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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안록키 등 반 보 고 부 근 호
7월 26일 서울을 떠나 밴쿠버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식량과 장비를 구하여 촌각의 쉼도 없이 곧 바로 에디카벨 캠프로 달려 갔으나 야영이 금지된 곳이 였다. 부근의 캠프그라운드를 이용하여 시차적응과 컨디션 조절을 하며, 보름전부터 매일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일기가 좋아지길 기다렸다. 드디어 8월 2일 첫목표인 에디카벨북벽 Main Summit 루트를 등반하기로 결정하였고 결전의 날을 맞았다. 전날부터 잠을 못이루고 금석이 형과 계속 뒤척이다가 새벽 1시경에 잠들었는데, 2시경 완용이형이 깨워 일어났다. 형들이 준비한 볶음밥을 몇 술 뜨고 에디카벨 주차장으로 달려 갔다.아직도 어둠이다. 랜턴을 켜고 하단 암벽을 오르는 것은 체력 낭비라는 종선형 결정에 따라 일출시간에 맞추어 출발지점으로 걷기 시작한다. 어두운 밤공기가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출발점에 도착하여 며칠 전 올라본 곳이여서 줄을 필요로 하는 지점까지 각자 올랐다. 약 100m 정도 올라 암각에 슬링이 걸려 있는 지점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줄을 꺼내 연등한다. 약 1시간쯤 지난 후 엔젤빙원에 도착하였다. 이제야 서서히 날이 밝아 랜턴없이 활동할 수 있다. 프라스틱 이중화로 갈아신고 안자일렌하여 크레바스를 피해 벽의 또다른 출발점으로 향한다. 빙하 중간에서 빵 한조각씩 먹었다. 우리가 출발할 예정지점엔 커다란 크레바스가 있어 암벽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약 200-300m를 우측에서 출발, 3-4피치 위에 있는 스노우밴드에서 트레버스하기로 하였다. 빙하의 작은 크레바스에 "왠? 픽켈" "주인은 이 밑에 있나?" 랜턴을 비춰보나 아무것도 없다. "나무관세음보살" 금석이형은 좋아서 픽켈을 챙긴다. 헉헉거리며 별 무리없이 오른 후, 설원에서 좌측으로 계속 트레바스 4-5번 정도하고 다시 직상, 우측 걸리로 진입 다시 직상, 설원아니면 빙설믹스크라이밍이다. 이제야 지원조인 종선, 완용형이 망원경 속에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무전으로 우측으로 가라고 루트를 알려준다. 직상이 편할 것 같아 조금 더 올라본다. 그런데 오르다보니 확보를 설치할 곳이 없다. 작은 크랙에 하켄을 치면 바위가 떨어져 나간다. 약 30m 올랐는데 1개의 확보물 밖에 설치할 수 없었다. 계속오르면 오버행이 보이는데 육안으로는 오버행 바로 전에서 우측으로 갈 수 있을것 같았건만, 올라와 보니 실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였다. 다시 내려 가려고 하켄을 크랙사이에 박고 햄머질을 하니 바위가 덜렁거린다. 이곳저곳 찾다 없어 크라이밍 다운을 했다. 일단 이곳에서 1/3 밖에 안들어 가는 하켄을 2개 치고 금석이형을 받았다. 금석이형은 조금 오르다 루트를 변경하여 우측으로 트레버스하여 핏치를 끊었다. 금석이형 쪽으로 가보니 암질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우리가 오르려던 루트는 완전한 암벽구간이 약 5피치(약200m) 정도 있는 구간이다. 그곳은 암질이 불량해 확보물 설치가 어렵다. 다시 암벽등반용 신발로 갈아신고 종선형과 무전으로 루트를 상의하며 오르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확보물이란 아예 없다. 초등루트가 아닌 곳이라 간혹 확보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단 하나의 볼트도, 암각에 슬링도 없다. 