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모습으로 방의 불도 끄지못한 채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먼저는 사랑할 수 있는 아들이 있음과 바라볼 수 있는 내 눈의 시력, 만져볼 수 있는 내 손의 촉감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운동하랴 공부하랴 몸과 마음이 피곤한데 엄마는 누나 경기 때문에 김천에 가 있고 아빠는 피곤한 몸에 집안 살림까지 하느라
돌봐 주지 못하니 어디 응석한 곳 부릴 데 없는 아들의 모습에 잠시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 더욱 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며,믿으며 마음 졸여 기도합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어려움을 딛고 더욱 강건한 사나이가 되게 하소서"
요즘 착한 아들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운동하고 돌아오면 텅빈 집에 혼자 간단한 간식 먹고 피곤하지만 시간은 남지요..그냥 컴퓨터 게임하고 TV보고 쉬고 싶지만
아빠가 공부해 놓고 검사받으라고 하니 혼자서 공부한다는 게 갈등이 많겠지요..
살-짝 꾀도 피우다 어떤 때는 진짜 열심히 공부를 하다...
그러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런 대화를 나눴지요
"력아 넌 뭘 하면 제일 기분이 좋아?"
대답이 없습니다..물론 컴퓨터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걸 꼭 말한다는 게 별로 내키지는 않은 모양이지요
"컴퓨터 게임이 제일 재미있지?"
멋진 눈웃음으로 대답합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 30분 하기로하고 끝날 때쯤되면 불안하고 결국 끝내면 더 하고 싶고 그래서 기분이 더 나빠지지?"
"공부는 어때? 시작하거나 공부를 할 때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지만 공부를 끝내고 나면 기분이 좋고 우리 가족들도 모두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공부가 컴퓨터 게임보다 널 더 기분좋게 하는게 아닐까?"
그렇다고 대답하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며 반쯤은 동의하는 걸 느꼈습니다
딸과 아내가 돌아오면 우리가족의 스케줄을 짜려고 합니다
물론 공부와 운동이 주가 되겠지만 월요일 저녁엔 클래식 콘서트를 보러 갈 것이고 일주일에 하루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그동안 준비만 했던 가족 영어공부도 다시 시도할 것이고..
아들의 떡두꺼비 같은 손을 잡으면 아직 덜 여문 것이 느껴집니다
이제 조금씩 여물어 가다보면 머잖아 넓은 들판에 한자리 차지하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겠지요
그 때 홀로 설 수 있는 두 다리를 갖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민이 큰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결국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하여 뭔가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은 그냥 아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행복한 아버지이고 싶습니다
오늘도 많은 이들 사랑하며 또한 사랑받는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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