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보훈문예작품 시부문 심사평
1. 초등부 응모 작품의 수는 많았으나 눈에 띄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교에서 글쓰기 교육을 소홀히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숙제를 내 주니까 어쩔 수 없이 써 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의 형식을 갖춘 작품이 너무나 적어 적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생각을 깊게 하지 않은 듯했고, 고쳐 쓰거나 다듬지도 않은 듯했다. 그냥 술술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적당히 행을 바꾸어 문장을 토막 내면 그것이 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주제가 ‘보훈’이니까 무조건 나라를 사랑한다거나, 안중근, 유관순 같은 인물을 감탄적으로 찬양한다거나 해서 대부분의 작품이 비슷했다. 시어는 반드시 상징성을 띠어야 하고, 운율을 따라야 하고,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런 흉내라도 내야 시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장려상으로 뽑은 몇 작품은 자기 나름대로 남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고, 우수상으로 뽑은 작품들도 제법 시적 상징을 구사하고 있어 반가웠다. 특히 최우수상으로 뽑은 이영인(울산 강남초등학교) 학생이 쓴 「호국원에서 할아버지는」은 지은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작품 속의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남다른 발상과 구성법을 보여 주었다. 작품 속의 할아버지가 호국원에 묻힌 전우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6.25전쟁 때 함께 싸우던 일을 생각하고, 이제는 나라 걱정도 내려놓고 평화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런 모습을 상상 속에서 지켜본 지은이는 자신의 어깨가 작년보다 더 무거워졌다는 말로 이제 내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의 장점은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주장을 드러내 놓고 하지 않아서 작품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발상이 남다른 점도 최우수 작품으로 뽑은 이유 중 하나이다. 시를 쓸 때는 생각을 많이 하고, 생각 뒤에 다른 생각을 겹쳐 놓고, 그리고 쓴 작품을 수십 번 고쳐 쓰고, 다듬고 또 다듬기 바란다. 그러면 반드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 중고등부 우리 중고등 학생들의 문예작품은 예년에 비해서 그 솜씨가 더욱 발전되고 있다. 우선 언어의 조합에서부터 주제를 잘 살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각 기관 단체에서 문예작품의 공모기회가 많아지면서 요구하는 주제를 잘 투영하는 연습을 많이 하면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게 된다. 이 많은 응모작품 가운데에서 입상작을 가려뽑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모두가 작품의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합당한 언어의 배합에 고심한 흔적들이 돋보였다. 그러나 공모의 목적과 방침에 따라서 우열을 가려야 했다. 최우수상으로 뽑힌 「낡은 군화」(박채원)는 전쟁 당시 할아버지와 군화를 적절하게 조화하여 시를 구상하고 표현하려는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 점이 시의 본질을 승화하고 있어서 보훈과의 공감을 넓혀주고 있다. 다른 우수상, 장려상 입상 작품들도 중고등학생이 표현할 수 있는 소재와 메시지를 융합하는 글솜씨들이 훌륭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그외에 입상하지 못한 작품들도 나름대로의 언어와 주제의 형상화에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3. 일반부 최우수상「죽은 전사(戰士)의 노래」(류유현)는 때로 고풍스런 어법에도 불구하고 ‘보훈시’다운 적절한 표현력과 대응력을 갖춘 감동적인 시였다. 우수상「그림자를 닦으며」(서일순)는 잔잔한 어조와 표현이 잘 어울려 따뜻한 설득력을 지녔고 우수상「당신들 잠드신 그 자리」(송치숙)는 아름다운 모국어를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시로서의 품격 또한 잘 지켰다. 나머지 장려상 작품들도 좋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를, 아깝게 고배를 마신 여러 응모자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4. 추모헌시 ‘추모헌시’는 일반 시와 달리 이름 그대로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경건한 ‘추모’의 정신과 ‘헌시’로서의 성격이 잘 살아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모헌시’의 의미가 무색해지지 않겠는가. 최우수상인 노호성의「당신들의 이름은 ‘불멸(不滅)’입니다」는 추상적인 ‘불멸(不滅)’의미를 형상화시킨 호소력이 훌륭했고 우수상인 박연자의「유월의 빗소리」는 시적 구성과 서정적 표현, 소박한 진정성이 훌륭했고 역시 우수상인 표천길의「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전사자와 조국과 민족적 꿈이 시적 조화를 잘 이룬 점이 훌륭하였다. 그밖의 입상작들도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춘 좋은 작품들이었다.
*심사위원 : 김송배(글) 김창완 정성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