조금만 잘못 오르면 상단부에서 오버행과 마주치게 된다.금석이형과 한참을 헤메며 오른다. 무전교신이 왔다. 2시간 내에 암벽구간을 등반하지 못하면 위의 믹스지역과 설벽지역을 시간계산해 본 결과 일몰전에 정상에 도착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곳에서 후퇴하자니 그것도 어렵고 첫등반에서 나약함을 보일 수도 없는 일이다. 오르는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5시에 등반을 개시하여 벌써 12시간이 지났는데, 실제 북벽인 엔젤빙원 위의 벽을1/2도 못오르고 있다. 파인애플캔을 따서 나눠먹고 다시 등반을 재개하였다. 이제 순수한 암벽이 사라지고 간혹 눈, 얼음이 간간히 석여 있는 믹스크라이밍지역이 나타난다. 적당한 곳에서 확보 후 비불암을 신고 아이젠을 다시 착용한다. 금석이형과 나는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오르기만 한다. 급한 경사지역을 네발로 걷는 것이다. 짧은 설사면을 지나 돌출된 바위에 확보하고 금석형을 맞으니 해가 지려한다. 요즘 이곳의 일몰은 밤 10시가 지나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간혹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이 깜짝 깜짝 나를 깨운다. 앞으로 남은 구간은 설벽지역이란 무전이 왔다. 여기서부터는 금석이형이 앞서겠다며 확보물을 모두 빼앗아 간다. 확보물을 전해주고 나니 금석이형을 믿게되고 긴장된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되지 하며 살며시 혀를 깨물어 본다. 몇피치를 어떻게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강냉이통조림을 먹고 담배도 서로 물려주며 어차피 늦은 것 언젠가는 올라가겠지. 조금 휴식을 취해본다. 헤드랜턴달고 쟈켓과 트라우져도 입고 지겨운 설벽으로 진입한다. "형, 어차피 늦은 것 침착하게 하세요" "그래! 너 자면 안돼." "예!" 완전한 어둠이다. 아니다. 지금 동쪽하늘엔 보름달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북쪽이지만 반사된 빛에 암흑은 아니다. 저멀리 밑에는 종선형이 계속 렌턴을 켜 놓고 있다. 우리들은 저 희미한 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줄이 다 나갔다는 신호 "C.A.!" 금석이형이 자리를 만들고 있겠지? 금석이형에게 가니 자리가 불안하다. 설벽을 다듬어 만든 자리에 내가 도착하면, 형은 옆으로 나가고 나는 발 밑의 로프를 치우고, 픽켈을 박고, 카라비나홀에 확보를 하고, 줄을 통과, 픽켈밟고 빌레이, 금석이형 출발. 이렇게 하기를 십수번, 45m를 전진하는 동안 확보물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시스템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는 없을까? 연등을 할까? 아니야 어차피 힘은 들겠지만 몇시간 후엔 오를 수 있을텐데 굳이 위험과 거래할 수는 없지. 폭풍이 몰려온다면 몰라도... 하는 생각을 하다, 만약에 재수 옴 붙어 금석이형이 추락한다면.... 둘이 같이 구르는 모습. 바위에 바운딩되어 빙하에 떨어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순간 금석이 형이 추락하는 모습과 내가 몸의 자일을 풀려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병신같은 놈" 내 자신을 심하게 경멸한다. 짧은 시간에 이러한 일련의 모습과 상상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몸은 춥고 힘들지만 정신만은...그래도.... 빌레이보는 손의 감촉을 애써 느껴본다. 