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두들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엔 신월동 성당에서 한창 농성 중이었죠.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정이나 기억이 벌써 꽤 흐릿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찬찬히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괜히 마음이 부산스럽더군요.
하긴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기자회견이 미뤄지고 신월동 성당에 몸을 맡기기까지 길고긴 하루와 긴박했던 주말과 기자회견과 뒤이은 농성과 찾아온 많은 분들과 그 안에서의 복잡다난한 감정들이, 농성이 마무리된 뒤 채 정리되지 못한 채로 겪은 조사과정과 강제복귀된 부대에서의 며칠과 처음 구치소에 발을 딛던 밤과 재판정에 들어서던 순간의 말로 할 수 없던 감정들이 어떻게 잊혀지겠어요.
그 때 농성장에 모이셨던 많은 분들은 아마 각자 다른 것들을 보고 느끼셨을 거에요. 그렇다해도 그렇게 모여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짜릿한 응원이자 힘이 되었겠죠. 저 또한 저의 행동에 대해 주어지는 관심과 고마운 마음들을 깊은 위로로 잊지않고 있고요.
사실 농성에 대해선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한가득인데, 오히려 이런 아쉬움이 이후에 제가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다져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무엇보다 농성은 아직 끝난게 아니기도 하고요. 그 때 제가 본 농성의 풍경은, 연대를 통해 강요된 사회의 어느 부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어요. 이런 소통과 전복들은, 끊임없이 계속될 삶의 과정일거라 생각해요. 계절이 바뀌고 주기가 돌아오면 이어지는 이런 회고와 고민과 반성이, 주변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싶어요.
제 근황은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죠? 뭐 사실 이곳은 어디든 비슷한 조건이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느냐보단 모든걸 받아들이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않나 싶어요. 요새 전 고민도 그럭저럭 있고 다소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 덕분인지 스스로에 대한 느낌은 좀더 분명하게 자리잡아 든든하기도 하답니다. 발랄하고 유쾌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도움이 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저는 1년이 넘게 계속되는 농성에 위로를 받으며 지내고 있답니다. 농성을 함께해온 많은 분들은 지금 어떤 오늘을 보내고 계신가요?
몸 부리고 사는 곳은 달라도 모두들 각자 처해진 환경에서, 소통과 전복을 꿈꾸고, 발랄하고 유쾌한 감각들을 갖고 싶어하면서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무거운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막막함으로 고뇌하고 있겠지요. 어디든 갈 수 있는 몸인데도 벽이 가로놓여진 느낌...길준씨는 물리적으로 그러하겠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그렇게 갇혀지내고 있어요. 다른 곳이지만 우린 같은 연대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한 줌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첫댓글 혈기발랄하게 뛸 젊은이가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힘들고 고통스런 날들이 오히려 계기가 되어 한발 더 전진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몸 부리고 사는 곳은 달라도 모두들 각자 처해진 환경에서, 소통과 전복을 꿈꾸고, 발랄하고 유쾌한 감각들을 갖고 싶어하면서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무거운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막막함으로 고뇌하고 있겠지요. 어디든 갈 수 있는 몸인데도 벽이 가로놓여진 느낌...길준씨는 물리적으로 그러하겠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그렇게 갇혀지내고 있어요. 다른 곳이지만 우린 같은 연대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한 줌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지금쯤 ""소통""의 언저리에서 중앙을 향해 앉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부디 평안하길 ..^^