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성실할 수 있다.>는 이 말이 요즘 나의 마음을 파고 든다.
11월 초에 두 달여간 거의 매일 만나고 버스킹 다니던 ㅇㅇ선생 그가 갑자기 미워져 연을 끊었었다.
<약기운인지 모르지만 요즘 걸어 다니면서도 몽롱하니 졸립니다. 몸상태가 많이 나빠져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져 큰 산을 다녀 보려고 합니다. 다음 거리 공연하는 공고가 카페에 걸리면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제 스맛폰에서 여러분들의 공연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동안 쌓은 정으로 말씀드리면 술 한모금도 안 하시면 좋겠다는 문자를 그에게 보내고 나서였다. 그의 문제는(인간관계 몹시 힘들어 함) 술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문자를 보내고 대놓고 내색은 않고 나 혼자 절교릍 했다. 그 다음날 전화로 그가 나에게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도 사양하였다. 하루하루 지나며 아픈 나에게 이죽거리던 그의 표정이 떠오르며 날이 갈수록 그가 더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를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이상하게 그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날들 그와의 교류는 그의 열정이 출발이었음이 새삼 느껴졌다. 물론 나도 분위기가 좋아서 따라다니며 그 못지않게 호응을 헀었다. 오죽하면 자기 입으로 나를 바보라 했을까, 나는 그렇게 이해타산하지 않고 그를 상대했다. 그래서 더 서운했다.
아무튼 관계를 단절한지 한 달이 지난 얼마전부터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노래로 우리가 겪기 쉬운 언어장애도 극복하고 마음에 우울함도 완화시키고 싶어졌다. 또 환우들과 어울리는 노래방에서도 노래가 되지 않아 꿔다논 보릿자루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대놓고 절교를 하지 않았기에 시치미 뚝때고 내가 부른 노래를 그에게 카톡으로 보내줬다. 공연 중이라 이따가 노래를 듣겠단다. 그 다음날 연락이 왔다. 내가 부른 노래가 좋다고 하면서 내가 노래를 전혀 못하는 줄 알았단다. 자기 기타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해 보자고 한다. 아마 파킨슨이라는 고약한 병마와 싸우는 사람의 노래치고는 괜찮다는 뜻일 것이다. 그전부더 그는 내 노래를 듣고 싶어했지만, 평생 음악을 함께 한 그의 실력 앞에서 나의 노래 실력이 드러나는 그 창피함이 싫었다.
그의 노래는 사연 많은 그의 인생역정처럼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나도 무엇인가로 그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나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그만큼 그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지난 일을 되새겨 보니 나의 그 무엇인가가 그의 마음 한편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내 글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나역시 나의 글에 나름 진심을 담았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부 수긍했다. 물론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볼 때는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만 최고의 수사학은 진심이라는 말을 믿기에 '진심' 그 부분만큼은 나 스스로를 신뢰했다.
언젠가 차를 타고 오이도로 버스킹을 갔었던 적이 있었다. 시인 차를 탔었는데 그녀가 그랬었다. " ㅇㅇ선생님이 ㅇ선생님을(나를) 무언가로 꽉 쥐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게 연민이든 믿음이던 그는 이미 나에게 성실했다. 평소 자기 속내를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이야기하고 "같은 남자로서 믿음을 꼭 말로 해야 아나요?" 라고 했던 것을 보면 최소한 동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첫댓글 밀크천님 반갑습니다
친구와 있었든 추억담인것 같아요
연민이든 믿음이든 닥아오면 그속에 함께하고 있다는 증거일겁니다
특히 파 친구라면 잊혀지질 않을듯!
제가 왜 보지도 않았는데 이런말을 하느냐구요?
제생각에는 파 친구분들은 많이 착하시드라구요!!
제생각을 말씀드렸어요
긴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안녕하세요. 꽃님이님!
매사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한편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된다 생각도 들더군요.
말씀대로 .파킨슨 환우들이 마음이 여린 분들이 많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꽃님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