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에서는 매년 10월 동맹행사가 열린다. 동맹행사는 와과 귀족들, 그리고 평민들까지도 모두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먹고 마시며 즐기는 자리다. 한해의 풍성한 수확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고, 나라와 부족의 안녕을 빌며 서로의 단결을 도모하는 고구려 최고의 한마당이다. 동맹행사의 절정은 수도 동쪽에 있는 큰 신성한 동굴에서 나무로 만등 신상에다 수신(隧神)을 접신시키고 강가에 마련된 신의 좌석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일이다. 이는 천신과 지신이 만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의 재현이다. 또한 해모수와 유화가 만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구려 건국신화의 재현이기도 하다. 동맹에서 모셔진 신은 천신만이 아니라 부여신과 고등신이 모셔졌다. |
고등신은 고구려를 건국한 추모왕을 말한다. 그런데 부여신은 추모왕의 아버지나 부인이 아니라 어머니인 유화부인이다. 추모왕이 천신의 아들이라면 유화부인은 신과 맺어져서 신의 아들을 낳은 신성한 여인이자 물의 여신이다. 카톨릭교에서의 성모 마리아와 같은 존재가 유화부인이다. 불교로는 관세음보살과 같은 자비의 상징이 될 것이다. |
그런데 추모왕의 아버지는 북부여를 세운 해모수라고 알려져 있다. 해모수는 천랑왕이라고 불렸으며, 하늘에서 직접 내려온 천신의 아들이며, 그 자신이 신이다. 고구려에서 해모수의 존재는 대단히 미약하다. 오히려 어머니인 유화부인을 섬겼다. 왜 그럴까? 그녀가 해모수보다 뛰어난 그 무엇이 있었던가? 그녀가 신으로 섬겨졌다면 고구려에서 여성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