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 음 말
약 3개월 동안 틈나는 대로 컴퓨터에 입력 작업을 한 결과 이제 마무리 단계가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은 참 행복한 나날이었다.
매일 밤 몇 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서 입력 작업이 지겨운 줄 몰랐다.
이 작업을 하는 도중에 난생 처음으로 나는 초등교육을 매우 훌륭하게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이 일기에 등장하는 당시의 신상환 5학년 담임 선생님,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자 서예를 지도해 주셨던 류성우 선생님, 6학년 때의 신기중 담임 선생님께는 표현할 수 없는 큰 고마움을 느낀다.
나의 과거가 아직까지 '마이웨이'를 통해서 존재하도록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신상환 선생님과는 입력 작업 도중에 실제로 연락이 되었다. 1996년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모 일간지에서 옛 스승을 찾아준다는 기사를 읽고, 경북 교육청에 컴퓨터 조회를 의뢰한 결과 생각보다는 너무나 쉽게 그분의 음성을 접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저는 장세억이라고 합니다" 하고 이름만 밝혔는데도, 그분은 대뜸 20년만에 첫 마디로 "야! 너 팔등 촌놈 장세억 아니가?" 하시며 금방 나를 기억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당시 친구들의 이름도 대부분 기억하고 계셨다. 전화 통화 이후 그분을 찾아뵈었을 때 아직까지도 어느 시골 학교에 재직하고 계셨고, 여전히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교육자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20년 전 당시 우리 반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따님의 이름 문제도 해답을 주셨다. 실제 나중에 따님이 생겼는데, 여러 사람들의 반대로 '신난다'로는 못 짓고 결국은 '지혜'로 지었다고 하셨다.
또 입력 작업에서 느낀 것은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그 어려웠던 70년대 말 오순도순 살아 온 우리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 너무나 큰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이 사회의 선량한 소시민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당시의 우리 반 말썽꾸러기 남자 아이들을 모두 기억하면서 입력 작업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김진달, 김만연, 김진홍, 김유규, 김찬규, 김성진, 박태영, 안태기, 강병구, 강동구, 강용구, 장세일, 그리고 하늘에 있는 박칠범.
1996 년 7월
첫댓글 세억아! 정말 고맙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네 일기를 보면서 옛날을 회상할 수 있구나. 너희들을 지도하면서 과연 최선을 다하였는지, 부끄럽지 않는 교직 생활을 했는지 내 스스로에게 물어볼 좋은 기회가 되었구나. 나 또한 앞으로 2년여의 교직 생활이 남아 있단다. 베풀면서 후회없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하마.
네가 보내준 My-Way는 잘 보관하고 있다.
소박했던 칠범이도 하늘나라에서 잘 보내기를 기원하면서 진달이랑 친구들에게 안부라도 전해다오. 네 회원으로 가입하여 자주 드나들도록 하마. 자주 소식 다오. 신상환 씀.
아~ 샘님 오셨네요. 인터넷의 힘.... 얼마전에 김천 교육청장님으로 부임하신걸로 아는데 선생님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자주 연락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