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설명한 전통위식의 석차는 이유 없이 아무렇게나 정한 것이 아니고 생(生)과 사(死), 양(陽)과 음(陰), 웃대와 아랫대, 연령의 많고 적음, 가통(家統)의 직계와 방계(傍系) 등 엄격한 기준에 의해 차례를 결정하고, 위치의 상하도 본장 제3절에서 밝힌 ‘상하석의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의도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오랜 생활관습을 통해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립되어 꾸준히 행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생활을 하는 우리도 현대생활 여건에 크게 차질이 없는한 우리의 전통을 살려 한국의 방법으로 의식행사에서의 석차를 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주관하느 의식행사는 한국의 방법으로 해서 설사 외국인이 참석하더라도 한국의 방법에 따르고, 우리가 외국의 행사에 참석할 때는 그 나라의 방법에 따르는 것이 바른 예절이며, 전통과 주체성에 입각한 자존(自尊)하는 바른 자세라 할 것이다.
가. 단상(壇上)의 좌석배치
단상이란 그 의식행사의 상좌를 의미하므로 그 장소에서는 단상이 북쪽이 되고 단상에서 단하인 남쪽을 향해 좌측이 동쪽이며 우측이 서쪽이 된다.
단상의 좌석배치는 상좌인 단상에 위치해야 할 인원의 구성이 모두 동성(同性)인 경우와 최상위자가 배우자를 동반하는 경우와 모든 단상의 사람이 배우자를 동반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① 단상의 모든 사람이 동성이거나 설사 남녀가 합석이라도 배우자 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순수한 위계에 의한 순서로 석차를 정한다.(그림 24-11)
그리고 중앙을 상석으로 하는 경우와 동쪽을 상석으로 하는 경우로 구분해서도 생각한다.
중앙이 상석인 경우 ①번이 1순위자이고 ②번이 2순위, ③번이 3순위이므로 ①번이 상좌가 된다. ②번이 ①번의 서쪽이 된 것은 ①번과 ②번만 볼 때 ①번이 동쪽이고 ②번이 서쪽이라 동쪽이 상석이라는 원칙에 맞는다. 즉 이 ①번이 중앙이 되려면 ① ② ③번이 모두 있을 경우이지 ① ②번만 있으면 중앙이 상석이 아니라 동쪽이 상이 된다. 그래서 2순위자는 1순위자의 상석인 동쪽에 앉을 수 없고 하석인 서쪽에 위치해야 한다.
< 그림 24-11 >
② 단상의 최상위자만 배우자와 동반일 때는 부부는 상하가 없이 동위격(同位格)이므로 부부를 모두 최상위자로 보아 최상석에 위치한다.(그림 24-12)
다만 최상석 중에서 남자가 동쪽, 여자가 서쪽이어야 한다. 만일 최상석에 남자가 서쪽, 여자가 동쪽에 배치되면 그들은 죽은 사람의 위치에 앉게 되어 무례한 결과가 된다.
< 그림 24-12 >
③ 단상에 위치할 전원이 부부동반인 때는 각기 부부를 동위격으로 해서 부부를 한 순위의 석차에 자리 잡게 한다.(그림 24-12)
다만 주의할 점은, 각기 부부의 위치는 최상석은 남자인 남편이 동쪽, 여자인 아내가 서쪽이 되지만 2순위석과 3순위석은 1순위석 쪽에 남자 바깥쪽에 여자가 앉아야 한다. 이유는 상석에 가까운 곳이 상석이기 때문이다.
나. 단하(壇下)의 좌석배치
의식행사는 단상에서만 행하는 것이 아니고 단하의 일반 참석자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하의 참석자도 구경꾼이 아니라 의식행사의 주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단하의 좌석배치도 예에 맞지 않으면 아니 된다.
단하의 좌석배치도 남자든 여자든 같은 동성만 참석하는 경우와 남녀가 합석하는 경우 및 부부동반의 경가 있으며, 중앙을 상으로 할 때와 동쪽을 상으로 할 때가 있다.
① 동성(同性)만이 참석하는 경우도 중앙을 상으로 할 때와 동쪽을 상으로 할 때가 있는데, 중앙을 상으로 하는 경우는 특별한 좌석이나 행사장을 설치하는 경우이다.(그림 24-13)
< 그림 24-13 >
② 수상자 또는 특별 초대자가 부부동반인 때는 부부는 동위격으로 각기 부부를 같은 순위의 좌석에 배치하되 중앙 쪽이나 동쪽에 남자인 남편이 위치한다.(그림 24-14)
< 그림 24-14 >
③ 단하의 참석자가 남녀 합석인 때는 동쪽에 남자가 위치하고 서쪽에 여자가 위치한다. 남녀가 같은 수인 때는 중앙을 분리선으로 하고, 한 쪽이 많고 적을 때는 적절히 배치해 남동여서로 분리한다.(그림 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