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코칭 사례 - 너무 어려운 애를 소개시켜 드려 죄송해요.
내가 강의를 할 때면 항상 예를 드는 학생이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어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을 창민이이다. 창민이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
처음 소개를 받을 때 나에게 소개 시켜준 분이
“너무 어려운 애를 소개시켜드려 죄송해요.”
라고 말했을 정도로 학업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바닥이었던 학생이었다.
중학교 첫 시험에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자 아버지가 몰래 성적표를 확인하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근처 공원에서 대화를 했다.
“창민아, 아빠는 네가 좋은 성적으로 공부를 아주 잘하기를 바라지는않아. 그런데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니? 중간 정도만 해도 아빠는 만족이다.”
“아빠, 저 정말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요. 공부를 너무 못해서 15층에서 떨어져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말에 충격을 받은 아빠는 엄마와 상의한 끝에 그냥 아이를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그렇게 방치된 아이는 점점 성적이 떨어져갔다. 하지만 중3을 앞두고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다고 생각한 엄마는 코칭을 의뢰하기로 생각하였다.
처음 만난 날도 예상은 했지만 창민이는 완강하게 수업을 안 하겠다고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수업을 안하려고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저, 공부하고 영어단어 외우고 그런 거 힘들어서 이제 안하려구요.”
“음, 나하고의 수업은 그런 거 하는 건 아니야, 난 영어 선생님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있고 그들이 뭘 고민하고 원하는지를 알아. 아마 부모님이 해 주지 못하는 부분도 내가 해 줄 수 있을거야. 네가 말한 것처럼 나도 학교 다닐 때 엄청 공부를 싫어했어. 그 이유를 지금은 알아.”
“그 이유가 뭔데요?”
“그건 말이야. 나도 그 때는 몰랐는데 중고등학교 때 내 가슴을 울리는 꿈과 목표가 없었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많이 방황하고 짜증도 내고 부모님께 반항하기도 했지.”
“선생님도 그런 때가 있었어요?”
“그럼, 아주 심각했다니까.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만나면서 꿈을 갖자고 얘기하고 있어. 또 같이 꿈을 찾아보자고 얘기하지. 만약 우리가 공부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많이 생긴다면 어려운 공부도 더 잘 해 나갈 수가 있을 거야. 난 너에게 그 꿈으로 안내할 거고, 또 꿈을 이루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 물론 전에도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도움을 받기도 했겠지만, 나는 너의 속도에 맞출 거고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이끌어 줄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지?”
“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음, 다음 시간에는 내가 PPT자료를 가져와서 함께 꿈과 목표에 관한 내용을 공부할 거야. 이건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내용인데, 난 너의 코치니까 특별히 하는 수업이야. 기대해도 좋아.”
“그럼, 다음 주 까지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요?”
“왜? 숙제가 없으니까 불안하니?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 숙제가 있으니까.^^ 다음 주까지 네가 잘하는 거나 장점, 강점 이런 걸 생각해봐. 많을수록 좋겠지? 기억이 안날수도 있으니 메모를 해 두록 해”
“숙제가 간단해서 좋네요.^^ ”
“하지만 열심히 해야 한다.”
일주일 후에 만났을 때 창민이는 자신의 장점을 기록해 둔 종이를 내밀었다. 창민이는 무엇보다 축구나, 음악, 기타연주 등 예체능 쪽에서 장점이 발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자신의 그런 장점을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특히 학업 성적이 낮다는 것이 자신감을 더욱 위축시켰다.
나는 창민이의 기타 실력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번 연주를 해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자신있어하는 부분을 시키니 바로 폼을 잡고 연주에 몰두한다.
“야, 제법인데. 나도 고등학교 때 기타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안 배웠던 게 후회가 돼.”
칭찬을 한 후 예정된 꿈과 목표에 대한 수업을 하였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얘기를 하자 눈빛이 반짝 빛이 났다.
그렇게 꿈과 목표, 진로, 자신감 갖기,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 만들기 등의 수업을 하자 창민이가 공부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수업시간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고, 집중도 되지 않아 힘들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도 가야 하는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한숨을 지었다.
“그래? 공부를 잘하고 싶구나. 그럼, 뭐가 문제인지 한 번 알아보자. 혹시 교과서 있니?”
