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전문반 수업에서
이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먼저 명나라 때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명나라 때 중국 정부는 차를 매우
엄격하게 통제했습니다.
유목민에게 차를 주고 말을 받아오고
유목민이 말을 안 들으면 차를 안 주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유목민들은 차를 안 마시면
살 수가 없으니 그 협박이 아주 잘 통했습니다.
본래 명나라 정부가 유목민에게 주던 차는
주로 사천성과 섬서성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차들이 아주 질이 떨어졌습니다.
유목민들은 품질이나 등급을 따질 겨를도 없이
차이기만 하면 감지덕지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명나라 정부에 조공을 바치러 온 유목민 사신들이
자꾸 호남성에 가는 겁니다.
티베트에서 보낸 라마들도 명나라 황제를 만나고
바로 돌아가지 않고 호남성에 들렀다 갑니다.
대체 호남성에 가서 뭐하나 봤더니,
호남성 차를 사가는 겁니다.
호남성 차는 싸고 물량도 많았습니다.
호남성에서 악퇴를 거쳐 만든 차. 처음 호남성에서 차마무역에 쓴 차는 산차였습니다.
1490년, 명나라 정부는 티베트 라마들이 호남으로 가서
사사로이 차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래도 호남성 차 인기가 시들줄을 모릅니다.
이때부터 100년이 지난 1595년에도 티베트 사람들이
자꾸 호남성에 가서 차를 사가고 있었습니다.
사천성, 섬서성 차는 나라에서 정식으로
차마무역에 쓰는 차이니 세금이 걷히는데
호남성 차는 밀매품이라 아예 세금을
내지 않고 몰래 파는 것입니다.
정부로서는 세금이 안 걷히면 큰일 아닙니까?
그래서 대책회의를 합니다.
어떤 신하는 호남성 차의 밀매매를 엄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신하는 이참에
아예 호남성 차도 차마무역 품목에 넣자고 합니다.
호남성 차를 수면 위로 올리자는 신하가
이런 말을 합니다.
섬서성과 사천성 차는 물량이 적고
값이 비싸지만 호남차는 물량이 많고 싸다.
섬서성 차는 달고 삶으면 맛이 약한데
호남성 차는 맛이 써서 티베트 버터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니 호남차를 티베트로
보내자.
결국 호남성 차가 공식적으로
차마무역에 쓰이게 되었습니다.
나라에서 상인을 모집하고, 상인이 세금 내고
취급 허가증 받아서 호남성에 가서
차를 공급받아 유목민이 사는 지역
접경까지 가서 그 지역 차마무역 담당
관청에 넘겨주고 대가를 받는 겁니다.
이때 정부에서 한 가지 전제를 합니다.
가짜차는 반드시 금해야 한다.
당시 호남차는 가짜차가 많았다고 합니다.
호남차에 가짜차가 많은데 그 차를 마시면
입을 찌르고 배가 찢어진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반 수업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차를 마시면
입을 찌르고 배가 찢어진단 말입니까?
지금 와서는 이 말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적어도 차처럼 생긴 무엇을 끓여 마시고
배가 찢어질 일은 없었지 않았겠나,
그렇다면 이것은 호남차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퍼뜨린 유언비어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혹시 차를 만들다 차잎이 아닌 단장초처럼
먹으면 피를 토하고 장이 끊어져서 죽는
독초가 들어갔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시는 분께서
분명 그때 차에 탄닌이 아주 많이 든
식물이 딸려 들어갔을 것이다.
탄닌을 많이 먹으면 배가 찢어진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탄닌 때문에 배가 찢어질 수 있는가?
탄닌은 폴리페놀입니다.
만약 폴리페놀이 든 차를 마시고
배가 찢어졌다면 그것은 큰일 아닙니까?
현대에도 그래서 폴리페놀이 안전한가
실험을 많이 합니다.
그냥 말로, 에이, 안전하겠지요, 하고
말하는 것은 별로 믿음이 안 가니,
실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서론이 너무 기네요.
다음으로 넘깁니다.
첫댓글 음료를 마셨는데 배가 찢어진다? 믿기 어렵네요. ㅎㅎ
이어지는 글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