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고가도로를 넘어가다 뒤집어져
많은 사람이 운명을 달리게 되었다.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모두 염라대왕 앞에서
각자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었는데,
염라대왕 왈, 얘기를 들어보고 가장 억울한 한사람을
다시 살려서 이승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번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나서...
첫번째 사람, "저는 졸다가 한 정거장을 더 가는 바람에..."
두번째 사람, "저는 39번 버스를 89번으로 잘 못봐서 그만..."
세번째 사람, "저는......."
염라대왕 왈, "주저하지 말고 얘기해 보시오"
세번째 사람, "저는 참으로 운이 없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소주를 마신겁니다."
"사연은 이러합니다. 그 사람은 오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구조조정으로 짤리고,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는 외간 남자와 이불속에서 놀아나고 있고, 술한잔하려고 택시타고 내리면서 지갑을 택시에 빠뜨리고... 화가 날대로 난 그 사람은 죽으려고 약국에 들러 독약을 구해서 소주에 탔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강변가는 버스를 타고 제 옆에 앉았답니다. 저는 소주병을 든 제 옆사람이 너무도 수척해보이고 꼭 죽을사람처럼 안돼보이길래, 그 사람에게 용기도 주고, 힘내라며 깜짝 놀래주고 웃겨주려고 갑자기 그 사람의 소주병을 순식간에 낚아채서 꿀꺽꿀꺽 마셔버렸지요. 순식간에...그 사람은 당신의 마지막 희망까지도 빼았겼다고 주절주절... 저의 눈꺼풀이 시름시름 감길때까지 푸념하는 소리가 점점점 흐릿해지더니, 결국 제가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염라대왕은 아무말 없이 그를 이승으로 보내주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