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현안 과제와 전망
- 서울대교구 구역(반)장 신앙생활 실태조사에 근거하여 -
유혜숙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연구원 · 이론연구 담당
1. 조사분석 결과
서울대교구는 지구와 본당 중심의 사목체계 개편을 준비하면서 지구별 사목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 파악의 일환으로 본당 소공동체 지도자인 구역(반)장들의 신앙생활과 소공동체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조사는 서울대교구 전체 구역(반)장 중 2005년 2월 지구별 반장 월례교육에 참석한 모든 구역(반)장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자료로서 유효한 8,064매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설문은 총 23문항으로 구성되었다.
1) 개인사항
① 연령
연령대 |
30대 |
40대 |
50대 |
60대 이상 |
비율 |
5.1% |
36.2% |
43.1% |
10.8% |
② 신앙생활 기간
신앙생활 기간 |
5년 미만 |
5-10년 |
11-15년 |
16-20년 |
21-25년 |
26-30년 |
31년 이상 |
비율 |
6.6% |
12.7% |
15.7% |
19.2% |
16.7% |
10.2% |
18.5% | ③ 배우자의 신앙
배우자 신앙 |
신자 |
비신자 |
독신 |
비율 |
72.8% |
22% |
4.3% |
④ 학력
학력 |
중학교 졸업 이하 |
고등학교 졸업 |
대학교 졸업 |
대학원 졸업 이상 |
비율 |
19% |
47.6% |
29.5% |
1.5% |
⑤ 한 달 평균 총 가구수입
가구 월수입 |
100만원 미만 |
101-200만원 |
201-300만원 |
301-400만원 |
401-500만원 |
501-1000만원 |
1001만원 이상 |
비율 |
10.6% |
23.3% |
24.1% |
16.4% |
12.6% |
7.8% |
1.5% |
2) 신앙생활
⑥ 영성생활: ‘매일’을 기준으로 보면 묵주기도, 자유기도, 성서 읽기, 미사 참례, 성체조배 순으로 빈도수가 높게 나타났는데, 연령대가 높고 반장 경력이 오래될수록 모든 영성생활에서 빈도도 높았다.
⑦ 전교(최근 3년 이내에 전교한 수)
전교자 수 |
없음 |
1명 |
2-4명 |
5명 이상 |
비율 |
51.3% |
23.4% |
17.7% |
3.1% |
⑧ 구역(반) 모임을 제외한 사도직 또는 신심 단체 가입 수
가입단체 수 |
없음 |
1단체 |
2단체 |
3단체 이상 |
비율 |
21% |
38.1% |
27.3% |
11.1% |
3) 소공동체
⑨ 반모임 평균 참석률: 전체 평균은 41%였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반모임 참석률이 높게 나타났다.
⑩ 소공동체 모임 빈도
소공동체 모임 빈도 |
매주 |
격주 |
월1회 |
격월 |
뜸하게 |
거의 안 함 |
비율 |
6.4% |
18.6% |
68.8% |
1.1% |
1% |
1.8% |
⑪ 봉사 경위
봉사 경위 |
구역장 또는 전임 반장의 권유 |
반원들의 권유 |
자발적 |
본당 신부님의 권유 |
비율 |
68.9% |
14.8% |
6.5% |
5.2% |
⑫ 봉사에 필요한 덕목
봉사에 필요한 덕목 |
깊은 신앙심 |
희생과 열의 |
지도력과 리더십 |
성서 지식 |
일반적 지식이나 상식 |
비율 |
50.8% |
33.9% |
9.0% |
2.0% |
1.1% |
⑬ 반모임 만족도(5점 만점 기준)
항목 |
친교 |
복음 나눔 |
출석 |
반활동 목표 성취 |
영적 성장을 위한 도움 |
가정복음화를 위한 도움 |
점수 |
3.65 |
