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탑을 줍다/유안진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제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만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꺽어진 목고개로 주저않고 싶을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 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산문시집 > 상처를 꽃으로 중
문예중앙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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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 대학교수)
1941년 경상북도 안동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심리학과 박사
소속 서울대 명예교수
데뷔 1965년 '<현대문학'>달' 위로' 별' 발표'
수상
2013년 제8회 목월 문학상
2013년 명예로운 안동인 상
경력 2012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작품 도서 143권
<시감상-정끝별 >
십원짜리를 줍는다는 것은 화폐가치가 노동가치를 밑도는 말그대로 밑지는 장사다. 그러나 이 시인에게는 횡재다. 거기 새겨진 국보를 줍는 것이기 때문이다.
석가여래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셨을 때 그 설법에 찬탄한 다보불이 땅에서 보탑을 솟게했다는 다보탑의 유래를 떠올려 보자.
십원짜리를 줍는 순간 시인은 석존이 되고 그가 건네는 말이 곧 법화경이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그가 멈춰 선 곳이 영취산일 것이고 세상이 곧 불국정토일 것이다.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땐 이런 유쾌한 반전을 꿈꾸어보자. 교환가치보다는 사용가치로, 사용가치보다는
의미의 가치로, 환산해보자.
이또한 횡재 아니겠는가.
별 쓸모가 없어 여기저기 방치된
십원짜리 동전 모으기, 아니
'다보탑 줍기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첫댓글 유안진 시인은
크리스찬이라 알고 있는데
불교의 간요인
석존의 영추산 설법을 어떻게 납득하시고 이러한 시를 지으셨는지...
과연~대시인의 심안에
탄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