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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집짓기를 향한 제언
경산 통나무집의 건축주이신 달무리님은 골조작업초기에 작업장에 다녀가신 후
제가 올린 ‘작업장소식’꼬리글로 이 카페에서 읽은 글 중 동감하는 글귀라며
아래의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통나무건축은 건축주가 현장을 보았을 때 “나와 전혀 관계없는 남들이,
나의 집을 짓기 위해 모여서 이렇게 정성과 땀을 쏟아 하나하나 일일이
그리고 깎고 다듬어서 집이 되는구나! 이 순간순간의 정성이 모여서
내 집이 완성되는구나!” 하는 정말 가슴 뿌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1. 행복한통나무집 한정판매, 빈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쯤이었는지 어떤 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분은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용맹정진”이란 표현을 하셨더군요.
어째 뿌듯하기도 하고 으쓱하는 기분이 “장인정신”이란 말을 들을 때
만큼이나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어색하고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기대와 신뢰감... 결코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요즈음은 일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새 집을 지을 때마다 집(일)에 대한 욕심이 늘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집짓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원인도 작용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다시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내가 장담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남들을 계획을 늘려 가는데 오히려 저는 줄여가는 중이에요.
지금처럼 제가 작업장과 현장에서 모든 공정을 이끌며 건축주를 대신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지시하고 확인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여전히
턴키(Turnkey, 일괄도급)방식으로 일을 한다면 ‘팀을 유지하는’등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1년에 4채 이상 짓기가 어렵습니다. 3채가 적당해요.
그리고 그 기간도 조금 줄여, 2018년까지 1년에 3채로 잡겠습니다.
그 후로도 가능한 시간만큼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일을
할지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네요. 차차 정해지겠지요.
그렇게 보자면 남은 빈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기왕에 예약을 하셨던 분들은 건축예정 년도 등을 다시 확인해 주시고,
프리스딸, 큰애기, 제임스딘, 명아주, 모퉁이, 한마음님은 건축예정지역과
건축방식을 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변경의 여지가 많이 있겠지요.
새로 예약을 하실 분들도 있고 예약을 하셨다가도 여의치 않아 취소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저는 이런 약속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작업장위치 등
중장기적인 사안을 정리하고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2. 제가 살고 싶은 곳 또한 봉화 춘양이나 평창, 구례, 하동 같은 지역입니다.
현 작업장은 작년 10월 말에 얻어 6개월간 이용하고 지금은 네 달째 빈 상태로
잡초가 무성합니다. 가끔 작업장에 들르면 작업장이 외롭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지금 경기도 안성에 삽니다.
국내 어지간한 곳은 3시간 정도면 다 갈 수 있다는 지형적인 장점이 있지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운데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늘 식구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줄이는 방법은 작업장만이라도 살림집과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데, 집터도 그렇지만 작업장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땅을
경기도 지역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해도 경제성이 너무 떨어지지요.
결국 제가 통나무 일을 지속하려는 한 이런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최근 경남 하동에 적합한 폐교가 있다는 정보와 그걸 ‘10년 이상 장기임대나
적당한 시기에 매입’ 하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졌어요.
앞으로 5, 6년 여 후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일 년에 한두 번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HONKA 등 기계식통나무집에 대한 관심 등
미래에 대한 잡다한 생각도 들고...
제가 살고 싶은 곳 또한 봉화 춘양이나 평창, 구례, 하동 같은 지역입니다.
당연히 이와 비슷한 입지에 새 터전을 마련하면 식구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줄어 좋지만 지금처럼 전국 각 지역에서 ‘부담 없이 부르고 응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구례에서 살고 있는데 춘양이나 경기도 파주에서 어떤 분이
보자고 할 때, 아무래도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나 만일 행복한통나무집 예약행렬에 있는 분들과의 약속이 모두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그런 부담이 확 줄어 전국 어디에 깊이 박혀 살던 문제가 없겠지요.
그러면 현장 작업을 할 때만 집과 식구들을 떠나 지내게 되므로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겠군요. 그러니까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고 있는 분들은 빨리빨리
행복한통나무집을 예약해 두시라는 말씀.
3. 팀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정예화’까지 지속적인 과제이지요.
제가 추구하는 집짓기는 “마음”을 기꺼이 주고받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건축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마음’을 받은 저는 이를 온전하게 실현하기위해
스태프들에게 그‘마음’을 전하고 스태프들의 다른 ‘마음’을 이끌어내야 하죠.