3.60 |
3.09 |
3.11 |
3.63 |
3.37 |
14) 어려움
항목 |
반원들의 모임 참석 불성실 |
능력 부족 |
후임자 선임 |
반원 사이의 갈등 |
사제의 무관심과 배려 부족 |
모임 준비 부담 |
찬조금 협조 |
바빠서 |
반모임 나눔의 어려움 |
가족간 갈등 |
비율 |
43.3% |
16.4% |
7.7% |
7% |
4.7% |
4.6% |
4.3% |
4.2% |
3.8% |
3.1% |
15) 받은 영적 도움
항목 |
복음과 삶의 일치 |
기도 |
성서 읽기와 묵상 |
신앙 성숙 |
비율 |
47.9% |
17.4% |
14.7% |
13.2% |
16) 보람
항목 |
영적 성장을 느낄 때 |
반원들의 신앙 성숙을 느낄 때 |
주님의 은총을 체험할 때 |
가정성화를 느낄 때 |
신부님의 지지와 후원을 받을 때 |
보람을 별로 느끼지 못함 |
비율 |
36.6% |
23.5% |
23.2% |
4% |
3.6% |
4.2% |
17) 가정복음화 정도
항목 |
가정의 신앙성숙 |
가정기도 |
가족간 대화 |
별 변화 없음 |
비율 |
32.5% |
29.1% |
11.1% |
23.1% |
18) 공동활동의 계획과 실천
항목 |
사제의 지시에 따라 함 |
계획도 세우고 활동도 함 |
계획하지 않음 |
계획은 세우지만 실천은 안 함 |
비율 |
30.8% |
29.3% |
19.8% |
15.3% |
19) 소공동체 활성화 요인
항목 |
전 신자 대상 복음화 교육 |
다양한 본당 행사 |
사제의 관심과 지도 |
성서공부 |
정기적인 피정 |
비율 |
31.4% |
20.4% |
19% |
12.1% |
11.4% |
20) 소공동체 인식
항목 |
친교의 공동체 실현 원리 |
구역(반) 모임 활성화 방안 |
새로운 신심운동 |
효율적인 관리체계 |
비율 |
42.9% |
33.8% |
11.5% |
8.6% |
21) 소공동체 전망: 소공동체가 교회의 공유 비전으로서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인가에 대한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항목 |
꼭 필요하며 어렵더라도 더 발전시켜야 함 |
필요하지만 억지로 강제할 사안은 아님 |
지금 정도의 활동이면 충분함 |
필요하지 않으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함 |
비율 |
64.4% |
21.6% |
7.5% |
2% |
22) 반장교육 참석 동인
항목 |
직책이 주는 의무감 |
좋은 강의 |
신부님 권유 |
동료 권유 |
비율 |
63.9% |
28.3% |
1.3% |
1.2% |
23) 모임 교재 길잡이 도움 정도
항목 |
매우 도움 됨 |
약간 도움 됨 |
별로 도움 안 됨 |
전혀 도움 안 됨 |
접해본 적 없음 |
비율 |
36.1% |
47.6% |
9.7% |
0.6% |
3.5% |
2. 조사분석 관련 제언
본 조사분석 결과를 살펴보면서, 교회의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이 글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정 공동체, 소공동체, 본당 공동체의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천명하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 땅 위에 건설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친교의 공동체 실현’이라는 비전을 소공동체 사목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교회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 구조의 변화, 실천적 응답이다.