형의 숨소리, 맥박소리, 모든 것이 줄을 통해 전해진다. 아무것도 안하면 졸립고 피곤하여 못견딜 지경이다. 설악의 하얀빙폭에서 설능에서 설벽에서 수없이 많이 줄을 매고 함께한 시간. 금석형의 등반능력을 믿으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 진다. 한참을 오르니 형이 커니스 밑에서 확보를 보고 있다. 내가 가까이 가니 손을 입에 댄다. 조용히 소리가 울리지 않게 올라오라는 시늉이다. 그곳에서 금석이형은 좌측의 그 중 작은 커니스를 브레이드를 이용해 헤엄을 치더니 넘어가 버렸다. 줄이 당겨져 출발하니 커니스밑의 눈은 생각과는 달리 지금 까지의 눈보다 덜 크러스트되어 있었다. 커니스를 넘으니 형은 내게 "수고했다. 여기가 꼭대기야"한다. 오긴 왔구나. 그동안 잊었던 완용이형이 깍아준 청악이란 이름의 목각인형을 우리의 추억으로 눈속에 묻었다. 금석형은 종선형에게 무전교신중이다. "형님, 수고많으셨습니다. 걱정 많이 하셨죠?" "그래, 수고많았다. 조심해서 하산해라" 출발한지 21시간 15분. 이미 달은 휘엉청 밝아 우리의 하산루트를 비추고 있다. 랜턴없이도 갈만하다. 쟈스퍼의 불빛이 토왕골에서 보던 속초의 불빛마냥 정겹게 느껴진다. 하산은 웨스트릿지로 한다. 노말루트인 웨스트릿지는 사람의 발자욱이 남아 있다. 인간의 발자취 때문인가? 긴장이 더욱 풀려서 인가? 이러다 아이젠 꼬이면... 저 밑의 설원.... 화물칸... 김포!,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금석이형의 발이 꼬이며 뒹군다. "쿵" 다행히 멈추었으나 배낭 속의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망가졌다. 한참을 내려오니 사진에서 보았던 웨스트릿지 트레버스 구간에 설면이 형성되어 눈사면을 멀리 트레버스하여 발자욱이 나있다. 멀리 보이는 바위에서 좌측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그곳까지 가려면 멀기 때문에 이곳에서 바로 떨어지자고 하는 금석형의 말에 동의하고 내려서니, 완전히 사태골(?) 골은 아니고 사태사면(?)이라면 옳을 것이다. 30-40분 정도 사태골을 내려서니 절벽이 나타나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려갈 곳이 없다. 이제 완전히 날이 밝았다. 꼬박 24시간을 넘게 에디카벨북벽에서 보냈다. 평생 이번등반은 못 잊을 것이다. 다시 올라가 트레버스하였다. 먼저 정찰한 하산루트는 저 밑에 보이건만 아직도 멀다. 옆돌 틈에서 물이 꽤 많이 흐른다. 휴식을 하며 수통에 물을 받아 돌아서기 전 악마가 '너 먼저 먹어' 순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마시고, 다시 물을 받아 금석이형에게 전해 주었다. '아뿔사'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물마신 뒤 5분정도 지났을까? 배가 아파오고 움직일 수가 없다. 조금 걷고 많이 휴식, 10분 걷고 10분 휴식(?)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숲속에 종선형이 보이고 곧이어 완용형도 올라왔다. 형님들이 손도 따주고 설탕물도 끓여준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가만 앉아 있으니 조금 낳아졌다. 형님들이 베낭을 메어 주셨으나 지금도 배가 아파 걷기도 힘들다. 에디카벨 유스호스텔 주차장에 10시경 도착하였다. 등반시작한지 29시간 만에... ★ 부가부스파이어 북동루트 등반 ★ 에디카벨 북벽등반의 후유증이 아직 완쾌되지 않은채, 계획에 쫓겨 8월 9일 부가부의 캠프로 이동하였다. 주차장에서 캠프까지의 어프로치가 생각보다 긴 코스였다. 캠프정리하고 주변을 정찰하고 12일 부가부 스파이어의 북동벽 루트를 등반하였다. 