“집짓는 일은 결국 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팀원들과 일을 나누고
맡기는데 그들이 내가 추구하는 바, 각 공정에 대한 나의 생각과 설명을 듣고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여 실현하려고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 집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지요.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거기에는 “나와 같은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라는 간곡한 저의‘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전문건축으로써 통나무건축은 분명히 남다른 매력이 있고, 주변에서 보기에도
매우 박진감 넘치는 일이며 작업과정 또한 한편의 드라마 같은 풍경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의 이면이 있듯이 ‘통나무일’도 이리 저리 옮기고 정리하고
준비하고 청소하는 등 잡다한 일들이 더 많습니다. 더구나 저처럼 집짓기
전 공정에 참여하면 매 과정마다 발생하는 비슷한 종류의 일들이 반복되지요.
그런 측면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해 일찍 실망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만 이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백년 가까이 ‘통나무산업’으로 자리잡아온 북미의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게
우리는 많은 공정이 책임자(빌더)의 ‘철학과 경험과 능력’에 좌우되지요.
따라서 저는 팀원과 저의 관계가 일종의 “도제”방식이라 해야 할지...
저의 “정신”과 “기준”을 공유하기 위해 서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제가 ‘추구’하는 바를 백퍼센트 수긍하고 수용하며, 그 실현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마음으로 제가 나누고 제시한 ‘일’에 기여를 하는 관계라고 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하는 동안 저는 관련된 무슨 일이든 부담스럽지 않게
시킬 수 있어야 있고, 그들은 맡겨진 어떤 일이든 저의 기준에 따라 성심껏
해 내야 하는 절대적인 관계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거지요.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관계가 당연하다는 입장이어서
토론하고 설득할 사안이 아니라 서로에게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제가 추구하는 이런‘통나무건축인 觀’에 동의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문을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수련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20, 30대 젊은 분들의 지원을 바랬지만, 그보다는
‘절실함’이 가장 큰 에너지라는 과거의 소신을 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당장 원하는 모두를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지원하고 상담을 하기 바랍니다.
주변에서 가끔 ‘빌더’의 위상과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중에는
북미에서는 ‘Builder’라는 직업이 존경받는다는데 하는 볼멘소리도 있지요.
(한옥을 최고의 건축물로 보는 우리가 도편수나 대목장을 우러르는 그것처럼)
통나무집을 최고의 건축물(집)로 보는 그들의 사회분위기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 15년 20년 이상 통나무건축분야에 집중해 온 분들의 역량에
대한 찬사도 당연하고요. 하지만 그들이 그런 대접을 받기까지 기꺼이 겪었던
‘Helper' 'Worker' 의 세월은 모르는 것 같네요. 아마도 우리의 분위기가
통나무학교를 졸업했거나 현장에서 일하는 순간 모두 ‘빌더’라고 하니
그처럼 기준이 다른 용어의 정의 때문에 생긴 ‘혼란’이 아닌가 합니다만
이제 와서 ‘당신은 빌더(Builder)가 아니라 워커(Worker)다!’ 하는 말을
과연 누가 듣기 좋다 하겠습니까?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과연 내가 빌더인가, 빌더로서 충분한 자질이 있나?”
아직은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경산 풀나치통나부집 내 외부 완성사진을 올렸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 기울인 노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직 구경하지 않은 분들은 둘러보시고
오랜만의 봉양 포스트&빔 통나무집을 기대하세요. 그럼...
첫댓글 우드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바쁘지도 않으면서 항상 바쁜척 해봅니다. 제가 사는곳이 하동에서 20분거리인데요 하동 청학동 계곡은 정말 좋습니다. 며칠전에 청학동 선배님 댁을 방문 했었는데 저보구도 빨리 청학동으로 들어오라하시는데 저도 앞으로 5년정도 생각합니다 시간이 더걸릴지모르지만요.하동폐교라시면 신월 초등학교 말씀하시는것같네요. 하동은 아직까지 사람발길이 닿지안은 계곡도 있더라구요....!!저두 청학동.아님 산청쪽을 훗날생각합니다. 지금도 전원주택으로 생각하구 10년을 넘게살아왔는데 저의집 앞으로 4차선도로가 나는 바람에 조용함이 사라져버리네요....100키로이상 달리는 차소리...! 이젠 가을이네요.....
머 지금은 그런 말이 나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는 수준입니다. 아직 결정할만한 상황이 아니고요. 고맙습니다.
매번 눈으로만 감사를 전하다가 이글을 보고 무언가 가슴깊이 울림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기고 갑니다..대학을 나와 건축학을 공부하진않았지만...늦은 서른에 건축에 정이들어 공부하고 있는 늦은 학생입니다. 우드님글을보고 세삼 저도 다시한번 생각을 바로잡습니다. 언제나 건강이 최고입니다.항상 건강하십시요.
젊고...아니 젊고도 열정과 지구력이 있는 분들이 더 많은 발전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