1) 인식의 전환
① 친교의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필요성 제도교회2)에서 공동체 교회3)로 대전환을 가능하게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사랑에 근거하여, 공의회 문헌 전반에 걸쳐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함을 천명한다. 이에 아시아 교회는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제5차 총회를 통하여 아시아에 닥쳐오는 여러 가지 도전들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동체에 대한 희구’를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기초교회 공동체 곧 소공동체의 출현을 그 예로 들었다. 아시아인들의 필요와 요구에 응답하고자 교회가 참다운 공동체 건설을 통해 진정한 지역교회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도 초대교회 공동체의 이상적 모습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상을 실현하며 교회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소공동체 사목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만족할 만한가? 앞에서 언급한 설문조사 내용 가운데, 소공동체가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인가에 대한 답변에서 그 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소공동체 지도자인 구역(반)장들조차도, ‘필요하지 않으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2%, ‘억지로 강제할 사안은 아니다’ 21.6%, ‘지금 정도의 활동이면 충분하다’에 7.5%나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와 사랑으로 함께하시는 하나의 공동체이듯이, 교회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이루어지는 단일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으로 이루어진 교회의 구성원인 모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각자의 사명과 과제를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친교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의지를 갖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② 소공동체가 친교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는 인식의 필요성 1960년대 남미를 시작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소공동체 사목을 한국 천주교회가 도입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친교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상을 실현하고 아시아 주교들이 천명한 ‘소공동체들로 엮어진 교회 공동체’를 구현함으로써, 본당의 대형화와 내적 공동화 때문에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복음적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려운 교회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하는 교회를 이루어가고자 하는 사목적 비전4)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구성원이 소공동체를 ‘친교의 공동체 실현 원리’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설문 결과를 통해서도 검증되는데, 소공동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구역(반)장들의 33.8%가 ‘구역(반) 모임 활성화 방안’, 11.5%가 ‘신자들을 위한 새로운 신심운동’, 8.6%가 ‘신자들의 효율적인 관리체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소공동체를 ‘본당의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친교의 공동체 실현 원리’로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는 42.9%에 그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소공동체를 ‘친교의 공동체 실현 원리’로서가 아니라 ‘구역(반) 모임 활성화 방안’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천주교회 소공동체가 행정 조직에서 연유한 기존의 구역(반) 조직을 그대로 소공동체에 원용한 까닭이며, 소공동체 활동이 대부분 월1회 개최되는 모임에 국한된 까닭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공동체가 친교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려면 무엇보다도 비전 공유의 과정과 이에 맞갖은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③ 소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전 공유의 필요성 이미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지만 소공동체를 도입하기 이전에 교회의 전 구성원, 특별히 사제들과 이러한 사목적 비전을 서로 나누고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시간과 장’을 충분하게 갖지 못함으로써, 소공동체 사목은 다소 ‘위에서부터 아래로’ 지시된 ‘상명하달’ 사목정책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또한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을 생명처럼 중요시하는 소공동체 사목의 기본 원리를 간과한 듯한 인상을 낳게 되었다. 따라서 실제 사목현장에서 일하는 사제들은 소공동체 사목 비전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으며, 신자들에게는 ‘친교의 공동체 실현 원리’로 각인되기보다 단순히 구역(반) 모임 활성화 방안 정도로 인식될 수 있는 문제점을 양산하였다. 따라서 소공동체 ‘비전의 공유’가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히 사목정책 입안자들이 일선 사목자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목정책일지라도 일선 사목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현장에 튼튼히 뿌리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일선 사목자의 공감을 얻어내고자 노력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신자가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공동체 활성화에서 ‘전 신자 대상 복음화 교육’이 가장 큰 응답률을 보인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려면 의식전환 교육이 요망된다. 따라서 교회는 구성원 각자에게 꼭 알맞은 체계적인 교육, 눈높이 교육,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2) 구조의 변화5) ‘인식의 전환’은 필요불가결하게 ‘구조의 변화’를 요청한다. 조직이 영속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조직 안에서라면 더더욱 끊임없이 구조의 변화가 논의되어야 하고 도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존재 자체이시며 불변하시는 하느님 외에 우리를 둘러싼 것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가 마땅히 수행하여야 할 사명 완수를 위해 정립해 나가야 할 가장 효과적인 교회 조직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지 전망해 보기로 하자.
① 삶의 자리 중심의 교구 조직 개편 교구와 본당 조직은 삶의 현장이 중심이 되는 사목구조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구 조직은 사목의 현장인 지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하고, 교구청의 모든 조직과 기구는 이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며, 본당은 구역(반)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고, 본당의 모든 조직과 기구는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교구나 본당 조직을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구조로 전환하는 것 못지않게, 이에 대한 모든 이의 의견과 바람이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구와 본당 조직 개편 이전에 교구 내 모든 구성원과 충분히 대화하고 모든 기구와 진지한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 안에서 교구 전 구성원의 뜻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천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② 사목 논의구조의 활성화 교구 조직을 삶의 현장 중심으로 바꾸어간다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것이며,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교구 사목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 논의하는 구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목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먼저 이에 관한 논의구조를 활성화하여 사목적 교류와 협력의 극대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이러한 논의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 논의기구를 실제적으로 얼마만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조의 활성화가 하나의 형식적이거나 요식적인 행위로 끝나지 않고, 참으로 살아 움직이며 교구의 사목정책 수립과 실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에 맞갖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요청된다.