“네, 국어하고 영어하고 국사하고....”
“그래, 그럼 국사 교과서를 한번 읽어보자.”
나는 국사 교과서를 펴고 조선 전기의 한 부분을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얼마나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으며 소화시킬 능력이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었다. 창민이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태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뼝을 혁파하고 조세를 징수하고 노비안검법을 실시하였다....”
창민이는 책을 읽을 때 많이 더듬었고 발음도 부정확하였다. 나는 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으라고 하였다. 되도록 또박또박 읽을 것도 주문하였다.
“그런데 아까 그.. 사뼝 말이야. 사뼝이 뭐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일단 적힌 대로 사병으로 읽으라고 말한 뒤, 읽은 내용을 노트에 적어보라고 하였다. 짧은 글을 읽고 어느 정도 기억을 하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음, 그런데 조세장수로 적어놨네. 조세장수는 뭐야?”
“네, 저.. 군인인데요.. 잘 모르겠네요..”
장수라는 말에 군인을 생각한 모양이다.
다시 책을 보라고 했더니 장수가 아니라 징수임을 확인하고 겸연쩍게 웃는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자꾸 책을 읽을 때 더듬던데, 글씨가 잘 안보이니? 아니면 읽을 때 마음이 좀 급한 거니?”
“네, 좀 마음이 급해요. 빨리 빨리 읽어야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지니까 자꾸 더듬게 되네요.”
“음, 그렇구나. 일단 교과서 같은 책은 소설책이 아니니까 내용을 잘 알기 위해서는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어. 그래야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있지. 그리고 아무리 천천히 읽어도 모르는 단어가 많이 있으면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워. 단어의 뜻을 아는 것도 중요해. 아,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 그래서 코치가 있는 거 아니겠니?”
창민이를 안심시킨 뒤 사전을 가져오게 해서 본격적으로 읽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우리는 매주 만날 때마다 교과서를 한 페이지 정도 읽고 모르는 낱말의 뜻을 교과서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는 의미를 생각하며 다시 천천히 읽었다. 책을 읽을 때면 좀 천천히 읽으라고 옆에서 알려주었다. 다시 한 번 밑줄을 그으면서 읽으라고 하였다. 밑줄을 긋고 읽고 나면 천천히 잘 읽었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적어 보라고 했다. 최대한 자세하게 적으라고 하고 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천천히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고 했다. 그런 다음 다시 교과서를 읽고 아까 생각나지 않는 부분을 보충해서 적을 수 있도록 중요한 내용은 외우면서 읽으라고 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노트에 옮겨 적었다.
반복적으로 이 방법으로 공부하니 창민이도 힘들지만 기억에 잘 남고 이해가 된다며 괜찮은 방법 같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느덧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하지만 창민이는 아직 국사 읽기 공부를 시험범위까지 끝마치지 못했다. 한 페이지 소화하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1/3 정도의 분량을 남겨놓고 다음 주에 시험을 치른 다음에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창민아, 아무래도 나머지 부분은 네가 혼자서 해야 할 것 같아.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하면 돼. 어때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
“네, 한번 해볼게요.”
그로부터 일주일 후 다시 창민이를 만났다.
“지난번 국사 공부는 범위까지 다 마쳤니? 한 번 공부한 흔적 좀 볼까?”
책을 보니 책이 거의 걸레가 되어 있었다. 여러 색깔의 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던 것이다.
“그래, 열심히 노력했구나. 노력 한만큼 결과도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시험 결과는 만족할 만하니?”
“네, 국사 2개 틀렸어요.”
만족스런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저, 그런데요. 고민이 생겼어요.”
“뭐지?”
“그러니까 모든 과목을 이런 식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반복학습으로 보고 또 보고... 그렇게요.”
“음, 그래. 반복의 가치를 알아낸걸 보니 공부에 대한 중요한 수수께끼 하나를 푼 것 같구나. 이제 우리는 각 과목에다가 그런 방식을 적용할거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알겠지~”
창민이와 수업은 그렇게 1년간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방법과 요령을 터득해갔다.
창민이의 경우도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이었다. 학습동기 부족과 기초학습능력 저하로 인해 의욕상실의 악순환. 이런 아이들일수록 교과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읽는 과정에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천천히 하는 공부를 통해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는 습관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