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회의‘외침’ 과유불급 명심해야
몇 년 전부터 필자는 매 토요일이면 서울역, 대한문 그리고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서울역 광장의 “우리공화당” 집회, 대한문 집회, 그리고 광화문 집회를 둘러본 후 귀가한다. 집안 식구들은 왜 그토록 정성을 쏟느냐고 묻는데 그에 대한 답은 “민정 시찰”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여러 측면을 파악하는 균형 있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매일 신문 읽기, TV 보기, 유 튜브 검색, 그리고 민정 시찰의 4가지 과정을 거친 후 그날의 일과에 들어간다. “사회를 보는 거울”을 우선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2월 1일(토)의 집회는 그동안 해오던 패턴과 많이 달랐다. 행사에 등단한 연사들은 한결같이 최근 여당의 악법 통과 독주에 야당은 방관하고만 있었다고 질책하며, 대선 때에 야당 후보자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여기 모인 우리가 단일화하자고까지 했다. 한마디로 그날의 집회는 진행본부에서 야당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진하게 풍겼다. 귀가하여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하루 전인 31일에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전광훈 목사를 후원자로 한 ‘자유통일당’ 창당을 선포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필자는 이에 대해 한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3년간 기후 변화에 개의치 않고 광화문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해 왔다. 그들의 외침은 특정 우파 정당을 위한 외침이 아니고 오직 자유주의의 기틀을 끝까지 수호하겠다는 일념, 그리고 4.15. 선거의 우파 정당 승리를 위한 외침이었다. 따라서 전광훈 목사는 김문수 전 지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 편에 서려면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자들의 의견을 물어 동의를 구해야 마땅하다.
물론 자유통일당이 기독교 정당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서구 여러 나라 국회의 구성을 보면 기독교 정당은 전혀 생소하지 않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이후 5명의 수상이 기독교 민주연합(CDU)에서 배출되었다. 아데나워(1949-1963), 에르하르트 (1963-1966), 키신저(1966- 1969), 콜 (1982-1998), 메르켈 (2005–현재 )등, 그들은 독일의 번영을 위해 엄청난 리더쉽을 발휘했으며 또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2016년 4.13. 국회의원 선거에 한국기독당이 도전했으나 창당 멤버들의 10석 정도의 당선 예측이 무참히 무너져 한 석도 얻지 못하고 해산됐다. 국민의 20~25%가 기독교인이라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 그 이유는 기독인이라도 기독정당이 아직 한국 국회에서는 종교적 갈등만 부추길 뿐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는 미흡하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화문 집회를 진행하는 자들은 향후 보수정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위해, 가깝게는 4.15. 선거 필승을 위해 당장은 보수정당의 정치 행위에 많은 불만이 있더라도 아직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일에서 너무 앞서가지 않았으면 한다. 과유불급은 우리가 필히 명심해야 할 귀한 교훈이다. 따라서 보수정당이 치고 있는 ‘빅 텐트’에 광화문에 모인 기독인들은, 우선, 텐트에 들어온 정당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해가 거듭되고 한국 기독인들의 민주 역량이 성숙해 지면 우리에게도 독일처럼 기독정당이 창당되어 국가를 위해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날이 자연스럽게 도래할 것이다.
오형재 장로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 장로신문 2020.2.29. 논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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