3) 실천적 응답 소공동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실천적 응답의 결여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문제와 ‘공동 실천을 통한 지역 복음화’의 문제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예수 그리스도는 일생 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셨고, 우리도 당신의 모범을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기를 바라신다(루가 14,12-14 참조). 따라서 “우리가 가난한 사람과 함께 걸으며 그들에게 봉사하려고 그들 곁으로 다가갈 때, 우리는 우리처럼 가난한 우리 형제가 되신 그리스도께서 행하도록 가르치신 바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향한 봉사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비록 유일하지는 않다 해도 특권적인 척도가 된다.”(1145항)는 푸에블라 문헌의 선언처럼, 라틴 아메리카의 기초교회 공동체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우리의 교회 안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문제가 언제나 뒷전에 밀려나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교회를 쇄신하고자 하고, 그리스도 강생 제2천년기를 넘어 제3천년기라는 미래를 지향하며 오늘을 살고자 한다면, 결코 이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친교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무너져가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여러 시도와 더불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복음화하기 위한 사목활동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원의를 이 땅에 실현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② 공동 실천을 통한 지역 복음화 소공동체가 복음 나누기만 하고 어떠한 실천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6 참조). 따라서 소공동체는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에 나온 것처럼 “생활 주변과 촌락에 뿌리를 내려서 그리스도교 생활의 누룩이 되고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을 돌보고 사회 개량의 의무”(51항)를 다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을 복음화하는 데에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만약 교회가 이 점을 소홀히 한다면 지역의 복음화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선교의 효과를 놓칠 뿐만 아니라, 신자들이 떠나갈 빌미를 만들어내는 역효과 또한 양산할 것이다. 따라서 천상교회를 그리며 지상을 순례하는 교회 역시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신앙의 삶 안에서 세상을 복음화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며, 교회 밖 공동체들과 상호 연대하면서 지역사회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여러 가지 내외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동시에 쇄신되고 거듭날 수 있는 기회 또한 갖고 있다. 일찍이 칼 라너는 “미래의 교회는 아래로부터 자발적 창의력과 자유로운 결합에 의하여 생겨나는 기초교회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교회”6)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따라서 교회는 가정 공동체, 소공동체, 본당 공동체의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또한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교회를 이루고자, 세계교회, 한국교회, 교구, 본당, 구역(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정신 안에서 서로 일치하며 친교를 나누어야 한다. 특별히 구역(반)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의 소공동체는 구역(반) 모임이 하나의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참다운 의미로서의 구역(반) 소공동체로 전환되어갈 수 있도록, 현재 구역(반)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점검하며, 단순한 모임에서 복음적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소공동체 현황과 과제 - 천주교 서울대교구 구역(반)장 신앙생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2005년)에 실린 필자의 졸고 내용을 일부 요약 변경한 것이다.
1) 이 연령대 비율 합계를 비롯하여 이하 질문들에 대한 응답 비율들의 합계가 100%가 되지 않는 것은 무응답자가 있기 때문이다. 2) 중세기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제도(institutio)로 이해하였으며, 불완전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불완전한 것이 전혀 없는 ‘완전 사회(societas perfecta)’로 이해하였다.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Corpus Christi)’이나 ‘하느님의 백성(Populus Dei)’과 같은 성서적 개념에 근거하여, 교회의 본질을 친교(communio)에 바탕을 둔 ‘공동체(communitas)’로 이해하였다. 4) 1992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참조. 5)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2003년, 153-178면 참조. 6) K. 라너, 『교회의 미래상』, 정한교 옮김, 분도출판사, 1981년, 18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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