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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목)~(8일째... Najera~ granon: 27.5km
순례자숙소: Ref. paroissial '파로이시알' 알베르게, 기부제)
아침 7시 30분경 그곳 알베르게 주방에서 김치라면을 끊인 후 얼큰한 국물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배를 채우니 속이 든든하다.
조금 부르튼 라면이면 어떠랴.
한국의 맛, 고향의 맛... 절로 웃음이 솟아난다^^
이곳 '나헤라' 공용 알베르게는 30개의 1-2층 침대가 갖춰져 있으며 기부제로 운영된다.
비록 하룻밤의 카미노 인연이지만 미소가득 모두를 대하는 그분들의 모습이 진정 이길의 길라잡이가 아닌가 싶다.
고마운 인사를 전하며...
이제 길은 어느덧 Navarra(나바라) 지역을 벗어나 La Rioja(라 리오하) 지역으로 들어섰다.
메세타(대평원)의 초입이기도 하다.
속도를 늦췄다 빨랐다를 반복해본다.
어차피 인생은 한걸음의 속도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테니까...
'산티아고' 580km... 한걸음 두걸음 아직은 상상만으로 떠올려보는 종착지의 끝모를 감회들...
오늘의 길의 여정은 Granon까지 27.5km이다.
길을 걷다 이스라엘에서 온 Moshe 카미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의 가식없은 표정과 여유로움이 물씬 묻어나왔던...
한시간 반 여를 걸어 Azofra 마을 바(Bar)에 들러 간단한 빵과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인 후
늘 품고 다니는 작은 길 안내서를 펼쳐본다.
조금씩 줄어드는 km수의 숫자 배열을 따라가노라면 그안의 모든 상념과 현실적인 내 발품의 위치가
먼 옛날의 이야기인 듯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래, 인내와 고독 적막감이 혼돈되는 이순간의 진솔한 댓가없이 어찌 환희의 후련함이 내 마음속에 와 닿으랴!'
어디쯤 왔을까...
어제 '나헤라'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던 카미노 아가씨를 만났다.
이름이 '아야꼬'인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본인 특유의 상냥한 미소와 목소리가 일품이였다는^^...
남자처럼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생각난다.
부부!... 아름다운 동행의 동반자,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라며...
'Azofra' 마을에서 9.1km 걸어 'Ciruena' 마을에 들어선다.
빵(보카디요)과 따끈한 레체(우유)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2km쯤을 더 걸어가다 만난 독일에서 왔다는
카미노 할머니의 표정은 평온함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으로 사는가'... 그 해답의 정수가 이길에서 보이는 듯 합니다.
길이 이어지고... 끝모를 여정의 동선을 바라 보노라면 때론 그 길의 소실점에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저 언덕을 오르고 나면 어떤 미답의 풍광들이 무한히 펼쳐지고 있을까.
긴긴 언덕을 오를때 저들의 힘든 표정과 소리가 생생히 들려온다.
그래도 내리막길의 환호를 떠올리며 오르고 있을 터인데...
자전거와 발품?...
그 취향의 불문을 제쳐두고라도
누가 내게 백번 물어온다면 나는 백번 꼭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난 걸어서 '산티아고'로 갈거야!'...
멀고도 긴 언덕을 오르고 나니 확트인 시야가 가슴을 시원스레 트이게 한다.
아침에 먼저 길을 나선 스마즈와 엘레나가 길옆 평지에서 쉬고있다.
매번 오누이 같이 다정한 모습들이다.
서로 손을 흔들어 주며... 부엔 카미노!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 마을 초입... 다섯시간 여를 걸어온 듯 하다.
큰 마을이면서도 넓디 넓은 평원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모양새가 한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디카속 세상으로 담아내는 카미노의 풍경이 아름답다.
제주올레길과는 너무나 다른 또다른 길의 넓음을 담아본다.
그 길을 내가 걷고 있다.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내 시선의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에서 멀고도 끝없는 길을 거의 두시간 여를 걸어왔다(7km).
오늘의 목적지 Granon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듯 하다.
마을 초입의 긴 아스팔트가 멀게 느껴진다.
동네 길옆과 현관문 앞에 놓여진 물병... 카미노들을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물한모금 목을 축이고...
그러니 스페인 이곳 '산티아고' 길을 사랑할 수 밖에...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 물병의 용도는 ^^... )
이곳 성당 알베르게는 마을 봉사자분들에 위해 운영되고 있다.
그냥 매트리스를 깔아 잠을 잔다.
고풍스런 성당 계단을 따라 이층에 올라 그레덴시알에 셀요를 받고 등록한 후 기부금을 낼려고 했더니 No라고 한다.
내일 아침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낼 생각이다.
벽에 부쳐놓은 한글 안내판 '환영합니다' 라는 글귀가 반갑기 그지 없다.
저녁 7시쯤 자원 봉사자 두분이 정성스럽게 식사준비를 한다.
그사이 벽난로 따스한 홀에선 어느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감미롭고 때론 경쾌하게 기타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그 중후한 목소리 톤이 모두를 감흥시킨다.
어느새 박수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8시쯤 서로 모자란 식탁을 채우고 난 후 한 이십여명 앞으로 계란후라이와 감자즙, 검붉은 와인이
놓인 후 환영사에 이어 답사가 반복되며 이어지는데 그 시간이 꽤 길다.
각자의 탁자에 탁탁 두드리며 손뼉을 치니 식사를 제공한 주방장 두분의 흥에 겨운 노래가 시작된다.
가사를 모르긴 해도 아마도 '산티아고' 여정을 격려하며 응원하는 내용인 듯 하다.
웃음 가득 따라주는 와인한잔의 맛이 찐하다.
이 모두가 영화에서나 봄직한 인상적인 장면이고 보면 오래오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듯 싶다.
내겐 큰 행운의 체험이다.
벽난로 온기가 참으로 따스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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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