등반을 위해 전날저녁 일찍 잠들었으나, 한밤중에 몸이 가려워 자다말고 물파스를 잔뜩 바르고 빵과 오랜지쥬스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새벽에 금석형이 식사를 준비하고 나를 깨운다. 버너소리를 들었으나 몇 분이라도 더 자려고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씩 금석형이 나를 이렇게 도와준다. 그점이 매번 고맙게느껴진다. 장비를 챙겨 출발했으나 크레센토빙원을 지나다 보니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팀이 3팀이 보인다. 암벽밑에 도착하여 암벽화로 갈아신고 비불암은 종선형께 전해드렸다. 6시 40분 출발하였다. 완경사의 벽면을 연등하여 실제등반루트 앞에 선다. 우리의 머리위로는 많은 사람이 오르고 있다. 5.8정도 되는 곳을 래이백으로 한 핏치를 등반하니 벌써부터 앞팀이 밀렸다. 바로 앞의 팀은 영국 부부팀이였고 남자직업은 영국에서 가이드라고 한다. 등반하는 폼이 엉거주춤 5.10클라이머도 못되 보이건만... 4핏치까지는 그럭저럭 앞 팀을 따라갔으나, 그들의 속도가 너무 늦어 금석이형이 내게 앞질러 가겠다고 말하라 하나 말꺼낼 틈도없이 톱이 서둘러 간다. 나도 국내에선 확보물 많이 설치하는 편이건만 그들은 나의 두배를 설치한다. 제일 앞선 4인조팀은 부지런히 올라가고 그 뒤의 혼성2인조는 우리와 같은 곳에 텐트를 친 팀이다. 그 뒤가 영국인 윌부부다. 그리고 우리. 5피치에 들어서자 암벽루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선인봉남측 십자로 직상코스를 연상케하며 우리를 반긴다. 크랙 안에는 눈과 얼음이 듬성듬성차있다. 아마도 이틀 전에 내린 눈과 우박때문이였을 것이다. 크랙을 3피치 올라 햇빛을 맞는다. 그동안 음지에서 암벽화에 눈을 밟고 서있어 너무 추웠는데, 6피치에서 부인에게 다음 피치에서 우리가 앞서가겠다하니 O.K.하여 다음 핏치에서 양보하겠다는 뜻인줄 알았는데... 금석이형이 올라오는 중에 남편이 그냥 출발한다. 말이 안통했다. 억양이 달라서 그랬나? 결국 9피치에서 윌이 백을 하더니 양보한다. 우리는 이제 막 휴식을 하려는 중인데... 우리는 좀 쉬겠다하니, 조금있다가 다시 한번 시도할테니 후렌드 큰 것을 빌려 달라기에 캠어롯 빌려주니, 다시한번 시도하다가 다시 백하여 우리에게 양보한다. 자기의 자일을 주며 빌레이를 보아달란다. "O.K." 윌이 헤메던 곳은 고도감이 있어 그렇치 5.9정도 된다. 10핏치는 암각에 슬링이 걸려 있어 하강을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정상이 어느 곳인지 모른다. 우리의 등반루트는 10피치가 수직 상승루트이고 정상부가 길게 늘어져 릿지를 형성하여 약 10피치 이상을 하강과 등반을 연속해야 한다. 정확한 정상을 몰라 봉우리마다 촬영을 하였다. 정상부 트레버스 도중 앞선 금발머리 조가 먼저 가라고 양보한다. "Thank you" 지금부터는 하강, 트레버스, 하강 트레버스하여 부가부 스파이어와 스노우펫치 스파이어 사이의 안부로 내려가 벌써부터 올라와 기다리고 있는 종선형을 만나면 된다. 형님의 모습이 점으로 보인다. 하산시 빙원과 설벽에서 비불암과 픽켈이 필요하기에 출발점에서 형님이 신발과 픽켈을 챙겨 하산점에 마중하기로 하였기에 배낭에 뷔불암을 넣고 등반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덕분에 형님은 두번씩 빙원을 거쳐 마중하는 수고를 하시게 되었다. 형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안부에서 형님을 만나 간식을 하고 사진도 찍고... 캠프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던 중 엄청난 낙석소리가 들린다. 부가부 스파이어 이스트릿지 부근에 커다란 돌들이 덤프차에서 쏟아붇듯이 굴러 내린다. 등반중에도 두 번씩이나 커다란 낙석 소리를 들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