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현미채식안내자 이영미
현미채식을 지향하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독서동아리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풀>의
마지막 날 겨울 햇살이 따스했습니다.
다 같이 현미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체르노빌의 아이들>만화책 나누기를 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겨울 한 낮의 날씨가 따뜻해서 바깥 나무평상에 떡볶이 만들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방학식을 한 아이들이 재잘대며 올망졸망 골목길을 걸어왔습니다.
마당의 수돗물을 틀어 제법 차가운 물에 손을 씻고 떡볶이에 넣을 채소들을 채 썰었습니다.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를 서툰 칼질로 채 써는 동안에 어린 동생들은 강아지를 보러 가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찾아서 놀기도 하고 풀잎과 나무열매로 소꿉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냄비에 다시마물을 우려내고 채소를 넣고 현미떡복이떡을 넣고 고추장과 조청 간장을 넣고 맛이 어우러질 동안 둥글게 둘러앉아 <체르노빌의 아이들>만화책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만화책은 오래 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려 노력한 히로세 다카시 선생이 자신의 소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4호 원자로가 폭발하고, 방사능이 쏟아져 나옵니다. 발전소 직원인 안드레이 세로프 가족은 피난을 가게 되지만, 아버지 안드레이는 책임자로서 남아야만 하고 방사능 낙진은 피난 버스보다 훨씬 앞질러 내려앉습니다. 머리카락이 뭉텅 빠지는 어머니, 눈이 안 보이는 오빠 이반,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나고 걸을 수 없게 다리에 힘이 빠진 아네사... 헤어진 가족은 서로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모두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초등 2-5학년의 아이들이 돌아가며 느낌나누기를 하였습니다.
“방사능이 무서워요.”
“슬펐어요.”
“요오드제가 방사능에 좋다는데 그걸 모두에게 주지는 않았어요!”
원자력 발전소는 정말 위험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아이들은 태양광 발전소, 풍력 발전소, 조력발전소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 대안에너지 연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기를 덜 쓰는 것인데 가장 전기를 덜 쓰는 방법이 현미채식이고 방사능으로부터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도 현미채식이라는 걸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매운 현미떡볶이를 호호 불며 동치미랑 먹던 우리의 아이들은 아직은 잘 모릅니다. 핵 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서,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떨리는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했겠지요.
이 글을 쓰는 오늘 신고리3호기 신규핵발전소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는데...
탈핵의 지름길은 현미채식입니다.
방사능 해독 음식도 현미채식입니다.
축산업은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농림어업 전력 50.4%를 소비합니다.
그리고 연평균 그 증가세는 8.1%로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축산농장을 위해 사람들은 숲을 파괴하고 목초지를 조성합니다.
그로 인해 매년 남한만큼의 열대우림이 완전히 사라지고 지구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킵니다.
열대우림을 잃은 지구는 점차 자정능력이 떨어져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들이 발생하고 뜻밖의 이상기후로 사람들의 냉난방 전기사용이 증가합니다. 또한, 가축들의 배설물은 하천과 토양오염을 일으킵니다. 이처럼 지구재화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축산업에 비해 지구재화를 덜 쓰는 채식은 탈핵을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위험한 방사능으로부터 우리를 해독시켜 줄 수 있는 것도 현미채식입니다.
나가사키 원폭투하 지점에서 불과 1.8킬로미터 떨어진 성 프란치스코 병원식단은 현미, 된장,다시마와 미역등 해조류, 과일과 채소였습니다. 내과의사 다쓰이치로 아키즈키의 처방으로 환자와 직원들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바로 방사능 피폭피해를 치유하는 현미채식의 힘때문이었지요. 이 일을 계기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시 된장이 유럽으로 대량수출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새로운 생물 물리학 또는 원자 생물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원자병에 대한 책도 논문도 없던 때였다...
원자탄 폭발시 어떤 종류의 방사선이 방사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는 진단을 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추리를 했다.
‘아마 라듐, 뢴트겐선, 또는 감마선일지 몰라.
그것들이 아마도 인체의 조혈조직과 골수조직을 파괴할거야...'
나는 조리사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현미로 주먹밥을 만들어 여기에 약간의 소금을 치라고 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짭짤한 된장국을 먹이도록 했으며,
설탕은 결코 쓰지 말라고 했다.
그들이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때,
나는 가차없이 냉혹하게 그들을 꾸짖었다.”
(T.Akizuki, M.D.,nullary of A-Bombed Nagasaki, Nagasaki:Nagasaki Co.,1977);
아키즈키의 추리는 옳았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처방한, 현미밥, 된장국, 해조류 위주의 전통적인 식사를 통해
그는 자신은 물론 병원 직원 및 환자 어느 누구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피폭자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모아 기록하여
[죽음의 동심원-나가사키 피폭 의사의 기록]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영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 출간되었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해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지요.
피폭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89세까지 장수하여
지난 2005년 서거하였습니다.
현미채식은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난 이웃나라 일본뿐 아니라 우리국민에게도 가장 필요한 생명을 살리는 평화의 식단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기 위해 전기를 덜 쓰는 삶의 선택으로 현미채식을 실천하고 핵발전소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현미채식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과 바람으로 움직이는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체르노빌의 아이들처럼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