 결코 그를 놔줄 리가 만무했다. 이때 '두두둑'하는 가벼운 음향이 들렸다. 바로 그 자신이 이빨을 부딪히는 소리였다. 그는 급히 힘을 주어 입을 깨물었다. 다행히 해로 공이 잇따라 기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황후와 해로공은 눈치를 채기 못하였다. 잠시후 해로공이 말햇다. "그 당시 정비는 죽은 언니를 따라 자살했다고 했으며 조정에서는 모두 다 칭찬을 했지요. 그러나 또 많은 사람들은 슬그머니 정비가 태 후의 핍박을 받아 죽은 것이며 자살은 결코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 녀석들은 죽어 마땅해." 해로공은 말했다. "그들의 말은 전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비는 결코 자살을 한 것이 아닙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러면 정비가 나에게 구박을 받아죽었다는 것인가?" 해로공은 말했다. "핍박을 받았다기 보다는......" "그러면 어떻게 되었다는거지?" 해로공이 말햇다. "정비는 그 누구에게 의해 살해를 당한 것이지 팝박을 받아 자살을 한게 아닙니다. 소신은 자세히 정비의 시체를 염한 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정비의 시체를 염하게 되었을때 그녀의 전신 뼈마디가 토막나 있 었으며 두개골 마저도 산산조각이 나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와 같은 살인의 재간은 분명 화골면장(化骨綿掌)이지요. 태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태후가 말했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해로공이 말했다. "소신은 세상에 그와 같은 화골면장이라는 것이 있고 한번 장을 맞 게 된다면 그 사람의 전신에는 아무 흔적도 없으며 반년이 지나게 되 면 시체의 뼈마디가 천천히 토막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 다. 그러나 손을 써서 정비를 죽인 사람은 아마도 그 재간을 제대로 연습하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정비를 염하던 사람은 처음에는 정비 의 시체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저녁 무렵 염을 하려고 했을때 갑자기 시체가 마치 뼈가 없는 사람처럼 전신이 흐물거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깜짝놀라게 되었으며 다만 시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여기고 그 당시 한 마디의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 다. 소신이 위협하고 달래면서 많은 고통을 안겨주자 그는 진상을 실 토했습니다.태후께서 판단하실때 이 화골면장의 공력이 사람의 몸에 적중된 이후 이 삼일 안으로 토막난다는 것은 역시 공력이 심후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제 않겠습니까?" 태후는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결코 심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느정도 쓸모는 있겠군." 해로공이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요. 쿨룩...쿨룩...물론 쓸모가 있지요. 정비를 죽일 수 있다면 효강황후(孝康皇后)도 죽일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죽은 황제의 마누라는 정말 많구나. 또 다른 효강황후가 있었군. 그의 황후는 아무래도 우리 여춘원의 여자들보다 많은 것 같 구나.) 황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그대는 왜 효강황후를 들먹이는가?" 위소보는 효강황후가 바로 강희의 생모라는 것을 몰랐다. 따라서 황 태후의 음성이 크게 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뿐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이때 해로공이 말했다. "효강황후를 염한 사람도 바로 동악비와 정비를 염한 사람이었습니 다." 황태후는 말했다. "그 죽일놈이 또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지? 궁안의 일을 모함 하게 되면 일족이 주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 해로공은 말했다. "황태후께서 그를 죽이려고 하더라도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황태후는 말했다. "그대가 이미 그를 죽였는가?" "아닙니다. 이년 전 소신은 이미 그에게 오대산 청량사로 달려가 이 와 같은 사정을 주군께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이후에 멀리 오랑 캐 땅으로 가서 신분을 감추고 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래야만 살신지 화를 면할 수 있을게 아닙니까?" 황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그대는 ...매우 비열하군." 해로공은 말했다. "수단이 비열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소신은 그 사람에게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군요." 황태후는 잠시 말이 없더니 물었다.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소신은 태후에게 한가지 일을 어쭈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돌 아가 주군에게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단경황후. 효강황후,정 비, 영친왕, 네사람은 모두 비명횡사를 했습니다. 주군께서는 그것 때 문에 제위도 마다하시고 출가를 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독수를 쓴사람 은 궁중의 어느 고강한 고수 이겠지요. 소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태후 에게 여쭈어 보려는 것은 그 무공고수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소신 은 나이가 많고 눈마처 먼데다가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타다남은 촛 불과 같은 신세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해 내지 않고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태후는 냉랭히 그 말을 받았다. "그대의 눈은 이미 멀었는데 눈을 감고 안감고는 무슨 상관이 있겠 는가?" 해로공은 말했다. "소신의 눈은 멀었지만 마음으로 훤히 내다볼수가 있습니다." "그대의 마음속에 훤하니알고 있는 것을 왜 나에게 묻는가?" |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